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창작공간 아트플러그 연수: The Beginning

예술창작공간 아트플러그 연수: The Beginning

이주경(연수문화재단 문화사업팀)

연수문화재단에서는 지난 10월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예술창작공간 아트플러그 연수(APY: ArtPlug Yeonsu Artist residency)를 개관했다. 본래 이곳은 1992년에 세워진 ‘가천인력개발원’으로 의료 종사자 양성 기관으로 운영되었다. 의료 관계자 연수원으로 운영된 이후 약 10여 년간 비워져 있던 공간을 연수구에서 2020년 말부터 2021년 5월까지 리모델링을 진행하여 현재 아티스트 레지던시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아트플러그 연수가 위치한 연수구 옥련동은 송도유원지가 가장 호황이던 1980~90년대와 맞물려 한때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시기를 지나, 현재는 그 당시의 활발하고 때론 화려했었던 기억을 가진 구도심의 풍경을 안고 있다. 예전 구 송도유원지와 인접해 있던 이 공간을 많은 분들은 아직 가천인력개발원으로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아트플러그 연수는 다시 한번, 아티스트 레지던시만의 독특하고 유연한 방식으로 예술을 통해 인천 연수구 옥련동 도심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아트플러스 연수 전경 Ⓒ연수문화재단

국내에서 예술가의 창작 작업 공간으로써 아티스트 레지던시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며 시작되었다. 이후 대안공간의 증가와 폐산업 시설 재생 모델 사례가 늘어나며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지자체 및 민간에서 그 수요와 공급이 증가하여 한때, 약 150여 개의 레지던시가 운영되기도 하였다.

국내 창작스튜디오의 이러한 양적 증가는 예술계 특히 시각 예술계에 건강한 환류와 예술가의 안정적 창작지원의 기반이 되었지만, 약 30여 년간의 국내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행보와 그 이면을 돌아보면, 여전히 창작공간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엇갈린 시선들이 존재한다. 창작스튜디오의 의의를, 해당 존재 가치의 수적 환산에 의한 당위성에 대입해 보는 관점으로 단순 치환해 버리는 관점이 여전히 적지 않게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확산에 대한 방법론과 개념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대신, ‘아트플러그 연수’가 국내 레지던시 후발 주자로서 2021년 하반기 개관을 준비하며, 어떠한 지점에서의 고민을 시작으로 이번 파일럿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지면을 통해 공유하며 단편적이지만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역할과 의의에 대한 지역과 예술계의 입장과 시선을 바라보고자 한다.

기관의 성격과 미션에 따라 해당 레지던시의 역할과 목표는 상이하지만, 대체로 지자체 주도의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공공성에 대한 당연한 의무와 더불어 예술가의 창작지원을 기본으로 입주작가들의 직접적 참여를 통한 지역 내 문화예술의 확산이라는 조금은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운영된다. 실제 그러한 목표를 위해 표면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입주작가 지역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러한 프로그램이 물론 긍정적 효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이는 앞에서 언급한 국내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 중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여러 가지 사례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물론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특징 중 하나인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정주함을 목적으로 해당 레지던시가 있는 지역에 일정 기간 거주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 내 예술적 순환, 교류, 확산에 대한 실효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창작스튜디오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며, 운영주체는 이를 위해 레지던시 프로그램 작동에 대한 본질적 구조와 이해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아트플러그 연수는 고민의 지점을 지역성과 순환·교류라는 관점으로부터 시작하여, 프로그램의 다양한 지점을 실험하고 방향성을 정립하기 위해 ‘창작분야’와 ‘프로젝트&리서치 분야’로 나누어 2021년 파일럿 입주작가를 선발하였다.

2021입주작가 김민석 전시전경 2021입주작가 윤미류 전시전경
<2021 ARTPLUG: The Beginning> 전시전경 (아트플러그 연수, 10.22.~11.28.) Ⓒ연수문화재단

예술창작공간의 기본 프로그램인 창작분야 입주작가 운영을 통해 예술창작공간으로서 시설의 공간적 정립과 그 역할에 대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기 위해 시범 운영 중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창작공간 본연의 역할인 예술가의 안정적 창작지원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연구하고 준비하려 한다. 이와 더불어 아트플러그 연수의 지역적 역할에 대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위해 기획자 레지던시인 프로젝트 분야를 선발하였다. 창작공간의 지역연계 과제와 레지던시 네트워크 및 자발적 순환에 대한 목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풀어가기 위해 올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 중이다. 예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이번 프로그램은 두 가지 측면으로 운영되는데, 자율 주제 프로젝트 지원과 연수구와 연관된 리서치 프로젝트 지원이 있다. 국내에는 기획자의 아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아트 프로젝트는 동시대의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며 때론 시대적 메시지를 담아낸다. 아트플러그 연수는 프로젝트 입주분야의 운영을 통해 다양한 기획을 실현할 수 있는 장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유연함과 실험성을 확대하고자 한다. 또한 연수구 문화자산에 대한 ‘현대화’를 통해 인천 연수구의 지역성 및 공동체성의 예술적 해석과 더불어 지역 문화자산의 지속 가능한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

아트플러그 연수 2021입주작가 아카이브 ‘랜-딩 페이지’ 프로젝트 프리 리서치
<2021 ARTPLUG: The Beginning> 전시전경 (아트플러그 연수, 10.22.~11.28.) Ⓒ연수문화재단

현재 아트플러그 연수에서는 개관전을 겸하여 2021년 파일럿 입주작가 프리뷰전 <2021 ARTPLUG: The Beginning>(10.22.~11.28.)을 개최하였다. 이번 전시는 2021 입주작가 프리뷰전으로 창작 6팀의 작업과 프로젝트 2팀의 프리 리서치를 보여준다. 전시 제목 ‘The Beginnig’은 예술창작공간으로 새롭게 변모한 아트플러그 연수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을 제시하고 실천하기 위한 시작임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 참여 작가는 8팀으로 창작분야 김민, 김민석, 윤미류, 이현우, 전장연, 정기훈 작가의 작품과 프로젝트분야 랜-딩 페이지(이현인, 조근하, 오타하루카, 타케마사토모코), 이정은 작가의 프로젝트 프리 리서치를 살펴볼 수 있다. 이번 2021년 프리뷰 전을 기점으로 아트플러그 연수에서는 여러 논의와 제의, 동조와 이견, 실행과 교차가 날것 그대로 오고 갈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동시대 예술의 풍경을 대면하는 예술창작공간으로 시대적 관계의 틀을 새롭게 조직하고자 한다. 올 한 해 지역사회와 예술계에 유의미한 지점으로 작동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이주경(李周暻, LEE Ju Kyeong)

이주경은 예술경영 석사 졸업 후 축제조직에서 공연기획과 폐산업시설 문화 재생공간 개관 프로그래머와 다년간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기획 업무를 경험했다. 현재는 인천 연수문화재단 문화사업팀 차장으로 근무 중이며, 연수문화재단 예술창작공간 <아트플러그 연수> 개관 및 레지던시 프로그램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