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이 전하는 위로
시민창작뮤지컬 소우주환상곡 시즌 2

“처음 오셨나요? 반갑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나요? 아, 괜찮아요. 우리도 지난주에 배운 거 하나도 기억 안 나요. 같은 곡을 4개월 째 연습하죠.”
“모임은 두 시간, 뒤풀이는 네 시간. 오늘 만나서 내일 헤어지는 우리.”

동호회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무언가를 연습한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이 말은 시민창작뮤지컬 ‘소우주환상곡 시즌 2’에 등장하는 노래 가사이다. 이 뮤지컬이 이토록 공감 가는 솔직담백한 가사를 담을 수 있었던 비밀은 바로 생활문화예술동아리연합 ‘놀이터’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데에 있다. ‘놀이터’는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조직한 노래, 연극, 합창, 통기타, 오카리나, 우쿨렐레 등의 동아리 연합으로, 매주 1회 활동 중이다. 지난 5월 13일과 14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상연한 이번 공연은 전문가들과 시민배우들이 6개월 간 함께 작업하며 만든 공연으로, 많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소우주 환상곡 시즌 2’는 계속되는 취업 실패로 엄마와 갈등을 겪으며 지루한 일상을 살던 취업준비생 수빈이 시민 합창단에 가입하여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단원들은 일에 치여 연습시간이 끝나고 뒤풀이 시간이 되어야 도착하고, 연습실 아래 식당 주인에게 시끄럽다는 잔소리를 들어도 함께 연습하며 울고 웃고 위로하며 공연을 준비한다. 공연을 한 달 앞두고 지휘자가 사라져 위기에 처하지만 연습 때마다 핀잔을 주던 식당 주인을 설득해 지휘자로 데려와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친다.

기타를 치는 시간만큼은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기타동아리 회원들, ‘이 세상에 내 자리는 없는 것 같다’며 슬퍼하는 취업준비생, 만년 과장 신세로 만날 직장 상사에게 깨지기만 하는 직장인처럼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노래로 들려준다. 시민배우들은 함께 노래하며 “평범하고 작고 약해보이는 우리지만 모두가 그 무엇보다 귀한 하나의 소우주”라며, “소우주들이 함께 손을 잡고 신나고 멋지게 살아보자”고 말한다.

‘놀이터’에서 생활예술팀장을 맡으며 본 공연의 기획총괄을 맡은 최진숙 씨는 “처음에 공연을 함께 준비했지만, 직장의 이직이나 건강상의 문제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끝까지 완주를 하지 못한 분들이 많이 생각나 아쉬운 마음이다. 각자의 일상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따로 내야 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공동 작업을 하며 최선을 다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 매일을 열심히 살고 있지만 두근거리지 않아”라는 가사처럼 먹고 사는 데 쫓겨 치이기만 하던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했던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이지만 이제는 문화예술을 통해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하는 시민배우들. 어쩌면 완벽하거나 뛰어난 배우들이 아니라 힘든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친근한 시민배우들이기에 관객들에게는 더욱 큰 응원과 위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취미와 취향을 가진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동아리들의 연합인 ‘놀이터’는 올해로 20년째 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에 활동 중인 동아리 이외에도 직접 동아리를 결성하여 ‘놀이터’의 모임공간에서 활동을 진행할 수도 있다.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의 카페에서 ‘놀이터’(자세히보기 ▶)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 김진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