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임진예성포럼, 남북역사문화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다
제4회 임진예성포럼,
남북역사문화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다
정민섭(인천문화재단 평화문화예술교류사업단)
임진예성포럼은 안정적, 지속적 남북역사문화교류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인천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단, 중국 연변대학교 조선반도연구원 등 3개 기관이 창립한 정기 국제 학술 포럼이다. 포럼의 주제는 인천·경기지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북한 황해남·북도 및 개성, 남포지역의 유무형 문화자산 등에 대한 학술적 비교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2018년 포럼 주제는 ‘고려의 대외교류와 세계유산 개성역사유적지구 유적 비교’였으며, 2019년은 ‘남북한 중세 왕릉의 세계유산 교차 확장 등재 가능성 검토’가 주제로 다루어졌다. 한편, 2020년에는 연변대 연구진의 북한현지조사를 중심으로 한 <황해남도 역사문화 조사연구 사업>이 추진되었다. 이에 3회 포럼은 ‘황해남도 문화유산 조사연구를 위한 예비적 검토’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다만,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인해 연변대학교 관계자의 포럼 대면 참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사전 녹화 영상으로 참여를 대체하기도 했다.
이상의 세 차례 개최된 임진예성포럼의 성과를 토대로 2021년 제4회 포럼은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황해남·북도 유·무형 문화자산의 현황’을 주제로 개최했다. 특히 무형유산에 대한 검토를 중심으로 기획하게 되었는데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는 <황해남·북도 역사문화 조사연구 사업>에서 유형유산 뿐만 아니라 무형유산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루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남북의 역사문화교류는 대부분 유형유산을 매개로 진행되었다. 이는 유형유산이 명확히 남북 한 간의 연계와 동질성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진행된 임진예성포럼은 유형유산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2021년 인천, 경기문화재단과 연변대는 이러한 편중을 극복하고 황해남·북도 역사문화 조사연구 사업과 학술포럼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무형유산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게 되었다.
<제4회 임진예성포럼> 현장 모습 |
둘째는 북한 내부의 무형유산에 대한 정책과 제도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비물질문화유산에 대한 보존·관리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조선민족제일주의와 관련한 체제 우월성 선전, 주민 교양, 대외적으로 유네스코 무형유산을 통한 국제적 동참 등 여러 이유가 거론되기도 한다. 그런데 북한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비물질문화유산 중 황해도 지역의 비물질문화유산은 인천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이는 한국전쟁 시기 인천으로 이주한 황해도지역 피난민에 의해 황해도 일대 무형유산이 전승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제4회 임진예성포럼에서 북한의 황해남·북도지역의 비물질문화유산과 인천의 무형유산과의 교류 가능성을 검토하고자 했다.
이에 제4회 임진예성포럼은 「1900년 전후 황해도 해주백자의 제작배경과 양식」, 「황해도 굿의 특징과 전승현황」, 「교류와 매개로서 문화유산-황해도 지역의 비물질문화유산과 인천·경기지역 간 교류와 협력」, 「북한의 비물질문화유산 부각과 의미」 등 총 4개의 주제발표 및 토론을 진행했다.
「1900년 전후 황해도 해주백자의 제작배경과 양식」에서는 20세기 들어선 시기 국가가 생산하던 도자기 생산시설인 분원이 폐지와 민영화를 겪은 과정을 살폈다. 그리고 해주백자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옹기와 백자 결합한 화려한 해주백자의 모습은 당시 어떤 시대상황을 반영하는지에 대해 확인했다. 「황해도 굿의 특징과 전승현황」에서는 분단 이전 시기 황해도 굿의 특징과 분포 현황 및 분단 이후 황해도 굿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았다. 「교류와 매개로서 문화유산-황해도 지역의 비물질문화유산과 인천·경기지역 간 교류와 협력」에서는 2010년대 북한의 비물질문화유산 정책의 변화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범위가 확장되는 황해도 일대 비물질문화유산의 현황을 확인했다. 그리고 황해도 일대 비물질문화유산과 인천과의 연계 검토를 통해 비정치적인 무형유산을 활용한 교류 가능성도 함께 검토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비물질문화유산 부각과 의미」 에서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비물질문화유산 관리 현황과 그 특징 그리고 비물질문화유산이 강조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종합토론을 통해 개별 주제발표와 관련하여 황해남·북도의 유·무형문화자산의 연구과제와 더불어 남북교류의 매개로서 무형유산의 가능성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2021년 임진예성포럼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많은 시민과 연구자들이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포럼에서 논의된 주제발표와 토론의 성과는 결코 작지 않았다. 우선, 지금까지 각론적으로 논의되었던 인천과 황해남·북도가 공유하고 있는 무형유산의 현황과 조사연구 성과를 정리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한, 북한의 현재 비물질문화유산 정책 방향을 확인함으로써 앞으로 인천과 북한과의 무형유산 교류 토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는 다양한 인천형 남북역사문화교류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평화문화예술교류사업단은 앞으로 제4회 임진예성포럼에서 도출된 다양한 무형유산들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남북역사문화교류사업의 폭을 확대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정민섭(鄭珉燮, Min-sup Jung)
인천문화재단 평화문화예술교류사업단 대리. 역사고고학[성곽] 전공. 인천역사문화센터 연구원을 거쳐 현재 평화문화예술교류사업단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인천의 다양한 평화자산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평화자산에 대한 문화예술적 해석과 활용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