청년예술가들의 새로운 아지트, ‘회전예술’

지난 7월 5일 저녁, 인천 중구 신생동에 위치한 제일철물 4층에 인천의 젊은 작가들이 모여들었다. 수년간 인천에서 작업을 이어온 7인의 작가들(김수환, 김재민이, 박혜민, 백인태, 오석근, 웁쓰양, 진나래)이 모여 만든 공간 ‘회전예술’의 오픈 파티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간을 찾은 사람들은 간단한 다과를 즐기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공간 곳곳에 펼쳐진 작가들의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신포동 콜링’이라는 이름의 만화책. 옛날 껌 종이와 함께 들어있던 작은 만화책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이 만화에는 작가들이 신포동 일대에서 작업을 하며 가졌던 고민이 유쾌한 이야기로 담겨있었다.
많은 청년들이 인천을 떠나 서울로, 원도심을 떠나 신도심으로 발길을 돌리는 요즘, ‘회전예술’의 작가들이 인천의 원도심에서 꾸준하게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7인의 작가를 대표하여 오석근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Q. ‘회전예술’은 어떤 공간인가?
이전에 인천에서 활동하던 청년 한 명이 이 건물의 사장님과 좋은 관계를 맺어 2, 3층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그때는 4층 공간이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공간이 좋아 창고가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사장님과 뜻이 맞아 연세 150만 원의 저렴한 임대료로 4년간 사용하기로 계약했다.
전시공간도 될 수 있지만, 전시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프로젝트나 워크숍도 하고, 작가들 재교육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무엇보다 작가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매달 모여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구심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불러오고, 배우고 싶은 것을 가르쳐줄 사람을 데려오고, 함께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작업 공간으로도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예술로 할 수 있는 수많은 일을 이 공간에서 하고 싶다.

Q. ‘회전예술’이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 어떻게 짓게 되었나.
회전예술은 회전무술에서 따온 이름이다. 회전무술은 인천 화수동이 원류인 종합무술체계로, 명재옥 원장이 수십 년간 수련한 무술을 현대사회에 맞게 창조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회전력을 통해 정리된 힘으로 공격하고 막는 무술이라는 뜻이다.
지역의 숨겨진 가치이기도 한 회전무술이 보여주는 응용력, 상상력 등에 영감을 받았다. 회전무술 역시 예술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젊은 작가들이 이 공간에 모여 회전력을 발휘하고, 재미있는 작업들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에서 이름을 짓게 되었다.

Q. 수년간 인천에서, 특히 신포동 일대에서 작업을 이어온 작가들이 공간까지 만들었다. 앞으로도 쭉 이곳에서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계속해서 신포동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인천에 머무는 첫 번째 이유는 인천이 고향이기 때문이다. 인천이라는 지역에 콘텐츠가 많기도 하고, 하고자 하는 작업과 잘 맞아 떠날 필요를 느끼지는 않았다. ‘문화 화전민’처럼 여기저기 떠돌며 작업하는 것보다 정착해서 작업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했다. 인천의 원도심에는 이곳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가치가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가치들은 계속 쌓이고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함께 배우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팽창시킬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이곳에 많다. 함께 고민하고 시너지를 내며 작업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여기 모인 일곱 명의 작가들 모두 굳이 중앙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동의하는 작가들이다. 중앙과는 다른 주파수가 필요하고, 다른 통로를 만들어 앞으로 가자는 생각을 모두 가지고 있다. 때문에 오랜 시간 이곳에서 함께 작업해왔고 앞으로도 함께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이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지금 모인 작가들 이외에도 더 많은 작가들이 모이면 좋겠다. 상황이 더 어려운 작가들이 있으면 손 내밀어 도움이 되고 싶고, 많은 작가와의 접점을 만들어 유연하게 진화하고 싶은 생각이다.

Q. 앞으로 ‘회전예술’에서 어떤 일들을 벌일지,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있는지?
회전무술의 원류가 된 명재옥 원장을 모셔와 강연을 듣고 싶다. 지역에서 회전무술이라는 새로운 무술을 만들고 수십 년간 지켜온 이야기를 듣고 싶다. 작가들과는 한 달에 한 번 모여 각자의 작업을 발표하고 생각과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이제 막 시작하는 또 다른 청년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인 ‘바로그지원’에 공간의 작가들이 프로그래머로 참여하는 만큼 그 회의도 이곳에서 진행하려고 한다. 이야기 씨에게 음악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는데, 이번에 사람들을 조금 더 모아서 음악 만들기 강연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각자가 가진 기술을 나누고 같이 배우는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Q. ‘회전예술’에 모인 작가들 대부분이 작년 마계인천(올게이츠-청년문화대제전)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 주축이 되었던 작가들이다.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번 만들어 놓은 거고,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의 취지대로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 청년 스스로 만든다는 취지를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청년이 주체가 되어 기획하고 운영하고 마무리까지 할 수 있는 작업이 되면 좋겠다. 청년이 스스로 만들어야지만 스스로 깨닫고 성장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조만간 평가 회의를 진행해서 가장 인천에 적합한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 매년 성장하며 청년 작가들이 인천에서 신나게 작업할 기회나 계기를 만들고 싶다. 많은 사람이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데 그치는 축제는 원도심을 타자화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되어버리곤 한다. 그보다 함께 지역에 대해 고민하고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인천의 청년들이 스스로 힘을 내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회전예술’의 매력은 공간을 만든 작가들이 본인들의 작업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 작가들, 새로 시작하는 후배 작가들을 위해 더 좋은 기회를 만드는 방향을 모색한다는 데에 있다. 스스로 거쳐 온 시행착오를 다른 작가들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함께 모여 성장하고자 하는 그들. 그들이 가진 회전력에 더 많은 청년 작가들이 모여 커다란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날을 상상해본다.

 

글, 인터뷰정리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김진아
사진 / 회전예술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