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떠난 사람들, 인천에 정착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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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구 지역 이주배경 홈그룹 가족들이 다같이 월미공원 나들이를 했다.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며 게임도 하고, 음식도 나눠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오랜만에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찾았다. 중구에 위치한 ‘한국이민사 박물관’은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이한 2003년, 이민자들이 해외에서 보여준 개척자적인 삶을 기리고 그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뜻을 모아 건립한 국내 최초 이민 테마 박물관이다. “배 속에서 배 기름 냄새가 나서 구역질이 나고… 열흘을 굶고 있으니 기운이 하나도 없어…” 초기 이민자들이 탄 최초의 이민선 갤릭호 ‘함하나 할머니의 증언’을 통해 그들이 묵었던 열악한 환경 속의 객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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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크면서 조금씩 할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유학생이나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정보를 소개하면서, 인천 정보도 함께 알리고 있는데 아쉽게도 여전히 대다수가 서울을 시작으로 한국을 알아 간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한국에 몇 번 온 경험이 있거나 오래 머무는 분들 중에서는 일부러 인천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지난 3월, 일본 기타큐슈시와 요코하마시(두 도시 모두 인천의 자매도시다) 파견 공무원들에게 인천을 안내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인데도 인천에 애정을 갖고 인천만의 관광요소나 문화적인 가치를 재발견하려고 노력했던 모습이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인천 사람들도 좀 더 인천을 잘 알려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인천에 계속 살았지만, 서울에 일하러 다니고 인천은 그냥 먹고 자는 집만 있는 곳 같은 느낌이다. 나 역시 서울에서 일하는 부분이 있다보니,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주말이라도 틈틈이 짬을 내 강화도에 있는 시댁을 찾곤 한다. 갈 때마다 ‘인천에는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여러 곳이 있겠구나’ 싶다. 내가 사는 지역에 관심을 갖고 그런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지금 자라나는 우리 인천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지역에서 함께 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자매도시와의 교류 사업 등에 참여하는 기회 등을 제공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천을 이끌고 나갈 다음 세대의 육성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곳 인천에서 자녀들을 키우는 입장이라서 더욱 그렇다. 나와 같은 이주배경 가정들에게는 이 지역을 잘 알고 지내는 기회가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도 우리 이주배경가족들이 이 이민사박물관에 찾아가면 얻어가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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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인천 시민들도 이민사박물관을 많이 방문해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고향인 인천시를 떠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이국땅에서 일했던 그들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으면 한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살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 학교를 건립한 것은 물론, 이국 땅에서도 한국 문화를 잊지 않고 살아갔던 그들의 삶에 배울 점이 많지 않은가. 또한 이곳 인천에서 새로운 가족을 구성해 정착한 이주배경 가정들 역시 배울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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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자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새로운 지역 활성화의 원동력이 된 사례는 많다. 인천시의 자매도시인 고베시 <믹스루트 칸사이>, 유럽의 <유럽평의회 인터컬츄럴시티 프로젝트> 등이 그것이다. 다함께 어울려 사는 지역사회 만들기야말로 바로 지역 공동체의 출발이다. 그리고 아마 그 첫걸음은 각자의 가족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야마다 다까코(인천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