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성시 인천’의 의미와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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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는 인천시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공간으로서 문화도시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그 일환으로 ‘인천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을 수립 중이며, 중간보고는 지난 11월 4일에 진행됐다. 또한 이에 앞서 지난 10월 18일에는 ‘문화성시 인천’이라는 인천시 문화정책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과 ‘문화성시 인천’은 문화도시라는 궁극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인천시의 의지로 간주된다. 궁극적 가치가 바람직한 문화도시의 최종상태를 의미한다면 현재 인천시가 추진 중인 두 행보는 모두 궁극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바람직한 도구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도구적 가치인 ‘의지’나 ‘능력’은 행동의 최종상태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동기를 부여하며, 이는 곧 ‘보다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궁극적 가치의 최종상태인 문화도시의 실현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인천시 문화정책이 멈춰있었던 적은 없었다. 그동안 많던 적던 문화예술과 관련된 시설들을 위한 투자가 있었고, 다양한 문화예술인을 위한 지원과 문화예술 관련 사업들이 있어왔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성시 인천’의 발표 자체는 문화도시 인천의 꿈을 실현하고 싶은 인천시의 의지의 표명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히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하는 것은 현재 인천시가 제시한 도구적 가치로서의 ‘문화성시 인천’의 내용이 궁극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서 적합한지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정책의 실현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 중에 하나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은 예산이다. 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중간보고 자료에서 광역시 규모의 전체 예산 대비 문화관련 예산 비율을 살펴보면 광주 2.9%, 대전 2.8%, 부산 2.6% 울산 2.5%이고 대구와 인천은 1.6%로 최하위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문화성시 인천’에서 2020년까지 문화예산 비중을 3%로 끌어올리고, 2017에는 우선 2.2%로 상향조정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어, 문화도시를 실현하고자 하는 인천시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문화는 의미의 공유와 실천 그리고 이와 연계된 정신적 과정과 반응으로 구성된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도시는 의미를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는 문화시민이 필요하다. 그러나 충분한 예산과 문화시설이 주어진다고 인천 시민이 저절로 성숙한 문화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시민을 위해 시민들의 문화예술향유능력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문화예술향유기회를 확대해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인천시 담당 부서와 2개의 문화재단이 인구 300만을 대상으로 그 역할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문화도시를 향한 문화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필요조건 중에 하나는 전문인력과 전문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산이 인천과 마찬가지로 최저 수준인 대구는 현재 5개의 문화재단 설립을 앞두고 있다. 이에 비해 인천은 2개에 그치고 있어 예산이 충분하다고 해도 문화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시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문화성시 인천’에서 기초문화재단의 설립과 지원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17년에는 2개의 기초단체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향후 2020년까지 7개를 추가로 설립하고 지원하겠다는 것은 문화시민의 문화주권을 위한 정책의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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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액된 예산과 문화정책의 실효적 거점기관으로서의 기초단체 문화재단 설립과 지원은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필요한 총알과 전술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 문화도시를 위한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궁극적 가치로서의 문화도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문화성시 인천’에서 제시한 문화정책의 지속가능성과 그 정책의 발전가능성 여부는 매우 중요한 평가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2017년 사업으로 제시하고 있는 ‘시민문화헌장’ 제정과 ‘인천문화포럼’ 운영에 대한 제안은 문화도시가 되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시민문화헌장’은 물론 상징적 의미로 그칠 수 있다. 그러나 ‘문화헌장’ 제정은 문화도시를 위한 비전과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제안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철학과 비전의 공유는 예산, 행정, 정책 등 다양한 도구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가장 우선시되며, 이것은 곧 실천전략으로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성시 인천’에는 그밖에 많은 궁극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적 가치제안들이 들어 있다. 제시된 도구적 가치들을 모두 수긍하고 찬성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적 가치의 우선순위의 범주에 있어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수긍하기 어려운 도구적 가치제안들은 논의의 과제로 남겨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견은 궁극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요건 중에 하나다. 문화주권을 위한 ‘문화포럼’ 사업이 실천된다면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이견들이 수렴되고, 구체적인 정책실천과정에서 수정되거나 보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김상원 / 인하대학교 문화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