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가 베스트셀러가 되다. 『사랑의 불꽃』

지금으로부터 꼭 한 세기 전 자기 자신의 의지로 이성을 선택하고 사랑하는 ‘자유연애’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남녀칠세부동석’이 여전히 공고했던 현실에서 당시 청년들은 ‘사랑’이나 ‘연애’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이 붉어졌다고 한다. 따라서 부모가 아닌 자신이 주체적으로 행하는 ‘자유연애’는 지극히 ‘신성’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1920년대는 바야흐로 ‘연애의 시대’가 된다. 이러한 시대 분위기에서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베스트셀러가 탄생하는데, 이 책이 사랑의 불꽃(오은서, 신민공론사, 1923)이다. 이 책은 사랑 고백을 내용으로 한 연애편지 19통을 모아놓은 연애서간집이다. 발행자 이름은 ‘미국 선교사 오은서’로 되어 있는데, 실제 책의 간행을 주도한 것은 백조 동인 춘성 노자영이다. 검열을 의식하여 외국인 명의를 빌렸을 것이다. 이 책은 예상 외의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는데, 기록에 의하면 조선 최초의 1일 판매 부수가 3~40권에 이르는 책이었다고 한다. 당시 문맹률이나 도서구매력 등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부수가 아닐 수 없다. 일제강점기 베스트셀러일수록 현재 남아 있는 책이 거의 없는데, 이 책도 현존 부수가 한 자리에 불과하다. 1920년대 ‘자유연애’의 열풍을 잘 보여주는 이 책은 한국근대문학관도 1권을 소장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표지가 낙장이다.

글 / 함태영(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