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 8기 입주 작가 ‘플랫폼살롱’

“반갑습니다.” 새로운 입주 작가들을 만나는 자리


‘살롱’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헤어살롱’, ‘뷰티살롱’과 같은 미용실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요즘은 미용실이나 다과점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하지만, 살롱이라는 단어는 본래 객실이나 응접실을 뜻하는 단어였다. 17-18세기에는 귀족 부인들이 응접실을 개방하고 다른 귀족들과 문인들을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하고 작품을 읽으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던 사교모임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이후에는 문인뿐만 아니라 미술가들이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미술작품을 소개하고 서로 비평하는 자리로 발전했다.

지난 3월 29일 오후 2시,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 2층에서도 살롱이 열렸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샹들리에까지. 18세기 프랑스에서 열리던 살롱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듯 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의 ‘플랫폼 살롱’은 8기 입주작가 프리뷰 전시 <2017 IAP 단편선>과 함께 진행하는 행사로, 이제 막 입주한 작가들이 본인의 작업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대중 또는 다른 입주작가들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플랫폼 살롱’의 첫 날이었던 당일의 주인공은 시각예술 분야의 강주현 작가, 범진용 작가와 공연예술 분야의 서영주 작가였으며, 인천아트플랫폼 이영리 큐레이터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맨 처음 발표를 진행한 강주현 작가는 사진과 드로잉을 통해 경험한 감각을 담아낸 작업들을 소개했다. 작가는 제주도 바닷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라며 느꼈던 자연에 대한 감성을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사진 한 장에 담아내기는 역부족이라고 느꼈다. 대신 ‘사진조각’, ‘사진드로잉’과 같은 새로운 방식을 통해 사진을 변형하고 재구성하여 자신이 감각하고 경험한 대상을 구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감각에 초점을 맞춘 작가는 오감을 느끼는 직업을 가진 운동선수, 미술가, 요리사 등을 인터뷰하였으며, 사진을 촬영하고 인화한 뒤 잘게 잘라 이어붙이는 형식으로 <DUPE-STYLE>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후 사물의 움직임에 초점을 두고, 움직임을 과학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애니메이션에서 연속동작으로 움직임을 보여주는 방식에 착안하여 선을 통해 움직임을 표현하는 설치 작업 <SKIN SUIT>을 진행했다. 그는 피부가 감정을 가장 마지막으로 드러내며 타인을 마주하는 가장 첫 번째 부분이며, 사진이 대상을 만나고 포착하는 순간이 피부와 같다고 인식했다. 또한 <떨어지는 의자> 작업에서는 드로잉의 결과물을 수많은 중첩을 통해 입체로 만들고 떨어지는 행위, 움직임을 표현하기도 했다. 버려진 오브제를 작은 선 단위로 쪼개 움직임을 표현하는 일련의 작품들을 보며 한 관객은 ‘몇 개월간의 수고로운 작업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섬세한 그의 작업에서 노동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범진용 작가는 20년간 꿈 일기를 써오면서 마주한, 현실에 없는 인물들과 이야기를 작업으로 연결했다. 초기에는 유화를 이용하여 꿈속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을 표현하거나 자각몽(루시드 드림)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렸다. 이후에는 도시 하천이나 폐쇄된 공원 등 현실 속에서 버려진 공간을 포착하여 꿈속의 인물들을 현실 공간에 배치해보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는 보통 어두운 내용의 꿈을 작업으로 연결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적인 소모가 크기 때문에 현실의 버려진 풍경을 그리며 작업의 균형을 맞춘다고 말했다.

8기 입주작가로 이날 ‘플랫폼 살롱’을 방문한 김순임 작가 역시 꿈을 소재로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같은 소재로 작업한 범진용 작가의 작품들에 대해 김순임 작가는 ‘꿈의 스토리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기억이 날아가기 전에 급하게 키워드를 적거나 드로잉으로 기록하고는 한다. 꿈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범진용 작가의 작업과 공통점이 있지만, 범 작가의 작업은 즉각적인 꿈의 기록이라기보다 콜라주의 방식으로 엮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서영주 작가는 공연예술 분야 입주작가로, 지난해 인천아트플랫폼에 3개월 간 단기 입주했던 것을 계기로 올해 1년 더 인천에서의 활동을 이어가게 되었다. 작가는 통증과 상흔을 주제로 일관성 있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초기작 <페이퍼맨의 추락>에서 만든 종이인형을 지속적으로 작품에 등장시켜 자신을 대변하고 관객을 만나는 매개로 사용한다. 종이라는 재질이 지니는 연약함과 불안정함을 자아를 드러내는 데에 적합한 요소로 보았다. 작가는 무대 위의 퍼포먼스 뿐 아니라 공연 영상을 촬영하고 재구성하거나 설치 작업으로 연결하는 등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할 계획이다.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시작해 공연예술 작업을 하고 있는 서영주 작가에 대해 동료 작가들은 ‘한 가지 분야를 선택하지 않은 채 경계가 모호한 작업을 이어간다면 각각의 분야에서 완성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다’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영주 작가는 ‘<다뤄지지 않은 상흔>에서 설치와 퍼포먼스를 동시에 진행한 것이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퍼포먼스 이후의 설치작업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하는 이번 1년 동안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정확히 짚어주셨다. 작업의 장르에 대한 분류는 이미 하고 있고, 이제 선택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플랫폼 살롱’은 단순히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관객들, 동료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발전적인 작품 활동을 모색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플랫폼 살롱’은 오는 4월 14일까지 매주 수, 금요일 오후 2시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 2층에서 진행되며, 매 회 3-4개 팀이 한 시간씩 작품소개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진행한다. 8기 입주작가들의 프리뷰 전시인 <2017 IAP 단편선>은 오는 4월 30일까지 이어진다. 관람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글/ 김진아 문화통신3.0 시민기자
사진/ 인천아트플랫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