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암
“조선배우학교 출신이며 일본 전위좌연극연구소에서 수업한 정암 씨가 토월회에서 윤심덕 양과의 역사적인 공연을 한 것은 그녀가 「사의 찬미」라는 레코드를 만들고, 대한해협(현해탄) 깊은 물속에 빠져 자살하기 전이어서 또한 인상적이다.
정암 씨는 인천 개항 후 광무 연간에 사립학교 인명의숙의 설립자이며 박영효의 암살 계획을 추진하다가 「사상팔변가」라는 노래를 남기고 자결한 지사 정재홍 씨의 둘째아드님이다. 그는 무대극인 이경손 각색 「동도(東道)」에서 아버지 역으로 나왔었다. 약 30년 전, 부민관에서 열린 동아일보 주최 제1회 연극콩쿨대회에서는 극단 낭만좌의 단원으로 세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했으며, 제2회 콩쿨대회에서는 박향민 작 「상하의 집」에 출연한 노련한 무대 배우였다.
그는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서울에서 고려영화제작소를 창립하였고, 중외일보 주간이던 이상협 씨가 일본의 가정 비극 소설 「나의 죄」를 우리말로 번안한 소설 「쌍옥루」를 각색해 만든 무성(無聲) 활동사진에서는 어부로 출연하였다. 또 청춘 남녀 사이에서 그 주제가가 크게 유행되었던 영화 「낙화유수」의 주연으로도 데뷔한 일이 있는 등 맹활약을 보인 정암 씨가 다시 고향 인천으로 돌아옴에 따라 인천의 연극 운동은 활짝 꽃을 피웠다.”
고일 선생의 저서 『인천석금』의 내용이다. 같이 활동하던 인물이어서 비교적 소상히 기록하고 있다. “정암 씨가 다시 고향 인천으로 돌아옴에 따라 인천의 연극 운동은 활짝 꽃을 피웠다.”는 내용은 원우전, 진우촌 편에서 언급한 바대로 1926년 연극단체 칠면구락부(七面俱樂部)를 창설하여 향토 연극 운동을 펼친 것을 말한다. 정암이 출연한 작품은 「햄릿」, 「상하의 집」, 「춘향전」, 「칼멘」, 「사랑의 주검」, 「눈물의 빛」, 「스테파노의 죽음」 등이다.
원우전, 진우촌, 정암, 이 세 사람은 각각 전문 무대미술, 전문 극작가, 전문 연기자로서 어두운 시절 이 땅, 인천의 연극 발전을 위해 활동했던 대표 연극인들이다.
김윤식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