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합창의 발원지, 세계로 뻗어 나가다-2016 인천아시안유스콰이어 2016.10.28~29, 신도 및 송도 트라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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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이라는 근대 역사현장의 중심이었던 인천은 그에 부합하는 ‘최초’의 기록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 종교와 스포츠, 예술의 분야에서 인천은 최초의 기록들이 꽤 많은데, 무엇보다 기독교인들의 시선에서 인천은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그야말로 ‘성지’와도 같은 역사를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교사 아펜젤러가 한국으로 들어와 선교를 하면서 한국 최초의 개신교회로 불리는 내리교회가 1885년 그 역사를 시작했고, 1889년에는 제물포에 성당이 창설돼 1890년대로 넘어가면서 이 성당이 지금의 답동성당으로 자리잡았다. 또 한국 최초의 성공회 교회이자 현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51호이기도 한 내동교회 역시 이들 교회와 비슷한 시기인 1890년에 창설돼 지금까지 그 역사를 함께 하고 있다.

이러한 개신교와 천주교 등이 들어왔다는 사실에서 매주 주일성수(예배)를 하는 기독교인들이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합창’이라는 음악예술의 형태 역시 인천에서 그 발자취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다. 흔히 ‘세계 4대 종교(불교,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라고 불리는 종교들 가운데서 기독교는 특히 음악에 대한 관심과 경제력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기독교의 교회들은 수많은 클래식 음악가들 및 대중음악 뮤지션들을 키워내는 바탕이 되기도 했는데, 합창 역시 이는 예외가 아니다. 특히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교회들이 예배마다 구성하고 있는 ‘성가대’는 인천뿐만 아니라 한국 합창의 중요한 모태가 되어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내리교회와 여기서 갈라져 나온 율목교회(지금은 없어짐) 등의 교회 성가대들은 어린이부와 성인부 할 것 없이, 전국 합창대회 같은 게 있을 때마다 출전하면 1~2위가 기본이었을 정도로 인천 합창의 자존심을 지켜 오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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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앞서 언급한 율목교회에서도 1960년대 4년여 간 성가대 지휘를 했던 바 있는 윤학원 음악감독은 모두 동갑(1938년)인 나영수(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이 그의 딸이다), 유병무 등과 함께 한국 합창계의 거목인 동시에, 지금까지도 인천의 합창 인프라를 이끌어오고 있는 인물이다. 34년 간 선명회 어린이 합창단과 이후 대우합창단 등을 지휘하면서 이들 단체들을 세계적인 위치로 끌어올렸던 그는, 지난 1995년 ‘사실상 해체’ 상태나 다름없었던 인천시립합창단에 부임해 단기간에 이를 정상화시킨 것은 물론, 수년 후에는 인천시합을 세계 유수의 합창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연주단체로 비상시켰다.

그의 부임 후 인천시립합창단은 불과 2년여 만에 벨기에의 IFCM 창립 15주년 기념 세계 합창제와 오스트리아 유로파 칸타타 등을 시작으로 1999년 이어지는 유럽 순회공연, 2005년 미국 4개 도시 순회공연 등은 몇 년 전까지 와해 상태에 있던 합창단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극찬을 받았다. 특히 지난 2009년 ACDA(미국 합창 지휘자 협회)의 초청 공연에서 첫 곡부터 시작해 전 곡 연주에서 기립박수를 받던 순간은 인천 합창계 역사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으로 꼽힌다. 때문에 지난 2014년 그가 인천시합에서 퇴임을 발표했을 당시 수많은 지역사회와 문화계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으며, 그중에는 “과연 그만한 인물이 지휘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까지 했다. 다행히, 후임으로 김종현 지휘자가 부임해 윤 감독의 업적을 충실히 계승하면서 인천시립합창단은 아직도 순항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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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합창단을 그만 둔 이후로도 자신의 사립 합창단인 ‘윤학원 코랄’과 전국 CTS 어린이 합창단(약 40여 단체)의 기획 등으로 오히려 더 바쁜 나날을 보냈다는 윤 감독은, 최근 인천문화재단과 ‘아시안 유스콰이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오랜만에 인천에서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인천문화재단이 ‘섬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합창을 통해 지역 시민예술활동을 활성화시키자는 의도로 윤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고, 이를 윤 감독이 쾌히 수락하면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인천에서 세계로’의 방향이 아닌, ‘세계에서 인천으로’의 방향을 잡으면서 지역사회에서 적잖이 화제가 됐었다. 그리고 그 방향에 대한 방법은 아시아 각국에 있는 유능한 청년들을 인천으로 불러 모으면서 1차적인 완성을 봤다. 한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와 싱가폴,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의 6개국에서 모인 청년들은 외모와 언어, 심지어는 사상도 각기 다른 친구들이었지만, 윤 감독이 추구하는 ‘화합의 정신’ 아래 1주일 간 강도 높은 합숙 훈련을 통해 합창이라는 매개 하에 하나가 됐다.

10월 28일 인천 섬 신도 소재의 세신수련원, 그리고 이튿날인 29일에는 송도국제도시의 트라이볼에서 아시안 유스콰이어는, 불과 1주일 트레이닝을 받은 친구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탄탄한 팀워크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전 인천시합도 선보인 바 있는 독특한 구성의 ‘Missa Brevis(반딧불 미사)’를 비롯해 익살스런 퍼포먼스가 추가된 ‘Go! Classic’, 그리고 윤 감독과 함께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 작곡가 우효원 등이 힘을 보태 재탄생된 한국 가곡들의 향연은 10만 원이 넘는 일류 클래식 무대에 버금가는 수준의 결과를 도출해 냈다. 더군다나 전 세계에서 모인 이들 단원들이 프로 뮤지션들이 아닌, 현재 20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라는 점은 윤 감독의 세계구급 기획력과 통솔력 등을 쾌히 입증했다고 봐도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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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은 향후에도 섬 예술사업의 일환으로 이 유스콰이어 프로젝트를 지속할 뜻을 밝히고 있다. 합창을 통해 인천에 평화와 이웃의 개념을 심어주고자 하는 윤 감독의 염원은 개인의 염원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지역의 염원일 수도 있다. 합창이라는 매개로 온 동네가 사이좋게 지내고 좋은 일을 나누겠다면, 생각이 비뚤어진 사람이 아닌 바에야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이는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권역에도 그 의도를 알리고 확대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작업이기도 하다.

윤 감독에 대해 한 가지 더 짚고 언급할 것이 있다. 지역사회에서 ‘최고’라 꼽는 그의 업적은 비단 인천시합의 활동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인천 각 동네에 심어 긍정적인 결과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합창의 모토를 통해 동네에 이웃의 개념을 확고히 하고 적극적인 커뮤니티를 조성토록 ‘동 단위 합창단 만들기 운동’ 등의 활동을 이어 오며 사회에 긍정적인 요소를 첨가하고 있다. 또 윤 감독 혹은 그와 함께 하거나 그의 뜻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인천의 합창 인프라는 상당히 좋은 면모를 구축하고 있다. 각 구마다 합창단이 활동을 하고 있고 공무원들이 합창단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는 것은 물론, 민간 합창단체의 활동 역시 비교적 활발한 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 영역에서 활동 중인 인천남성합창단과 인천장로성가단 등을 비롯해 부평기독남성합창단, 여성문화회관합창단, YMCA합창단과 YWCA합창단, 인천복음선교합창단 등은 인천의 합창계를 주름잡고 있고, 윤 감독이 과거 율목교회에서 지휘를 했을 당시 반주자로 활동했던 유호희 선생을 비롯한 윤 감독의 후배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인천기독선교합창단은 내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창단연주회를 계획하고 있는 등 그야말로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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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감독은 “합창은 혼자 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면서 다른 사람의 소리를 꼭 들어봐야 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라는 의미를 중요하게 삼게 되는 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합창이 다른 어떤 예술 장르보다도 협력적이고, 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인천에 ‘이웃사촌’이라는 개념이 사라져 가는 지금, 합창을 통한 ‘이웃사촌’의 복구는 우리 인천에 꼭 필요한 일이다. 이러한 작업이 인천은 물론 타 지역 그리고 타 국가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길 바라며, 그러한 지역 혹은 국가 간 교류를 통해 인천이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자랑하길 바란다. 인천문화재단의 이번 ‘아시안 유스콰이어’ 프로젝트는 바로 그 부분에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글, 사진 / 배영수 (인천in 기자,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