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진용
범진용은 지난 몇 년간 꿈을 기록하고 관찰하며, 그것을 일기로 재현하고 그림으로 각색해 왔다. 그는 꿈속의 다중적인 인물들과 관계가 모호하고 경계가 불분명한 서사들을 조립하거나, 일관성 없는 사건들을 나열하여 밑도 끝도 없이 연이어지는 서사의 연쇄들을 만들어낸다.
그의 최근 작업은 일상에서 만난 풍경들을 마음 속에 응축된 심리적인 에너지와 밀착시키고 환각적인 장면이나 꿈속의 풍경을 중첩하여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실재하면서 부재한, 객관적이면서 주관적인, 현실도 꿈도 아닌 둘이 교차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직조된 풍경이 나타난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할 작업들은 버려진 공원과 도시 하천을 무대로 하고 있다. 인적이 드문 산책로는 관리가 부족한 탓에 잡초들이 무성하게 ‘잘’ 자라있다. 방치되어 황량해진 공간과 공존하며 억척스럽게 질긴 생명력으로 성장해나가는 풀들이 온통 꿈틀대며 출렁이고 진동하는, 생이 가득한 풍경을 연출할 계획이다.
작가노트
황량한 장소에 꿈틀대며 일렁이는 풍경을 표현한 풀 시리즈는 버려진 공원, 도심하천 등이 배경이다. 사람들이 머물다 떠나가 버린 공간은 폐허가 되어, 녹슬고 기울어진 구조물 위에 잡풀들만 무성하다. 시간흐름에 따라 색과 모양을 바꾸며 자라나는 잡풀들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와 같다.
꿈을 기록하고 관찰하여, 꿈속의 다중적인 인물들과 관계가 모호하고 경계가 불분명한 서사들을 조립하거나, 일관성 없는 사건들을 나열하여 밑도 끝도 없이 연이어지는 서사의 연쇄들을 만드는 꿈 시리즈 두 개의 연작들은 분리되어 진행되기도 하고 서로 섞여 현실도 꿈도 아닌 둘이 교차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직조되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