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청년문화와 예술: 청년에게 관심을 두는 일
인천의 청년문화와 예술청년에게 관심을 두는 일
전효정(2021 인천문화포럼 위원)
모두의 청년2021년 4월 20일. 인천의 문화 의제 발굴과 공유를 위해 인천문화포럼 오픈테이블이 개최되었다. 그 자리에 함께한 19명의 위원들은 자유롭게 각자의 의제를 발표했는데, 그중 다수의 의제가 청년문화에 대한 것이었다. 청년 고독사, 청년문화 관련 직업, 청년들의 사회관계, 청년 지원 활성화 등 이후 의제들을 유목화하는 과정에서 청년문화분과가 만들어졌다. 왜 사람들은 청년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청년이 미래의 문화적 의제를 가진 표상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에겐 그리움으로, 누군가에겐 치열한 고민의 시간으로, 누군가에겐 열정을 온전히 펼치지 못한 아쉬움으로 남아있는 청년. 인천문화포럼 청년문화분과에는 청년의 시기를 거친 사람이거나 청년 당사자인 권근영, 윤미경, 이종범, 전승용, 전효정, 이상 5명의 위원이 모였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인천의 청년문화에 대한 의제를 찾기 위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의미를 찾아서: 청알못 시름×씨름이름은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이다(표준국어대사전).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그 대상에게 의미를 시사한다. 인천문화포럼에서는 각 분과의 성격이 드러날 수 있는 새 이름을 짓기로 했다. 이에 청년문화분과는 청년문화에 대해 비전문가인 위원들이 함께 고민과 생각을 나누면서 의제발굴을 위해 힘을 쏟았다는 의미를 담아 ‘청알못 시름×씨름’(이하 청알못)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새로운 이름은 의제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우리 모임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청알못: 지나온 길 톺아보기인천청년문화에 대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관심을 두어야 할까. 청알못 위원들은 먼저 지난 인천문화포럼에서 청년문화가 어떻게 다루어져 왔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2018년 인천문화포럼 청년문화분과에서 활동했던 당시 담당자 신효진과 위원 정예지를 초대해 지나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를 통해 2017년에 시작된 인천문화포럼, 그리고 활성화되기 시작한 2018년, 청년분과가 폐지된 2019년까지의 활동과 그 활동들이 어떤 흐름을 가지고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50여 명의 청년위원이 함께 활동했던 열정의 순간들과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였는데, 그 후 인천문화포럼을 통해 청년문화정책이 수립되어 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맞이하게 된 분과 폐지가 가져온 아쉬움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되었다. 이처럼 지나온 길을 톺아보는 시간을 통해 청알못이 고민해야 할 방향이 점차 선명해졌다.
시름: 불편함에서 싹 튼 질문들
인천 청년들이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인천 청년 창작자들은 어떤 정책에 기대어 있는가?
인천 청년의 의식주는 어떠한가?
인천 청년의 문화기여도와 인천에 끼치는 상관성과 그 영향은 어떠한가?
청년들이 생각하는 인천은 어떤 이미지인가?
청년들이 생각하는 기성세대는 어떤 이미지인가?
청년들이 되고 싶은 기성세대는 무엇인가?
청년들이 익혀야 할 삶의 적정기술은 무엇인가?
청년들의 다양함과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까?
장년인 나는 청년들에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청년이 인천 청년인가?
청년들이 내적 성장을 할 수 있는 지역축제를 지원할 수 있을까?
청년창작자를 위한 정책에서 느껴지는 행정 언어의 간극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창작자는 무슨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가?
청년 창작자들은 창작만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청년에게 지역문화는 어떤 의미이며, 왜 필요한가?
청년의 안전은 누가 보장해 주는가?
청알못에서 쏟아진 질문들은 ‘인천청년문화’를 중심으로 ‘지역연고에 대한 논의’, ‘청년창작자의 안전과 생계에 대한 논의’, ‘행정언어라는 장벽에 대한 논의’로 모였다.
첫 번째 의제 ‘인천에서 나고 자라면 인천 청년 맞나요?’는 ‘인천 청년’을 정의하다가 인천 지역 연고자에게 신청자격을 주는 공모사업에 대한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인천의 청년창작자들이 서울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타지역 청년이 인천에서 활동하는 경우를 이야기하면서 ‘인천에서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의 참여기준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더 많은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실험의 장이 되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두 번째 의제 ‘젊은이들은 건강할까?’는 청년창작자들의 불안정한 생계에서 비롯된 건강 악화에 대한 불안감에서 발굴된 의제이다. 젊은이라면 으레 건강하다고, 고생을 사서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회풍토에서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고 관심조차 두지 않는 청년들의 생존과 안전에 대한 정책 마련에 질문을 던진 것이다.
마지막 의제 ‘품의가 품위를 지켜주나요?’는 비단 공고문의 용어만이 아니라 증빙 방식, 절차 등 문화 행정 전반에 대한 고민으로 발굴된 의제이다. 고착화된 행정 언어가 청년창작자들에게 큰 장벽이 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 부분이다.
씨름: 매개자의 필요청알못 위원들은 포럼을 마무리하면서 ‘소통의 필요’에 주목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의 여러 세대가 모인 청알못 포럼에서 청년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로 인한 아슬아슬한 충돌의 순간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포럼을 주로 진행했던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청알못의 청년위원들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경직된 분위기가 다소 불편해 보였고, 장년위원들은 언어에 민감한 청년세대에 대한 부담감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소통의 어려움은 청년문화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방해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청년문화활동가와 장년문화활동가의 소통은 반드시 선결해야 할 과제이며 이를 위해 매개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신효진은 인터뷰에서 “청년정책을 주도하는 주인공은 청년들이어야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를 잘 전달해주는 어른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또한, 2021 인천문화포럼을 갈무리하는 자리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성지수(콜렉티브 뒹굴 연출가)는 “발화할 기회는 많지만 결정할 기회에서 배제된 청년은 과연 주체인가? 안전한 공론장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으며, 토론자 문정은(전 광주청년문화센터 센터장)은 “문화에 대한 이해의 이격으로 인한 기성세대와의 갈등 존재한다.”라면서, 양측을 연결할 매개자 역할의 민간네트워크 조직의 필요를 강조했다.
‘진통’에서 ‘진정한 소통’으로청알못 위원들은 인천 청년문화에 대해 앞으로 고민해야 할 것들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앞서 말한 소통과 매개자와 관련해 ‘인천 청년은 어떻게 인천 장년이 되는가?’, ‘기성세대는 청년세대에게 어떤 브리지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함께 청년문화정책을 만들어 갈 방법은 무엇인가?’와 같은 또 다른 질문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렇듯 2021 인천문화포럼 ‘청알못 시름×씨름’은 청년문화와 청년창작자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에서 출발하여 기성세대와의 소통까지 고민해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모쪼록 인천문화포럼이 진통에서 진정한 소통의 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되기를, 더 나아가 창의적 질문으로 확장되는 매개자가 되어 인천 문화정책의 토양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효정(全曉靜, Jeon, Hyo Jeong)
2021 인천문화포럼 위원. 연극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인생의 살 만한 가치’를 전해주는 매개자로 살아가기를 실천 중이다. 문화예술교육은 아름다운 공존과 사람답게 사는 일에 깊이 있게 관여하는 ‘삶을 위한 작업’이 된다는 믿음으로 인천 서구에서 예술로 꿈꾸는 배움터 예술꿈학교 대표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