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가치재창조 사례 – UPPs와 URBACT 사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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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항상 성공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성공적이라는 도시들도 그 성공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사람에게 생애 주기가 있듯이 도시도 마찬가지다. 산업혁명 이후 청년기처럼 왕성하게 성장하던 유럽의 도시들은 국제 경제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쇠락의 길을 걷게 되면서 도시공간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그들의 도시 미래의 비전을 ‘문화도시’로 설정하고 있음을 종종 접하게 된다. 유럽의 도시들이 지향하는 ‘문화도시’란 기존 성장 중심 도시에 대한 반성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인천도 현재 문화도시를 위한 ‘문화도시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토론이 있지만 문화도시 인천에 대해서 말하고자 할 때 ‘문화’에 대한 개념적 범주에 대한 혼란으로 인해 논점이 흐려지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문화’란 도대체 무엇인가? 왜 우리는 문화도시를 꿈꾸는가? 어떻게 문화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문화’에 대한 이론적 정의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사전적으로 ‘문화 Culture’는 ‘자연 Nature’의 의미대립쌍으로 간주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간단하게 정의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문화’는 ‘인간에 의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난 모든 것’이고, 반대로 ‘자연’은 ‘있는 그대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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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손이 닿은 것은 문화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자연이라고 볼 때, 수많은 문화는 모두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문화가 무엇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문화들 중에 ‘어느 것이 더 가치가 있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해진다. 모두가 자신의 문화가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주장할 수 있으나, ‘가치’란 상대적 개념이다. 장기판의 장기 알은 모두 그 기능과 역할을 가지고 있으나, 장기 알의 가치는 그 위치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인천의 가치를 재창조’하고자 한다. 이 당면한 과제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치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도시 인천을 향한 가치재창조의 우선 순위는 어떤 기준을 근거로 삼을 수 있을까? 이 해답은 유사한 고민을 했던 유럽 도시들의 시도들 속에서 시사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유럽은 EU공동체로 통합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 Sustainable Development’이란 슬로건을 문화도시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채택했다. 유럽연합의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주도하고 있는 ‘시범도시사업(Urban Pilot Projects: 이하 UPPs)’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UPPs 1차 사업은 1996년까지 진행된 도시재생사업으로, 14개 회원국의 503개 도시들이 경쟁하여 33개 도시가 선정되어 진행된 사업이고, 그 성과를 토대로 2차 사업에서 26개 도시가 선정되어 1999년까지 진행되었다. 이 사업의 선정기준으로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발전 계획을 척도로 삼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현재 3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URBACT란 이름으로 UPPs의 성과를 공유하여 다른 도시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UPPs와 URBACT 사업전략의 일환인 ‘생태성’, ‘사회성’, ‘경제성’이란 세 가지 원칙은 그저 세 요소가 충족되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도시의 ‘발전’을 위해서는 곧 ‘생태적인+사회적인+경제적인’ 요소들이 상호의존적인 교집합 형태로 작동할 때 가능하며, 또한 이 3가지 요소들 역시 우선순위 원칙에 따라 ‘생태성’, ‘사회성’ 그리고 ‘경제성’ 순으로 위계를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UPPs와 URBACT 사업은 유럽의 쇠락한 도시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사회적 활동’, ‘치유’, ‘예방’, ‘교육’을 통해 ‘자립적’이고 ‘생산적’인 속성을 도시에 부여하기 위한 사업이다.

우리는 인천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책의 우선 순위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때 문화도시 인천을 위한 ‘가치재창조’는 매우 의미있는 정책적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상원 / 인하대학교 문화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