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가득 신비한 “네네네” 숲으로의 초대: 넌버벌 퍼포먼스 <네네네>
상상가득 신비한 “네네네” 숲으로의 초대넌버벌 퍼포먼스 <네네네> 연출.안무/김민정. 출연/ 조도경. 홍성욱. 이소연.
송용일 (극단 십년후 상임 연출)
2022년 4월 29일 저녁 7시 30분에 연수아트홀에서 <네네네>공연을 관람했다. 연수문화재단에서 기획한 플레잉연수 금요예술무대는 어린이날 100주년 특별시리즈 “동심에 풍덩”이라는 슬로건으로 마련되었다. <네네네>라는 작품은 한국과 스웨덴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문화공작소 상상마루와 스웨덴의 유수의 아동예술단체 지브라댄스(ZebraDans)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공동 제작한 작품이라 소개가 되어 있었다.
연수구청 지하에 마련된 연수아트홀은 약 400석 정도의 규모로 코로나 좌석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었다. 어린이극으로는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린이 관객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입장하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코로나로부터 해방인가 하는 반가움이 들었다. 무료 공연이긴 했으나 코로나에 지친 지역주민들을 위한 연수문화재단의 기획에 박수를 보낸다. 새삼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크라이나 전쟁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의 희생에 가슴이 아팠는데…
공연장에 들어서자 무대는 설치미술을 한 듯한 나무 조형물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들여 만든 조각품 같았고, 보기 드문 무대장치였다. 시각적인 것부터 정성을 들였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공연이 기대가 되었다. 공연은 넌버벌 퍼포먼스 형태였다. 대사가 없이 진행되는 공연으로 주로 몸짓과 소리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인데 아이들이 공연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음악과 함께 공연은 시작되고 무대는 ‘네네네’라는 이름을 가진 신비로운 숲으로 표현되었다. 무대에 등장하는 사람은 3명으로 춤과 마임 등 숙련된 배우들이다. 아침이슬에 깨어난 숲속 동물들은 우리에게 친숙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로 시작된다. 대사는 네네네 뿐이다. 네네네 만으로 표현했을 뿐인데도 객석 아이들은 그 놀이를 잘 알고 있는 듯 모두 즐거워한다. 술래가 돌아보면 멈추고, 도망가고, 잡히고. 또 다른 배우가 술래가 되고… 스웨덴과의 합작 공연이라 했는데… 왜 이 놀이를 넣었을까?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된 “오징어게임”을 아이들도 본 것 일까, 외국아이들도 이 놀이를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연은 배우들의 몸짓과 나무에 달려있는 오브제를 사용하여 합치고 풀어지고 하면서 원숭이, 기린, 등 숲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표현하였다. 소리와 몸짓만으로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만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마치 문제풀이 소리치며 즐거워한다. 전반부는 특별한 사건이 없이 신비로운 숲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네네네> 공연 모습 |
숲속의 시간은 오후로 넘어가면서부터 조금 난해해지기 시작한다. 넓은 바다로 인도하는 애벌레 모습. 바다 속에서 사는 여러 가지 물고기가 뛰어 노는 모습, 놋쇠그릇을 치며 소리로 소통하는 모습. 배를 타고 가는 모습, 등 배우들의 움직임은 쉴 틈 없이 여러 내용들을 표현 하면서 이야기가 전개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좀 어려웠을까? 객석은 조용해지고 하나 둘 조는 모습도 보인다. 너무 빠른 전개. 반복되는 음악. 아이들 눈높이에서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좀 벅찬 느낌이다. 사물을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다른 각도에서 보면 또 다른 형태로 보여 지고, 생각을 바꾸면 다른 의미로 보여 진다는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듯 보였다. 어쩌면 이 공연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작품이다, 란 생각이 들었다..
문득 <네네네> 공연 제목이 처음에는 <노노노>란 “안 돼”라는 부정의미를 긍정의미인 <네네네>로 바뀌었다는데 왜 그랬을까? 아름다운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주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대사 없이 진행되는 공연이라 내용을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다. 그런데 갑자기 배우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아마 연출도 객석의 반응을 아는 듯 대사로 약간의 설명이 필요 했으리라 짐작된다. 배우들의 대사가 들어오면서 객석은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약 40분 남짓한 공연은 막을 내리면서 끝난 듯 보였는데… 마이크를 잡은 배우가 다시 등장하면서 관객과의 대화가 시작 되었다. 공연에서 보여주었던 움직임들에 대한 모습들을 물었다, 이 모양은 무엇을 나타낸 것일까요? 아이들은 저마다 생각한 것들을 말했다. 그리고 설명을 해주었다.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하여 느끼게 해주고자 하는 것이 본 공연의 의도 같았다. 배우가 표현한 움직임을 따라 함께 해보면서 객석 분위기는 고조가 되었고 그렇게 막을 내렸다.
<네네네> 공연 모습 |
<네네네>는 연출과 안무를 맡은 김민정의 고뇌가 엿보이는 공연이었다. 시각적 미학을 추구한 무대와 의상이 인상적이었고 배우 3명만으로 무대를 채운 노련한 움직임은 오랜 연습의 결과일 것이다.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공연이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공연장을 나오면서 공연을 전체적으로 다시 연상해보았다. 연극의 기본요소인 갈등이라는 소재를 넣어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글/사진 송용일(宋鏞日. SONG YONGIL / 연출 겸 무대미술가)
극단 십년후 상임연출
뮤지컬/김구-가다보면. 성냥공장아가씨 등
연극/ 소문. 아름다운축제. 애관등 다수
경기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활동 연혁>
* 2000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졸업 (연극전공)
“무대미술의 한국적 양식화”- 창극 춘향전을 중심으로 논문발표.
* 2001년 일본 일본대학교 연극영화과 객원연구원 수료.
* 2003–2007년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연극과 겸임교수(4년)
* 2007–2008년 중국 연변대학 연극과 초빙교수(1년)
* 2009—2012년 인천대학교 출강.(4년)
* 현 극단“십년후” 대표및 상임연출.
* 제 3회 대한민국연극제 : 신포동 장미마을 은상수상 (2018년)
* 제 1회 대한민국연극제 “ 배우우배” 은상수상(2016년)
* 제24회 전국연극제 “사슴아 사슴아” 대통령상. 연출상 수상(2004년)
* 인천 연극제 연출상 및 대상 수상 (5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