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가 윤미류

이름: 윤미류(尹美柳/Miryu Yoon)

출생: 1991년

분야:시각예술(회화)

인천과의 관계: 레지던시(아트플러그 연수) 입주작가

작가정보:  홈페이지(miryuyoon.com), 인스타그램@miryuyoon023

이메일: miryuyoon@hotmail.com

학력
2018 서울대학교 서양학과 석사 졸업
2016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21 Not Walking at a Consistent Pace, Plan C, 전주
2018b> PIPE; HOLE; BASEMENT, 상업화랑, 서울
주요단체전
2022 전북청년 2022, 전북도립미술관, 완주
2022 I Always Wish You Good Luck, 아트플러그 연수, 인천
2021 그리고 라이브, 문래예술공장, 서울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대학원 졸업 후에는 화방에서 잠깐 일을 했다. 평범한 화방 같지만, 사진관과 디자인 사무소와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겸하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의 시간을 자주 회상하는데, 가장 흥미롭다고 느낀 것은 온갖 사람들이 가져오는 다양한 이미지를 다루면서 타인의 아주 사적인 부분을 들여다볼 기회였다. 각자의 이유로 생성되고, 편집되고, 보존되고, 복제되고, 아껴지고, 폐기되는 이미지를 보며, 이미지에 얽힌 개인의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이미지의 위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또한, 이미지를 단서로 그것과 연관된 사람들을 미세하게 추적하곤 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들의 시간, 관계, 사건, 감정은 어떠한 모양일지 생각했다.

주변에 대한 목적 없는 관찰과 상상이 일상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와 어떻게든 접점이 있는 것, 특히 시각적으로 다가오는 것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외국에서 적당한 공간과 재료를 갖춰 유화라는 매체를 쓰는 게 어려워서이기도 했지만,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취미를 들인 스냅사진이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그림을 그리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대표작이라기보다는, 포트폴리오에 먼저 들어가는 것이 그곳에서 만난 목수 부부와 그들의 작업장을 그린 <The Studio> 시리즈이다. 사흘간 함께 지내며 본 것을 그리기 위해 일 년을 보냈다. 눈앞의 익숙하지만, 또 낯선 형태들에는 무언가 아름답고 흥미로운 면이 있다고 느꼈고 그것을 평면에서 다시 찾고자 했다.

Not Walking at a Consistent Pace, 2021 Not Walking at a Consistent Pace, 2021 Woodwork, 2020

2.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어떤 일이 벌어지는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도 내가 그 중요한 순간에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래 간직할 장면이나 말의 무게를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하다가 종종 한발 늦게 깨닫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 기록을 자주 하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이 쌓여서 나중에 영감이라고 부를만한 무언가가 되는 듯하다. 작은 끄트머리라도 잡고 있던 것들, 놓치지 않고 모으고 쌓은 것들이 이러저러한 조합으로 화면에 드러나는 편이다.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 또한 관객의 입장에서 다른 그림들에 감탄한다. 어떤 그림이 매력적인 이유를 다양하게 찾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여러 이유의 총합으로도 결국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내가 페인팅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인 듯하다. 그렇게 ‘좋은’ 그림을 보면 작가 개인의 모습에 대해서도 상상한다. 이 부분에서는 어떻게 붓을 잡았을지, 화면에 무슨 레이어를 먼저 그렸을지, 여러 붓질 사이에 머뭇거리는 구간은 어디일지에 대한 상상이, 평소 어떤 것을 읽고 듣는지, 그림 다음으로 몰두하는 게 무엇인지, 자주 하는 기록의 형태가 글인지 그림인지, 무뚝뚝한 성격인지 또는 가끔 누구를 웃기기도 하는지 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생각으로 한동안 누군가와 그의 그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다른 사람도 내 그림을 보고 비슷한 상상을 할지 궁금해진다. 내 그림을 통해 직관적인 ‘좋음’의 감각을 전하면서도 모종의 호기심을 갖게 되는 경험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Little Drops, 2021

4.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확고한 작업 방향이랄 것은 없다. 내가 관심을 갖는 큰 틀과 관련하여 생겨나는 예상치 못한 방향을 어쩌면 기다리고 반긴다. 최근에는 대상을 중심으로 떠올리게 되는 사적이고 추상적인 감각의 비중이 커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은유적으로 보여줄 방식을 고민했다. 대상을 두고 생각한 세부적이면서도 또 모호한 키워드를 구체적인 상황으로 이어본 것이 동생을 모델로 두고 그린 그림이다. 내게 고유한 한 장면이지만 동시에 어딘가에 있을법한 이야기의 한 토막으로 보이는 이미지들을 생각해보고 있다.

Green Ray Ⅰ, 2021 Green Ray Ⅱ, 2021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인천 하면 바다가 떠오르겠지만, 바다에 대해 확실히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수학여행 가는 배에서 내려다본 새까만 바닷물이 주는 압도감이라든지, 심해체험이라며 끝없이 스크롤을 내리면서 상상하게 되는 미지의 공간이 주는 아득함이라든지. 하지만 인천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인천대교를 건넜던 게 꽤 인상적이었다. 가늠할 수 없는 면적의 공간 한가운데를 속력을 갖고 가로지르는 쾌감이라는 것. 그러면서도 쉽게 변하지 않는 바깥의 풍경이 내가 느끼는 감각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알게 해주는 것. 사실 자연으로부터 어떤 감흥을 느낀다는 것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일부러 특정 장소를 찾고, 공간에 특별한 애착을 갖는 게 나와는 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걸 이해할만한 변화가 짧은 몇 년 사이에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그림에서의 변화도 있었다. 2021년도의 그림은 계곡을 배경으로 한 것이었는데, 그림의 장치로 물을 쓰게 되면서 물과 관련된 여러 기억과 감각을 떠올렸다.

It Forms, Flows, and Falls, 2021

The Play of Light on the Surface,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