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만의 ‘숨’과 ‘가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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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천의 문화적 가치, 혹은 재창조라는 이야기를 상당히 많이 듣고 있다. 이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증대되고 있는 것,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한 사람(1)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다. 인천의 문화적 가치는 무엇인가. 그 주제가 상당히 추상적이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 ‘문화공작소 세움’에서 수행했던 ‘인천의 토속음악 수집 프로젝트’의 경험을 토대로 인천 ‘흔적 읽기’로서 토속음악 수집이 갖는 의미와 발전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인천의 토속음악 수집 프로젝트’는 인천의 시대상이나 생활사가 나타난 토속음악이 있을까? 인천의 지리적 특성 및 이를 반영한 인천 특유의 어요, 농요, 노동요는 무엇일까? 타 지역과 차별화된 인천의 전통음악이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풀기 위한 작업으로, ‘문화공작소 세움’이 2013년부터 수행해 온 프로젝트이다. 또 지역의 토속음악은 전통음악이라는 보존 당위성 이외에 지역의 도시사와 시대사, 지역적 문화예술이 망라된 중요 유산이라는 점에서 연구․전승되어야 하고 이러한 점에서 인천의 토속음악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이를 발전시켜 현대적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무모한 사명감(?)으로 진행한 사업이기도 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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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선행 연구를 위해 관련 서적을 찾고 인터뷰를 다녔다. 인천과 서울의 헌책골목을 뒤지고 보존서고와 관련 단체에 잠자고 있는 자료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책으로는 인천의 토속음악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특히 관계자들의 인터뷰 결과와 고증이 쉽지 않은 구술 채록의 특징으로 ‘인천의’라고 붙일 만한 토속음악이 존재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나 관련 연구를 수행한 선배님들의 작업과 조언을 기반으로 우리는 ‘연구’보다 ‘콘텐츠’의 관점에서 어떤 소리든 채집을 이어왔다. 많은 보존회와 굿판을 따라 다녔고, 연수구, 서구, 강화 등 내륙 지역은 물론이고 백령도, 연평도, 덕적도, 대청도, 소청도 등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한편 어르신들을 수소문했다. 그렇게 약 40여곡이 넘는 음악들을 수집했고, 이중 10곡을 추려 현대적으로 음악을 구성하고 재창작하는 작업을 하였다.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서적 『인천의 예술가, 인천의 소리를 보다』와 음반 <인천, Rewind & Rebirth>가 나왔다. 사실 이 콘텐츠적 창작 활동은 관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라디오와 방송에도 소개가 되기도 했었으나, 여러가지 여건상 작업을 확장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타 지역과 전혀 다른, 인천만의 토속음악인가? 어르신들의 구전이 신뢰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통해 특정한 지역, 시기, 활동을 기반으로 한 그들의 음원, 구전을 채집함으로써 인천의 시대상과 음악적 특성을 해석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창작하는 성과를 거뒀다.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인천의 문화적 가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흔적 읽기’와 그것의 확장방안에 대한 노력(고민)을 ‘인천의 문화적 가치 찾기(재창조)의 의미와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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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문화적 가치를 찾는다는 것은 아마 ‘살아있는 생생한 형식’들을 수집하는 것으로, 이러한 흔적의 수집과 해석을 통해 인천을 기억(記憶)하고 재구성(再構成)함으로써 인천이 어떠한 도시인가에 접근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음악을 비롯한 문학, 조형물, 사진 등 인천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문화적 흔적을 발견하고 해석하며 이를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인천의 가치, 인천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3)
흔적 읽기로서 토속음악 프로젝트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화적 가치 확장의 가능성을 갖는다. 첫째는 지역연구로의 확장 가능성, 둘째는 콘텐츠의 현대적 작업을 통해 대중과의 공유 및 경제적 파급효과 창출 가능성이다. 전자는 좀 더 많은 채집과 다양한 접근을 통해 학문적 연구로 발전시킬 수 있다. 토속음악 보유자들을 찾아내고 이들의 구술과 노래에 대한 채록, 녹음, 채보를 진행함으로써 ‘인천 토속음악사’를 발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악의 배경이 되는 향토사와 문화사 등 학제 간 연구를 확대함으로써 지역연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후자는 지역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양질의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더 파급력 있게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타 지역들의 경우, 지역 문화자원의 보존과 이의 현대적 창작 활동 그리고 그 효과를 비즈니스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공업도시였던 울산은 ‘처용(무)’를 중심으로 ‘처용 문화제’를 50여 년간 진행해 왔고, 최근에는 국제적 페스티벌(울산 월드뮤직 페스티벌)로 영역을 확대하여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또한 전통문화를 베이스로 한 현대음악 영역으로 확장, 매년 관련 시장의 해외 관계자 방문이 증가하고 있다. 축제를 통해 지역 문화자원을 공유․확산하고, 기회를 전문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비즈니스 영역으로 효과를 확대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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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인천에서 추진하고 있는 문화적 가치 재창조 사업들도 위와 같은 의미와 효과(인천의 정체성 형성, 확산, 경제적 파급효과 창출)를 위해 기획, 추진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주변을 살펴보면 인천의 문화적 가치를 공유되지 않은 전혀 새로운 것에서 찾거나, 이미 알려진 ‘최초(最初), 최고(最古)’를 재활용하거나, 고증되지 않은 설을 역사로 활용하는 사업들이 많이 있다. 그러한 사업들이 ‘연출된 흔적’을 만드는 가벼운 접근이 아닐까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인천의 문화적 가치는 항상 존재해오고 있었고 그것들은 알게 모르게 새로운 방식으로 형성․발전되고 있다. 그러한 것들을 찾기 위한 노력이 활성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인천의 가치 재창조가 공허한 울림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주변에 있는 의미 있는 문화적 흔적들을 면밀히 발견하고 해석하고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1)필자는 인천에서 15년 정도 예술 활동을 해왔으며, 2011년 ‘문화공작소 세움’을 설립하고 현재까지 대표로 재직 중이다. 단체 운영과 공연 제작, 아티스트 인큐베이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2)물론 주대소리를 비롯하여 인천 각 지역의 도당굿, 갯가노래 등이 인천 토속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몇몇 토속음악에 대해서는 ‘인천의’를 붙일 수 있는가에 대해 논쟁적이었으며, 보존회 등을 통해 전승되지 않는 토속음악이 있을 수 있기에 발굴․보존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특히 인천의 토속음악을 현대적 콘텐츠로 재창작하는 작업은 없었기에 ‘인천 토속음악 프로젝트’는 필요했다.
(3)새로운 지향점을 설정함으로써 지역정체성을 형성할수도 있으나, 최근 인천시에서 추진하는 인천의 문화적 가치 발굴, 가치 재창조 사업을 이미 인천에 있는 가치를 발굴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글 /유세움(문화공작소 세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