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바람을 타고,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변화의 바람을 타고,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장은영(인천서구문화재단)

일몰이 아름다운 공간으로 널리 알려진 ‘정서진’은 광화문의 정서쪽에 위치한 나루터라는 의미로 인천광역시 서구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올해로 네 번째 무대를 갖는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은 정서진의 일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클래식 음악 축제이다. 해지는 가을 저녁, 넓은 잔디밭에 앉아 수준 높은 음악을 즐기는 야외형 무대로 시작된 축제는 전염병의 시대를 정면으로 관통하며 새로운 전환의 시대를 급격히 맞이했다.

제2회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2019

늦여름을 배경으로 펼쳐지던 일주일간의 대규모 축제에서, 여름에서 가을까지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축제로 변화했다.1)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던 대규모의 ‘야외 축제’에서, 깊고 풍성한 클래식 음악을 선보이는 ‘음악제’로의 변화를 시도하였다. 메인 프로그램에서 그 변화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개릭 올슨(Garrick Ohlsson)의 피아노 리사이틀 무대인 <전야제>로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 후, 이어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는 솔리스트들이 모인 실내악으로 <개막 공연>을 선보였는데 두 무대 모두 좋은 평가를 얻었다.

국립오페라단과 함께한 <오페라의 밤>에서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하이라이트로 관객들의 신선한 반응을 얻었다. 클래식의 문턱을 낮춘 <피날레 콘서트>에서는, 홍진호(첼로), 존노(테너), 박현수(바리톤), 고상지(반도네온), 김순영(소프라노) 등 클래식 스타와 디토 챔버 오케스트라가 만나 대중적 클래식 곡들을 연주했다. 이 무대는 예매 오픈 1분 만에 매진되고, 온라인 실시간 관람 5천 명을 달성하는 등 국내 클래식 팬들의 많은 호응을 얻으며 인천광역시 서구와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제4회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2021 <피날레 콘서트>

지역에 더욱 깊게 뿌리를 내리기 위한 부대 프로그램들도 풍성하게 준비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클래식 및 크로스오버 연주단체들의 찾아가는 무대 <서로 人 클래식>과 인천의 미래 피아니스트를 발굴하는 <서곶 학생 피아노 콩쿠르>2), 성장 가능성이 높은 어린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대가의 1:1 집중 레슨을 제공하는 <마스터 클래스>, 축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가능성을 함께 토론하는 ‘포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현재 진행 중이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 10월에는 축제의 여운을 즐기는 <앙코르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이 개최된다. 인천 서구의 아파트로 찾아가는 <발코니 콘서트>와 일상 곳곳을 찾아가는 <문화충전소 콘서트>3) 그것인데, 프랑스 샹송, 왈츠에서 재즈까지 보다 넓은 클래식 스펙트럼을 선보일 예정이다.

외연을 확장하기 어려운 시기일수록 내면에 집중하게 된다. 올해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은 그런 의미에서 내실을 든든히 다지는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근거로 축제의 상징성을 드러내는 이미지 작업을 들 수 있겠다. 정서진의 낙조에서 모티프를 얻은 ‘해’와 ‘일몰’, ‘바다’의 흐릿한 경계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순환하고 연결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이는 단절로 대변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대척점에 있는 개념으로, 올해 축제의 주제로 선정한 ‘연결된 우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이미지를 압축하여 축제의 로고가 제작되었는데, 디자인의 일체감을 주고 축제의 상징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차년도 혹은 그 이후의 축제에서 다양한 변주로 이어지며 축제 메시지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제4회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2021 이미지 및 로고

코로나19로 ‘당겨진 미래’를 실감하는 요즘, 무대가 보다 넓은 세계로 확장되었음을 느낀다. ‘극장’ 또는 ‘야외’ 공간이라는 가시적 세계뿐만 아니라, 온라인 세상에서 더 넓게 연결되고 소통하는 새로운 관객들을 만나게 되었다. 온라인-비대면 관객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더 큰 목소리로 축제에 참여하며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지역으로도 한층 더 깊어졌음을 알게 된다. 팬데믹 상황으로 국가 간 물리적으로 단절이 강화되어 해외 연주자 초청이 어려워지면서, 국내의 실력 있는 연주자, 나아가 지역의 연주자들을 발굴해내고자 하는 노력이 확대되었다. 금년에는 단순히 지역을 근간으로 활동하는 연주자들을 찾는 데 그쳤다면, 차년도부터는 이들과 함께 다채로운 무대를 제작하여 인천 서구만의 클래식 축제의 개성을 더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팬데믹으로 손에 잡히는 물리적 관계와 경험이 귀해지면서, 정제되고 수준 높은 경험을 원하는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좋은 음악과 남다른 경험을 원하는 관객들이 점차 증가할 것이다. 지역의 특수성은 귀한 경험이다. 지역에서 끌어올린 메시지가 음악과 축제를 이룰 때 더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참조>

  • 1) 올해는 8월 27일에서 10월 31일까지 인천서구문화회관과 인천 서구의 문화공간들, 그리고 인천서구문화재단 유튜브와 네이버TV를 통해 보다 넓고 새로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 2) <서곶 학생 피아노 콩쿠르>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의해 취소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상당한 인원이 참가 신청을 하여, 콩쿠르에 대한 지역의 높은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 3) <문화충전소>는 인천광역시 서구가 추진하는 문화정책사업으로, 지역의 유휴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여 일상 속에서 구민의 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생활문화 활동 기반을 제공하는 목적을 지니며, 2021년 기준 100곳의 문화충전소가 지정 및 운영되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장은영(張恩永, Jang Eunyeong)

인천서구문화재단 공연예술축제 담당.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 박사과정.
경험하기·글쓰기·걷기에 깊은 관심이 있으며, 축제를 사랑하지만 다양한 시도에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