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요즘 어느 책방에 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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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러 어디에 가는지, 책에 대한 정보를 어디에서 얻는지, 전과 달리 이 두 가지 질문에 대답하기가 어려워졌다. 요즘은 책을 사러 대형 서점에만 가는 것도 아니고, 책을 소개받는 특정 매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달리 말하면 이제는 대형 서점과 주요 일간지를 통해 책에 대한 정보를 얻고 구매하기에는 독서 욕구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 것이다. 책을 사고 읽는 행위 외에도 책이라는 매체를 소비하는 모습도 꽤 달라진 것 같다. 문장을 필사하는 책이 나오고, 책방이 전시와 공연을 겸하는 복합 공간인 곳은 물론, ‘북스테이’라고 숙소를 겸한 책방도 있다. 굳이 새 책을 고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중고 서점에 재고가 있는지 확인하는 건 필수적인 절차다. 책을 접할 수 있는 동선이 점차 바뀌고 있다.

책을 찾아보는 동선이 바뀌고 있는 인천의 독자라면 눈여겨볼 만한 서점이 있다. 동인천 카페 두 곳과 도원역 부근의 편집 매장에 세들어 있는 세든서점은 인천에서 유일하게 독립출판물을 취급하고 있다.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 위치한 ‘나비날다’ 서점은 배다리 안내소 역할도 하고 있는데 중고책과 새책을 모두 취급하고 특히 환경과 자연, 생태에 관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신포동 문화의 거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송학동의 ‘행복하여라’ 책방은 카페를 겸한 공간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여행, 예술, 인테리어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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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부터 베스트셀러까지 다양한 책이 구비된 일반 서점에 비하면 적은 규모이기는 하나, 위 서점 세 곳의 특징은 주인장이 즐겨보고 추천하고 싶은 책들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는 하루에 한 권만 판다는 서점도 있다는데, 한국에서도 이러한 소규모의 특색 있는 서점이 생겨난 것은 그리 생소한 일만은 아니다.  <건축신문> 16호(2016. 1)에는 서울의 동네서점 4백여 곳 중에서 독자와 소통이 활발한 54곳이 꼽혔고,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2015)의 부록인 ‘전국 작은 책방 지도’에는 70여 개 서점이 실렸다. 이 둘만 합해도 전통적인 의미에서 서점으로 기능하는 곳을 포함하여 120여 개가 넘고, 소규모의 전문성/특색을 가진 서점이 전국에  1백여 개 가까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서점을 비롯한 출판시장의 크고 작은 변화를 ‘큐레이션’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려 한다. 문화 콘텐츠는 대체로 생산-편집-유통의 과정을 거치는데, 그 중에서 큐레이션은 편집(선택)에 속하는 영역이다.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것을 일컫는 때가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콘텐츠의 기획(생산) 단계에서 큐레이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 대표적인 사례가 독립출판이다. 독립출판이 기존의 출판물이 비교적 다루지 않은 주제를 제작자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담아내기에 최적의 형태가 된 것은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주제에 대한 큐레이션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재 출판과 서점 계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변화인 독립출판의 약진과 소규모 서점이 늘어나는 현상은 큐레이션 즉 콘텐츠의 편집(선택) 영역이 앞세워진 형태인 것이다.

인천의 독립출판으로는 남동구에 작업실을 둔 6699press와 1인 출판사 소와다리를 소개하려 한다. 6699press가 출간한 총 6권 중에서 <여섯>이라는 책은 게이 6명이 이성애자 친구 6명에게 커밍아웃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 권 더 꼽으면 <느릿느릿 배다리 씨와 헌책 수리법>이 있다. ‘느릿느릿 배다리 씨와 헌책 잔치’에서 헌책 수리법을 정리해 비치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여섯>의 지나치다 싶은 솔직함과 <느릿느릿 배다리 씨와 헌책 수리법>의 헌책에 대한 애정을 느끼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에는 독립출판이라는 형태를 통해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온전히 내게 전해졌는지를 되돌아본다.

소와다리 출판사는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초판 복각본을 발간했다. 처음 출간됐을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는 표지와 활자 들을 보면 말쑥한 장정의 현대적 디자인이 깔끔하게 딱 떨어져 갖게 되는 아쉬움이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한다. 소와다리 출판사의 대표 김동근 씨는 초판 복각본의 아이디어를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서 얻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헌책방에서 오래된 표지와 활자 들을 접하면서 단순히 초판본의 복제품이 아니라 옛 디자인이 가진 가치를 재조명하는 큐레이션이 반영된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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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이라는 형태에 담아, 소규모 서점은 책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전하고 있다. 보통의 독자들이 앞에서 소개한 서점과 출판사들의 책에 만족할지는 의문이다. 세든서점의 책들은 나를 포함한 2명의 운영자가 직접 골라 추천하는 책들인데, 무엇보다도 ‘잘 알지 못하는 책이 누구에게 필요한지’를 짐작하는 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고 권하고 싶은 책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좋아하는 책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까? 책 목록과 실물만으로 한계를 느낀 것이 올해 초 한 달 반 동안 세들었던 중구 신생동 철물점 시절이다. 사람들이 이 책들에 관심이 있을지도 궁금했지만, 사람들을 설득하고 서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공간을 어떻게 다양하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시도가 부족했다. 운영자 입장에서 서점은 독자를 만나는 데 매우 친밀한 공간으로 그들의 취향을 좀 더 세세하게 파악하고, 그들이 어떤 책 또는 상품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곳인데, 운영하기에만 급급했던 건 아닐까 아쉬움이 남는다. 세든서점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앞에서 언급한, 특히 서점들도 아직까지 공간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기에는 미숙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서점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서점에 책이 많지 않아도 너무 놀라지 마시고 주인장이 추천하는 책은 무엇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를 살펴보시기를 권한다. 한 편의 공연이 관객과 만나야 완성되듯, 책 한 권도 독자의 눈길과 손길 없이는 생명력을 얻을 수 없으니 말이다.

김우영(편집자, 세든서점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