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문화예술예산 2%를 확보하자

실질적 문화예술예산 2%를 확보하자

김창길((사)인천민예총 정책위원장)

지난 9월 9일 오후 3시 인천광역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아주 이상한(?) <인천광역시 문화예술분야 예산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제목만으로는 여느 토론회와 전혀 다를 바 없을 것 없는, 그냥 식상한 토론회 같았지만 정말 이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 2명은 물론이고 토론자 4명, 토론회 진행을 맡은 좌장, 심지어는 토론에 참석한 소수(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의 인원까지도 모두 단 하나의 다른 의견이 없는 토론회였기 때문이다. 인천광역시의 문화예술예산이 다른 광역시에 비해 현저하게 낮고 절대적으로 문화예술예산을 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 한목소리를 내었다. 어떻게 이런 이상한 토론회가 진행되었는지 토론회를 보지 못한 분들에게 그 전말을 알리고자 한다.

인천광역시 문화예술분야 예산정책 토론회

이 토론회는 인천광역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와 (사)인천민예총이 공동 주관하였다. 발제자는 최영화(인천연구원 연구위원)과 필자가 맡았고, 토론자는 차성수(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도시문화분과위원장), 김재업(인천예총 부회장), 한상정(인천광역시 문화특보, 인천대 교수), 김락기(인천문화재단 경영본부장) 이상 4명이 참여하였고, 좌장은 김성준(인천광역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이 맡아 진행하였다. 그리고 시의원과 문화관광국장 등 시 관계 공무원이 참석하여 진행되었다.

첫 번째 발제는 「7개 특별‧광역시 문화예술예산 비교」라는 제목으로 최영화 연구위원이 진행하였다. 주요 발제 내용은 7개 특별, 광역시의 문화예술예산을 비교하여 총예산 대비 문화예술예산 비율과 인구 1명당 문화예술예산액 등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그 시사점을 지적해 주었고 나아가 문화예술 재원 확보 방안까지 제안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막연하게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외면해왔던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실과 직면해야 했다. 서울특별시를 제외한 6개 광역시 중 최하위의 총예산 대비 문화예술예산 비율 1.24% (6개 광역시 평균 2.25%), 그리고 1인당 문화예술예산액을 보면 그 차이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인천광역시 1인당 문화예술예산액이 고작 36,300원(6개 광역시 평균 73,300원)이라니! 인천시의 인구 1명당 문화예술예산액은 6개 광역시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참담한 수준이다.

2021년 기준 7개 특별·광역시(본청) 총예산 대비 문화예술예산

(단위: 명, 천 원)

구분 총예산 문화예술예산
금액 비중
서울 27,725,766,942 259,937,090 0.94%
부산 10,341,850,972 250,928,825 2.43%
인천 8,586,378,292 106,556,558 1.24%
대구 7,357,200,000 128,391,191 1.75%
광주 4,940,084,563 182,189,592 3.69%
대전 5,776,657,000 115,584,655 2.00%
울산 3,265,264,948 78,229,683 2.40%
평균 9,713,314,674 160,259,656 2.06%

출처: 「7개 특별‧광역시 문화예술예산 비교」(최영화 연구위원 발제 자료)

2021년 기준 7개 특별·광역시(본청) 인구 1명당 문화예술예산액

(단위: 명, 천 원)

구분 문화예술예산 인구 1명당 문화예술예산액
서울 259,937,090 9,558,153 27.2
부산 250,928,825 3,361,781 74.6
인천 106,556,558 2,937,440 36.3
대구 128,391,191 2,395,749 53.6
광주 182,189,592 1,442,482 126.3
대전 115,584,655 1,455,300 79.4
울산 78,229,683 1,125,727 69.5
평균 160,259,656 3,182,376 66.7

출처: 「7개 특별·광역시 문화예술예산 비교」(최영화 연구위원 발제 자료)

여기에 덧붙여 최영화 연구위원은 흥미로운 사실을 언급했다. “인천시의 문화예술예산 106,556,558천 원 중 문화기반시설 관련 예산(문화기반시설 조성, 정비, 운영 등)이 총 53,003,917천 원으로, 전체 문화예술예산의 49.7%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즉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의 절반이 문화기반시설 관련 예산이라는 것이다.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을 분석하면, “시설 운영 외에 인천시가 적극적인 문화정책을 펼치거나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기획·운영하기 위한 사업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그 빈약한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에서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문화예술예산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예술 재원 확보방안으로 여러 대안을 제안했지만 그중에 핵심은 인천시가 문화예술예산을 확대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은 대부분 시비로 편성되어 있다.)

두 번째 발제는 필자가 진행하였는데, 10년간의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을 분석하여 문화예술예산을 실질적으로 늘릴 방안을 논의하는 것과 인천시 문화예술정책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10년간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을 검토하면서 필자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였는데, 문화예술예산 비율이 2012년에서 2017년까지 6년간 1%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발제자가 서로 사전 협의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신기하게도 모두가 인천시 문화기반시설 예산을 별도로 분석하였다. 이는 인천시의 문화예술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문화예술예산을 키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실제로 문화예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실질적 문화예술예산을 높여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10년간 인천광역시 본예산 중 문화예술예산 비율

(단위: 백만 원)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예산총액 7,544,795 6,796,847 7,837,281 7,654,571 8,190,258 8,316,641 6,509,348 7,177,427 8,069,051 8,586,378
문화예술
예산총액
54,809 52,353 57,098 54,482 63,203 82,054 84,865 87,687 102,614 106,556
총예산대비/
문화예산비율
0.73% 0.75% 0.73% 0.7% 0.77% 0.99% 1.3% 1.22% 1.27% 1.24%
문화기반시설
관련예산
33,480 31,819 32,905 31,016 37,728 40,733 44,933 43,650 53,752 53,003
문화예술예산대비/
문화기반시설
관련예산비율
61% 61% 58% 57% 60% 50% 53% 50% 52% 50%
실질적
문화예술예산
21,329 20,534 24,193 23,466 25,475 41,321 39,932 44,037 48,862 53,553
문화예술예산대비/
실질적
문화예술예산비율
39% 39% 42% 43% 40% 50% 47% 50% 48% 50%

※ 문화예술예산총액: 인천광역시 기능별 문화 및 관광 세출 중 체육, 문화재, 관광 제외
※ 문화기반시설 관련 예산: 문화기반시설 건설비용 및 유지비용(문화예술과, 문화콘텐츠과, 도서정책과, 종합문화예술회관)
※ 실질적 문화예술예산: 문화예술예산총액에서 문화기반시설 관련예산을 뺀 예산

발제 이후에 토론자의 토론도 이어졌는데 4명의 토론자 모두가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을 늘려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덧붙였다. 차성수 토론자는 시설 중심으로 문화예술 정책을 풀어가려는 기본 사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얘기하면서 민간주도의 정책 및 예산 수립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다양한 세부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제안을 하였다. 김재업 토론자는 문화예술예산중에서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순수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제안하였다. 한상정 토론자는 문화예술정책사업의 예산 문제 이전에 문화정책을 주관할 수 있는 문화정책과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김락기 토론자는 현재 인천시 문화예술예산 현황 속에서 인천문화재단의 사업과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지속적인 논의의 장의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이외에도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지만 지면의 한계로 인하여 토론자분들의 좋은 의견과 제안을 다 옮기지 못해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 (자세한 내용은 토론회 영상을 참고 바란다.)

인천광역시 문화예술분야 예산정책 토론회 영상 (출처: (사)인천민예총 유튜브 계정)

인천시는 인구 증가와 함께 인구 300만 도시 대우를 받으며 행정조직을 확대 개편하면서 대한민국 제2의 도시가 되겠다며 큰소리를 쳤지만, 그것은 사상누각이었다. 도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도시 디자인의 혁신을 통해 창의문화가 형성되는 기반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창의인재를 육성하고 자원을 유치하여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기본이 아닐까. 다시 말해 도시의 문화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행정조직을 늘리고 총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도시의 문화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비전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 속에서 오랜 기간 동안 끊임없는 관심과 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에서 드러났듯이 인천시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도 미미하고 형편없는 수준이다.

반면 인천시와 인구가 비슷한 부산시는 ‘부산 문화 2030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며, 그 실현을 위해 문화예산을 2030년까지 3%까지 확대할 것을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천시도 늦지 않았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3%의 예산을 확보하자는 것은 무리일 수 있겠지만, 최소한 2%의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필요한데 그것은 문화예술예산을 늘리되 문화기반시설 관련 예산의 비중을 줄여 실질적 문화예술예산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2,600억을 들여 개관한 아트센터인천이 2025년까지 2,200억 원을 들여 2단계로 대공연장과 뮤지엄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밝히고 있고 시립미술관을 새로 짓고 시립박물관을 확장 이전하는 인천뮤지엄파크 조성사업이 정부 중앙투자 심사를 통과하여 2,014억을 들여 2022년 착공하여 2024년 준공, 2025년 개관하는 일정을 인천시가 발표하였다. 시립미술관은 인천예술인과 시민들의 오랜 염원이었고 시립박물관 또한 광역시의 수준에 걸맞게 운영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러한 문화기반시설 건설로 인하여 부실한 인천의 문화예술예산 현황이 가려지고 호도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그래서 필자는 ‘실질적 문화예술예산 2% 확보’를 주장한다.

아무튼 토론회에 참석한 모두가 동감할 수밖에 없었던 터무니없이 부족한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의 현실을 바로 보고 우리는 인천시민으로서 문화권을 지키기 위해 당당하게 실질적 문화예술예산을 높일 것을 주장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겨우겨우 버티는 사막의 오아시스가 아니라 설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따라 강이 만들어지고 숲이 생겨나듯이 자연스럽게 인천시의 문화예술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활성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창길(金昌吉, Kim Changkil)

(사)인천민예총 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