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근대 창작 장편소설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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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은 전국 유일의 공공 종합문학관입니다. 근대문학을 중심으로 한 근대 한국학 자료 약 3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 콘텐츠 중심형 문학관이기도 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 자료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문학관에 직접 오셔서 한국 근대문학이 가진 의미와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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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근대 창작 장편소설  「무정」

2017년은 이광수의 「무정」이 발표된 지 꼭 한 세기가 되는 해이다. 춘원 이광수의 「무정」은 1917년 1월 1일부터 6월 14일까지 <매일신보> 1면에 총 126회에 걸쳐 연재된 작품이다. 서양과 일본의 대중소설을 원작으로 한 번안작품들이 장편소설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1910년대 현실에서, ‘경성’과 평양을 배경으로 당시 청년 학생들의 꿈과 이상을 다룬 무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창작 장편소설로 한국 근대소설사를 대표하는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1938년까지 여덟 판을 거듭한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고아 출신으로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학교 교사 이형식과 집안의 몰락으로 기생이 된 박영채, 기독교 장로의 딸로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김선형을 주인공으로 하는 「무정」은 봉건 관습 타파와 자유연애로 대표되는 새로운 결혼관 등을 제시해 당시 청년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작품의 발표 지면이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라는 점과 식민통치를 인정한 상태에서의 조선 민족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보다 입말(구어)에 가까워진 한글 문장과 사실적인 각종 묘사, 짜임새 있는 구성은 1910년대 소설사를 대표하는 획기적인 작품이다.

함태영/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