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인천문화재단 국제교류기획지원사업 <트라이 밴드 in 트라이볼>
일본 가나자와 시와 인천의 문화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송도 센트럴 파크에서 진행된 이번 공연은 모두 세 팀이 참여해 진행되었다. 2015년 가나자와에서 열린 재즈 스트리트 경연대회 우승팀(나츠미 요시다 쿼텟), 그리고 인천 출신의 뮤지션이 결성한 두 팀(클랜타몽, 오리엔탈쇼커스)이 릴레이 식으로 공연을 펼쳤다.
공연의 오프닝으로 일본 출신의 여성 뮤지션이 더 있었는데 실제 제공된 공연 프로그램에는 하나의 팀으로 함께 표기되어 관객들에게 약간의 혼동을 주기도 했다. 세나 카나라는 이름의 이 여성 가수는 엄밀히 뒤에 진행된 일본 재즈 쿼텟과는 별개의 것으로 완전히 성격도 다른 음악을 들려줬다. 키보드와 어쿠스틱 베이스 여성 보컬의 편성으로 총 세 곡을 소화해냈으며 모두 일본의 기존 대중음악들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는 음악들이었다. 전체적으로 무난하며 맑고 단아한 음성을 가진 가수라는 정도의 인상을 전해주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팀부터 본격적으로 재즈를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일본은 한국과 비교해 월등하게 재즈 시장규모도 크고 또 활동하는 재즈 뮤지션들의 수와 실력 모두 우월한 위치에 있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눈에 띄게 성장한 국내 재즈 신(Scene)의 저변을 감안하더라도 아직 그 격차가 분명히 있는데, 이 팀의 무대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그러한 면을 실감하게 되었다. 먼저 독특하게 여성 트럼페터가 프런트라인에 나와 있는 편성이라는 점도 필자의 시선을 끌었는데, 국내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여성 뮤지션들이 피아노에 치우쳐있는 점을 고려해볼 때 브라스 악기를 선택한다는 점도 그리 흔한 케이스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외적인 면은 이후 이 팀이 들려주는 연주에서 별반 고려의 대상도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일본 본토 전체의 메이저급 경연대회가 아닌, 인구 40만 정도에 불과한 가나자와에서 이루어진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팀의 실력이 이 정도라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었다. 특히 이 팀의 드럼과 베이스 연주가 기대 이상의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 전체 사운드의 토대를 아주 잘 받쳐주고 있었다. 거장 베니 골슨의 명 스탠더드 넘버인 ‘Staplemates’와 자신들의 오리지널 곡들을 함께 섞어 연주했으며 그룹의 오리지널인 세번째 곡에서 이 팀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상당한 테크닉과 힘 있고도 단단한 어프로치를 보여준 베이시스트 이토오 유우지의 워킹과 솔로가 임팩트있게 다가왔으며, 거기에 드러머 슈아키 모토의 날렵한 스틱워크도 자연스레 눈과 귀를 잡아끌게 만들었다. 연주에 대한 관객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필자가 보기엔 이날 공연장 가장 좋았던 팀이 바로 나츠미 요시다 쿼텟이었다) 자연스레 앙코르까지 나왔고 이들은 이에 또 하나의 스탠더드 넘버 ‘Cherokee’로 화답해주었다. 전체적으로 이제 20대 초반의 신인밴드임을 감안할 때 충분히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다고 생각되는데, 다소 아쉽게도 리더인 트럼펫 주자 나츠미 요시다의 존재감이 타 악기 파트에 비해 다소 빈약하게 보였다. 마이크와의 능숙하지 못한 거리 조절은 차치하고라도(차라리 핀마이크가 있었더라면 좀 더 나았을 거다) 좀 더 명료하고 깨끗한 톤에 아티큘레이션을 가졌더라면 이 팀의 연주가 더욱 훌륭히 살아났을 것이다. 하지만 멤버들 모두 이제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이니 만큼 노력여하에 따라 향후 일본 본토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입지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만한 잠재력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두 번째 팀은 국악과 일렉트로닉계열의 사운드가 한데 크로스오버된 팀으로 국내 출신의 클랜타몽이란 그룹이었다. 요즘 국악과 서양 음악의 접점을 찾기 위한 시도가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데 이 팀은 멤버들의 젊은 나이에 걸맞게 좀 더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면을 자신의 음악에 수용하고 또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디제잉, 그리고 태평소, 대금같은 국악기를 함께 다루는 이호윤이란 뮤지션이 음악적 중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곡들도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일정한 리듬패턴을 루프로 돌리면서 국악의 창과 무용이 한데 어우러지는 퍼포먼스와 음악이 함께 결합된 형태의 공연이 진행되었다. 가창을 담당하는 여성 보컬리스트 이수인은 창의 발성과 일반 가요에서의 창법을 곡에 맞춰 함께 구사하는 특이함을 보여줬다. 허나 리듬 메이킹의 단조로움 및 과도한 반복, 거기에 무용과 곡의 가사 모두 일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가 다소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 면이 있었는데 표현의 완성도 및 설득력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런 점은 앞으로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무대를 장식한 팀은 7인조로 구성된 대형 밴드 오리엔탈 쇼커스였다. 기본적으로 업템포의 밝고 그루비한 성향을 가진 팀으로 여성 보컬리스트 김그레를 메인으로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의 기본 세팅에 트럼펫, 트럼본 같은 브라스와 색소폰 같은 혼악기 주자들까지 포진한 개성적인 편성이 시선을 끌었다. 이러한 악기 편성에서 볼 수 있듯 재즈의 스윙에서 펑크(Funk), 레게, 스카와 같은 다채로운 리듬을 자신들의 음악에 포함시켜 공연 내내 몸을 들썩거리게 만들었으며 곡의 멜로디 진행은 가요의 성격도 충분히 담겨져 있어 일반 대중들도 거부감 없이 들을만한 면을 함께 보여줬다. 이미 지난 달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바 있으며 탑밴드 시즌3 출신인 만큼 라이브 무대에서의 연주 호흡에서도 별다른 어색함을 느낄 수 없었다. 마지막 앙코르로 연주한 김건모의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의 감칠맛나는 편곡도 재미있었다. 앞으로의 활동이 분명 기대되는 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공연의 흥겨움과는 별개로 무대 오른편에 있는 모니터 스피커의 노이즈는 잊을 만 하면 발생해 필자의 귀를 거슬리게 했다)
인천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국제교류기획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젊고 가능성 있는 뮤지션들을 서로 소개하고 공유하는 무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필자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런 형태의 지자체 지원 사업으로 진행되는 공연들은 대부분 이미 알려진 기존의 유명 뮤지션들보다는 새롭게 시작하려는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의도가 기저에 포함되어 있다. 그 의도대로라면 결코 마다할 일이 없다. 아니 오히려 권장되고 더 활성화되어져야 할 일이다. 기존의 대중 음악판에서 쉽사리 주목받지 못할 젊은 뮤지션들, 진취적이며 자신의 방향을 그려나가길 원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음악을 펼쳐보일 마당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이런 기획은 당연히 확대되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천문화재단의 이 사업은 그 점에서 성공적인 출사표를 던졌다고 봐도 될 것 같다. 향후 이 기획이 얼마나 초심을 잃지 않고 일관되게 진행되어져 나가는가 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신경쓰면 될 일.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회를 거듭해갈수록 처음의 취지를 망각하고 요상한 형태로 변질되거나 혹은 대중들의 반응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몇번 지속해보지 않고 그만둬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적어도 이곳 송도의 트라이볼에서 진행되는 이 기획만큼은 꾸준하고 흔들림 없이 지속되어져 나가기를 바란다. 그게 재즈이건, 록이건 팝, 국악이건 혹은 월드 뮤직이건 간에 어느 특정장르에 귀속되지 않고 폭넓고 고른 시선을 갖고서 지원을 해나간다면 재능과 열정, 가능성을 지닌 젊은 친구들이 자연스레 이곳에 모일 것이다. 그렇게 하나의 마당을 만들어가는 것. 그게 문화 사업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번과 같은 무대가 지속되어져 나가길 바란다.
글 / 김희준(MMJAZZ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