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플랫폼 입주예술가: 양지원, 윤지영, 임형섭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소개
인천아트플랫폼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공모로 선발하여, 창작 공간을 지원하고 입주 예술가의 연구와 창작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프로젝트 발표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 12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양지원 YANG Jiwon

양지원은 드로잉 작업을 기반으로 설치, 텍스트, 사운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드로잉이라는 매질을 이용해 자신에게 익숙한 그리기, 쓰기와 같은 행위를 수행함으로써 어떤 대상(글자)의 형태가 지닌 조형적/언어적 요소를 변주시키고 이를 통해 원래의 것과는 다른 무엇인가로 파생되어나가는 이미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씨앗, 산책, 관찰, 언어, 글자, 춤, 소리, 시, 침묵, 궁창, 공간, 분위기,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 노트 안에 늘어놓은 단어 중 일부이다. 이 단어들은 최근 몇 년간의 전시를 통해 드러났고 알게 모르게 지금도 작업 안에서 작동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유년 시절부터 미술교육을 받아왔기에 그린다는 행위가 친숙하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하여 생각해보면서 그리기라는 행위에 숨겨진, 무언가 놀라운 시원을 찾아가려는 듯한 마음의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일상에서 그리고 쓰는 행위(글쓰기가 아닌 쓰기)를 반복하는 스스로를 관찰하면서 일종의 쓰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기와 쓰기, 그림과 글자, 글자와 언어, 언어와 소리’가 현재 나의 화두라고 말할 수 있겠다. 글자의 형태를 살펴보며 그것을 조형적, 언어적으로 변주하고 글자의 기존 기능을 벗어나 다른 어떤 기능을 가질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그것은 글자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어떤 요소일 수도 있고, 글자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무언가로, 우선은 ‘이미지’라고 부르고 있다. 당분간은 글자를 불러내어 쓰기와 그리기에 속하지 않는 어떤 이미지의 영역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한지 시도해보고자 한다.

바닥) JWY.D.001.19, 비닐 시트, 가변치수, 2019
벽) JWY.D.002.19, 비닐 시트, 가변치수, 2019
《모음 Moeum》, SeMA창고, 서울, 2019
JWY.D.01.21, 벽 위에 페인트, 목탄, 콩테, 오일 스틱, 가변크기, 2021
《산실 産室》, 인천아트플랫폼 G1 전시실, 인천, 2021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그간의 전시들은 우연히 혹은 공모를 통해 화이트 큐브가 아닌 공간의 특징이 살아있는 전시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모음 Moeum》(SeMA창고, 서울, 2019) 전시가 진행된 SeMA창고의 경우 60년대의 사용 조건을 유지한 전시 공간으로, 나무 조각들이 얼기설기 엮인 천장의 틈새로 강한 자연광이 들어오고 나무로 만든 선반이 벽을 둘러싸고 물리적 특성을 가진 공간이었다. 나는 이 전시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활용하되 작업이 공간을 장악하거나 더 드러내기보다는 마치 원래 있었던 것처럼, 공간 안에 스며들어 어떤 분위기가 생성되기를 바랐고, 그 때문에 재료 선택도 한참을 고민했던 전시였다.
더불어 올해 8월 인천아트플랫폼의 새롭게 조성된 전시장에서 진행했던 《산실 産室》(인천아트플랫폼 G1 전시실, 인천, 2021) 전시는 공간의 물리적 특징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높은 층고의 화이트 큐브에서 벽 드로잉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충분한 설치 기간을 가질 수 있어서 이미지 간의 조율과 편집을 통해, 여러 가지 실험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현재는 드로잉, 사운드, 텍스트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앞으로도 공간적 특징이 있는 곳과 화이트 큐브라는 상반된 공간 안에서 드로잉 그 자체와 드로잉을 기반으로 한 작업을 다양한 매체를 만나 드로잉이 발현되는 가능성을 보고 싶다.

작가정보: jiwonyang.org

윤지영 YOON Jiyoung

윤지영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개인의 삶의 환경으로 주어질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더 ‘잘’ 살기 위해 우리가 취하는 행동양식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감춰져 드러나지 않는 내부 구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작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비대면 소통이 흔해진 현재의 상황이 시공간에 대한 경험과 소통방식을 바꿔 놓았으며 사고와 인식의 방향을 우리 자신의 내부로 향하게 만들었다고 간주한다. 작가는 이처럼 자신의 상태에 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우리가 관계를 맺는 데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환경으로 개인에게 주어질 때, 더 ‘잘’ 살기 위해 혹은 더 ‘나아지기’ 위해 개인이 취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것에 관심이 있다.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감춰져 있는 ‘희생의 구조’나 ‘믿음의 구조’를 드러내는 것에도 주목하여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나는 지금 나를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요즘 어떤 것에 대해 시간을 들여 생각하거나 찾아보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생각을 잇고, 리서치를 하면서 작업을 시작하곤 한다. 주로 입체와 영상으로 작업의 결과물을 만드는 편이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에 맞춰 매체는 정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편이라 말할 수 있겠다.

<Yellow Blues>(2021) 전시전경
《젊은모색 2021》,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과천, 2021(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정효섭 촬영)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대표작이나 대표 전시를 고르기보다는 올해 하고 있는 작업(<Yellow Blues> 시리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상황이 지속되면서 ‘직접 만나서 소통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리의 소통방식이나 사고가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느꼈다. 외부활동이 통제되고 개개인이 격리되는 상황에서 당연시되었던 시공간에 대한 경험을 재인식해야 하는 상황은 인식의 방향이 자신에게 먼저 향하게 되는 것 같다. 이처럼 조금씩 스스로 매몰된 개인이 자기의식 과잉(self-consciousness)의 상태를 겪는 것, 외적 사건과 자신을 끊임없이 연관 짓고 자신의 상태에 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인지나 기억의 왜곡이 생기거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질문에 관한 생각을 지속하면서 이 상황을 함께 겪고 있는 한 개인으로서, 사람의 감정과 감각이 변해가는 과정 자체를 공간적으로 드러내는 다양한 상태의 조각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작가정보: jiyoungyoon.com

임형섭 LIM Hyungsup

임형섭은 듣는 소리로부터 비롯된 감각을 사람의 목소리, 몸의 움직임 등을 통한 다양한 방식으로 시·지각화하여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각적인 부분에서는 선(line)에, 청각적인 부분에서는 사람의 목소리와 소음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의복과 움직임의 관계를 탐구한 작품을 완성하여 가을 중 공연으로 올릴 예정이다. 또한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사람의 목소리를 이용한 오디오비주얼 작업을 새로이 제작하고자 하며, 시각예술분야 작가와 협업하여 선과 공간을 이용한 전시도 준비 중이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소리에 기반을 둔 작업을 한다. 소리에서 비롯된 감각을 오로지 청각으로만 또는 시각, 파동, 몸의 움직임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람의 목소리(육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육성이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높은 악기라는 말은 차치하더라도, 누구에게나 익숙한 재료인 목소리는 매력이 다분하면서 동시에 다루기 어려운 소재이기도 하다. 2010년에 목소리를 재료로 삼아 작업을 시도했지만 참담한 결과물을 받아든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 및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나의 작품 제작과정을 설명하자면, 먼저 어떠한 현상의 체험 또는 생각의 인지를 통해 작품의 개념과 주제의 기본적인 틀을 어렴풋이 구상한다. 이후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구체화하는 작업을 거친 다음,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여 결과물을 완성한다.

woodenman, 오디오비주얼, 7분 58초, 2017
《Monologues》, CICA Museum, 김포, 2020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나의 대표작으로는 <Woodenman for 4CH Audio-visual>(2017)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 화자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숫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태어난 나이와 연도로, 학교에서는 번호로, 군대에서는 군번으로 불리며 구분된다. 숫자가 나를 대체하는 것이다. 작품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숫자가 아니라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개인적으로 두려움을 갖고 있던 사람의 목소리라는 것을 작업의 재료로 다루는 시도를 해 본 작업이기도 하다.
음악과 공연은 시간 예술이다. 일단 시작되면 관객의 시간은 오롯이 공연을 만든 작가나 퍼포머의 통제 하에 놓인다. 이 시간 동안은 관객에게 내 생각과 목소리를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작업 제작에 들이는 시간 역시 나를 ‘온전한 나’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에, 내 작업의 궁극적인 의미는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는 시간을 획득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따라서 나는 다른 수식어 없이 ‘임형섭’이라는 내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자면, 영상 공부에 좀 더 매진하여 영상 작가를 따로 고용하지 않고 개인 작업만으로 영상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 작가에게 제공받은 인터뷰 글을 바탕으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