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도 부군당굿, 20년 만에 부활하다. – 강화군 교동도 부군당굿 현장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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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강화군 교동도 부군당(府君堂)은 한국의 가장 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연산군(燕山君, 1476~1506)과 그의 부인 신씨(愼氏)를 신체로 모시고 있습니다. 부군당제는 조선시대 각 관아(官衙)에서 신당(神堂)을 두고 아전(衙前)과 서리(胥吏) 등 하급 관리들이 마을 주민과 함께 지낸 제사로, 조선 후기 한강변의 상업 발달과 함께 이를 관리하던 여러 관청에서 집중적으로 행해졌습니다. 인천 도서지역 가운데 유일한 교동도의 부군당은 역사적, 민속적 가치가 높고,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난 5월 15일(일)에 진행된 부군당굿은 큰 의미를 지닌다 하겠습니다. 한편, 교동도 부군당의 명칭은 한국 내 여타 지역과 달리 ‘부근당(扶芹堂)’이라고 적습니다. 즉, 도울 부(扶), 미나리 근(芹), 집 당(堂)자를 쓰는 것인데, “정성을 다하여 남에게 선물이나 의견을 올리는 마음”을 나타내는 사자성어 헌근지성(獻芹之誠)에도 미나리가 보이듯, 교동도의 부군당은 연산군에게 정성을 다해 제물이나 마을을 올린 당집이라고 여겨집니다.

3~5년마다 3~5일이 걸려 진행되는 큰 굿이었던 교동도 부군당굿은 1996년을 마지막으로 그 명맥이 끊겼습니다. 읍내리 부군당에서 열린 굿을 주관하는 무당 주정자는 4대째(정씨 할머니, 2대 독고개만신 1885~1981, 3대 숯고개만신 1919~1988) 교동도에서 무업을 하면서 1996년 부군당굿을 마지막으로 주관했으며, 그 이전에도 3차례 부군당굿을 한 경험이 있는 분입니다. 강화교동굿보존회 회장이기도 한 주정자 무당은 현재 교동도 내 무속인의 고령화로 무업이 중단된 상태에서 유일한 전통 계승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굿거리마다의 방대하고 토속적인 내용과 교동도 지역주민을 어우를 수 있는 공수, 춤과 몸짓 등은 그녀가 교동도 4대에 걸친 무속인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여겨집니다.

교동 읍내리에는 부군당 외에도 사신당(使臣堂)이 있습니다. 사신당은 고려 때 송나라 사신들의 안전한 바닷길 왕래를 위해 모신 당집인데, 현재는 임경업 장군 탱화가 걸려있고, 어민들이 풍어의 신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읍내리에서는 과거 부군당을 ‘큰집’, 사신당을 ‘작은집’으로 여기고 각 집마다 추렴하여 함께 굿을 거행했는데, 이번 부군당굿도 마찬가지로 오전에는 부군당에서, 오후에는 사신당에서 굿이 거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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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당굿은 지난 5월 1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교동도 읍내리 부군당과 사신당(남산포 위치)에서 열렸습니다. 당주 무당은 교동도 무업을 4대째 잇고 있는 무속인 주정자(54)씨가, 조무는 강화도 박수무당 전광재(74) 씨가, 악사로는 주순덕(장구), 유광수(장구), 조순례(징), 임기택(피리), 박설(피리) 씨 등이 참여했습니다. 20년 만에 재연되는 부군당굿 소식을 듣고 읍내리를 비롯한 교동 일대 마을주민들은 물론 언론과 학계 전문가들도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이날 부군당굿은 오전 10시, 무당 주정자 씨가 부군당의 연산군에게 먼저 예를 갖추는 것으로 시작, 교동향교와 화개산으로 가는 동서남북 장승을 맞는 ‘장승거리’거리로 진행됐습니다. 이후 모든 부정을 물리는 거리인 ‘벌부정’, 맑을 정기를 가진 산천의 신신을 모시는 ‘산천거리’, 부군당의 부군대감, 부군할아버지를 모시는 ‘부군대감거리’가 펼쳐졌습니다. 한 거리가 마칠 때마다 무당은 마을 주민들에게 공수를 주었고, 사이 사이 흥을 돋기 위해 막걸리를 동네 어른들께 따라주기도 했습니다. 교동굿은 굿거리와 공수의 사설이 길어 영감한 무당이 아니라면 굿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인데, 무당 주정자 씨의 사설과 기예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전 1시, 부군당과 200m 떨어진 남산포구 인근 산기슭의 사신당에서 마을태평과 풍어를 기원하는 굿이 이어졌습니다. 사신당에서는 사신대감을 위한 ‘사신대감거리’를 하였는데, 이때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마을 선주 대부분이 참여해 결국 바다에 조업에 나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사신당에서 굿거리를 마치고, 남산포구에서 무당이 마을 주민들에게 공수를 내린 후 흥겹게 노는 ‘신장대감거리’와 여러 잡귀잡신을 대접해 보내는 거리인 ‘마당거리’가 펼쳐졌고, 마당거리는 강화도에서 공수를 제일 잘한다는 박수무당 전광재 씨가 담당했습니다. 오후부터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굿판과 어우러진 마을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로 흥에 겨웠으며, 교동도에서 수 십 년을 살아온 주민들도 오랜만에 부군·사신당굿을 본다는 기쁨을 마음껏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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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동도 부군당굿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1996년 단절된 부군당굿을 20년 만에 재연한 것 그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닙니다. 현재 한강변의 상업 발달 지역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인천 도서지역 중 유일한 교동도 부군당굿은 역사, 문화적,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하겠습니다.

둘째,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교동도 부군당굿은 이번 행사로 문화계, 학계, 언론계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교동도 주민들도 문화적 자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굿을 참관한 모든 이들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셋째, 인천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교동도 부군당굿은 재단의 사업 취지와 부합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인천의 지역문화 발전에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됩니다.다만 행사를 5월에 진행하다보니 굿을 참관하느라 주민들 생업(농사와 어업)에 지장을 주었다는 점이 아쉽고, 추후에는 2~3월에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됩니다.

넷째, 교동도 부군당굿이 가진 사설의 내용과 춤, 동작 등은 추후 종교적 의례의 차원을 벗어나 창작문화예술로도 발전할 수 있다고 기대되는 바 후속 조치가 필요합니다.

※ 강화 교동도 부군당굿은 2016년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의 예술표현활동지원 전통 분야에 선정되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정연학 학예연구관이 현장을 다녀와 남긴 생생한 보고서를 공유합니다. 앞으로도 인천문화통신 3.0에서 인천 지역의 문화예술현장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정연학(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