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음악으로의 편안한 여행
소파사운즈 인천 (Sofar Sounds Incheon)

지난 4월 27일 목요일 저녁, 소파사운즈 인천(Sofar Sounds Incheon)의 다섯 번째 공연이 열린다는 구월동의 공간 쿠니를 찾았다.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공연을 찾을 때면 언제나 낯선 기분이 들지만, 소파사운즈의 공연을 찾는 건 조금 더 낯설었다.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공간이 아닌 새로운 공간에서 공연을 연다는 것과, 그 날 공연할 뮤지션이 누구인지 모른 채 공연장으로 향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자주 다니던 길을 따라 공연장을 찾으면서도, 멀리 낯선 곳으로 여행을 온 것 같은 설렘이 함께했다.

공연장에 도착하자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따뜻한 조명 아래 기타를 매고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공연장은 캄캄했고 입구에서는 야광 팔찌를 나눠주고 있었다. 청년들만 공연을 보러오겠다고 생각했지만 40, 50대 관객들도 꽤 눈에 띄었다. 이 날 공연의 장르는 일렉트로니카 음악. 일렉트로닉이라고 하면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외치던 EDM만 떠오르는 내게는 너무나도 생소한 장르였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악기가 아닌 기계를 만지며 노래하는 가수, 그 옆에서 음악에 맞춰 영상을 만드는 VJ, 자유롭게 먹고 마시며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낯설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한 분위기에 홀린 듯이 빠져들었다.


소파사운즈는 런던에서 처음 시작한 공연으로, ‘Songs From a Room’의 줄임말이다. 런던의 한 디렉터가 펍에서 음악을 듣다 너무 시끄러워 음악에 집중을 할 수 없자, 누군가의 집에 뮤지션을 초대하는 형식의 공연을 만든 것에서 시작했다. 소파사운즈가 여타 공연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시크릿 라인업’이다. 당일 공연할 뮤지션의 라인업을 당일 공연에 와서 확인할 수 있다. 매번 비슷한 음악을 찾는 관객에게 새로운 장르의 음악과 뮤지션을, 매번 비슷한 관객을 만나는 뮤지션에게 새로운 관객들을 만나게 해주기 위함이다. 이날 두 번째 순서로 공연을 선보인 YESEO는 ‘공연에서 나를 모르는 관객들과 만나는 것이 처음이라 어떻게 들릴까하는 걱정이 컸지만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소파사운즈 인천의 공연을 관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하나, 매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올라오는 소파사운즈 인천의 공연 소식을 찾는다. 둘, 공연 소식과 함께 올라오는 신청 링크를 통해 공연 초대를 신청하고 초대장을 기다린다. 셋, 초대장이 날아오면 보증금 만 원을 입금하고 공연에 참여한다. 보증금은 무료 공연을 신청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관객을 막고 더 많은 관객에게 공연을 관람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공연 당일 돌려받을 수 있다. 공연 초대를 신청한 모두에게 초대장이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공연을 꼭 관람하고 싶다면 유료 티켓을 구매하여 초대를 확정할 수 있다.


이날 공연을 찾은 김지은 씨는 페이스북의 홍보를 통해 소파사운즈 인천을 찾았다. 평소 소규모 공연을 좋아해 자주 보러 다닌다는 그는 부천에 살며 인천의 공연을 자주 찾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형식에 흥미를 느껴 공연 초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공연 중간 쉬는 시간, 소파사운즈 인천의 스태프 한 명이 그에게 맥주 한 캔을 건넸다. 혼자 공연을 찾은 함께 온 사람들과 음식과 술을 즐기며 공연을 관람하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홀로 공연을 찾은 관객이 혹시 불편하지는 않을까 맥주 한 캔과 함께 말을 건네며 어색함을 풀어주려는 운영진의 배려였다.


소파사운즈 인천은 기존의 소파사운즈 공연 형식에 인천만의 색깔을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천의 특색을 나타내거나 알려지지 않은 공간과 인천에서 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찾아 관객에게 소개한다. 매 공연마다 소량으로 판매하는 유료 티켓과 드물게 들어오는 기부금이 수익의 전부인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매달 새로운 공간과 아티스트를 찾아 공연을 꾸리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번 공연의 경우 아마추어 아티스트를 위한 대관 사업을 운영하는 쿤컴퍼니에서 공간을 제공하고 실비를 지원했다. 소파사운즈 인천의 한명화 총괄팀장은 ‘공연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관객들에게 새로운 공간과 음악을 소개하고 아티스트에게 새로운 관객을 만나게 해준다는 공연의 취지가 보람을 느끼게 한다’고 답했다.


낯선 공간에서 만나는 낯선 음악. 하지만 내 집 안방에서 콘서트를 즐기는 듯한 편안한 분위기. 소파사운즈 인천의 공연은 계획 없이 떠난 여행에서 멋진 풍경을 마주한 것처럼 들뜨고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것처럼 설레는 공연이었다. 소파사운즈 인천은 여섯 번째 공연을 5월 27일 토요일 저녁 일곱 시, 상상카페에서 진행하며 공연초대 신청은 5월 21일까지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 )를 참고하면 된다.

 

글/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진아
사진/ 소파사운즈 인천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