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의 감각을 잃은 우리, 변화를 위한 시작은 무엇일까: 임시공간 기획전시 《( )는 모든 것의 고유한 울림을》

울림의 감각을 잃은 우리, 변화를 위한 시작은 무엇일까임시공간 기획전시 《( )는 모든 것의 고유한 울림을》

이정은(시각예술연구자)

인천 신포동의 시각예술문화 공간인 ‘임시공간’에서 ⟪( )는 모든 것의 고유한 울림을⟫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보고 왔다. 시적인 전시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획의 글에 의하면, 이 전시는 생태계의 다양한 종들을 주체로 다루며, 이들 주체들 사이에 발생하는 에너지의 울림과 공명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이 제안이 겨냥하는 것은 이 행성에서 인간 자신만을 보편적 주체로 상정해 온 인간의 독단적 여정이다. 지구의 수많은 생물종들이 형태적, 생태적, 유전적으로 다른 형질적 특성을 지니고 각기 다른 감각계와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을 터인데, 인간은 고도로 발달된 두뇌와 자기중심적 사고로 다른 종들과 관계를 맺어 왔다는 것이다. 이 전시는 싱글채널 비디오 3점과 영화 3편을 상영하는 스크리닝 전시로 기획되었다. 이 6편의 작업은 호모 사피엔스(생물학에서 인간 종을 가리키는 학명)의 관점으로 구축된 세계를 보여주면서, 다른 종들(더 나아가 사물까지)을 새롭게 인식하고 서로의 에너지와 울림을 느낄 것을 제안한다.

《( )는 모든 것의 고유한 울림을》, 임시공간, 2021.9.1.~9.18. (출처: 임시공간)

엘사 크렘저와 레빈 페터(Elsa Kremser, Levin Peter)의 영화 <스페이스 독(Space Dogs)>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었는가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소련과 미국 간 우주를 향한 경쟁이 치열했던 냉전 시기, 소련이 쏘아 올린 최초의 우주 개 라이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과학의 발전과 인간 사회의 과열된 경쟁은 한 마리 개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카메라는 도시의 거리에서 만난 개들을 따라가면서 길거리의 떠돌이 개였던 라이카의 영혼을 쫓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지금의 길거리에서 만난 개들의 일상을 지루하게 쫓는 이 영상은 라이카에 대한 애도를 쉽사리 끝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영상은 내가 오래전에 보았던 스웨덴 영화 <개 같은 내 인생(My Life As A Dog)>을 떠올리게 했다. 소년 주인공이 우주로 보내진 라이카의 처지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영화가 전개된다. 좀 다른 맥락이지만 소년이 비교했던 것처럼 우리는 같은 처지에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판단과 그에 의해 구축된 질서는 개뿐만 아니라 때로는 인간에게도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스페이스 독>, 다큐멘터리_91분, 2019 (출처: EIDF)

라두 치오르니치우크(Radu Ciorniciuc)의 영화 <아카사, 마이홈(Acasa, My Home)>은 인간의 삶의 방식을 사회 제도와 체계에 맞추는 것이 때로는 위협적인 것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도시 한 켠 야생의 자연이 남아 있는 미개발지 움막에 살고 있었던 한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일대가 생태공원 조성지로 지정되면서 이들이 거주하며 생활하는 환경은 당국에 의해 관리 대상이 된다. 움막은 헐어야 하고 불을 피우고 돼지를 잡는 가족의 일상은 이제 허가가 필요한 사항이 되었다. 이 공원의 나무 식재는 식물학자들의 조언에 따라 결정될 것이며 물놀이를 하던 호수는 보호되어야 할 구역이 될 것이다. 이들 가족은 사회복지 제도의 방침에 따라 도시의 공동주택으로 거처를 옮기고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학습을 하고 자연의 놀이터 대신 이제 운동장에서 스포츠의 룰을 배워간다. 도시에서의 적응과정에서 가족 간에는 불화와 갈등이 붉어지고, 이들에게 도시의 질서와 체제는 다소 버거워 보인다. 한편으로 그 체계가 관할하는 일상에 이미 익숙해진 화면 밖 우리를 보면서 그러한 일상의 그물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아카사, 마이 홈>, 다큐멘터리_86분, 2020 (출처: EIDF)

지구상의 생명체를 대하는 인간의 사고는 생물학이라는 학문분과로 체계화되었다. 생물학에서 각각 종의 개별성과 특이성을 보는 방식은 식물과 동물의 외형과 기관의 형태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계통분류학적 접근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어떤 동물이 어떻게 주변을 지각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생물학의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다. 최희현의 작업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1장>은 새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이 영상은 야생조류가 투명유리창에 충돌하는 사고의 발생 원인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면서 새의 감각 기관과 보는 방식을 참조한다. 즉 새의 눈이 머리 양옆에 위치해 전방 거리 감각이 떨어진다는 점과, 인간과 달리 자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새의 시각 체계를 고려한 충돌 방지 방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영상에서 매우 흥미로운 지점은 영상 후반부에 최초의 영화인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을 병치시킨다는 점이다. 작가는 가상과 현실을 혼동하는 새를 보면서 인간이 최초의 영화를 보면서 가상과 현실을 감각적으로 구분하지 못했던 시기로 돌아가는 성찰적 환기를 시도한 것이다. 이처럼 같은 상황에 처했던 인간의 경험으로 소급해 돌아가 동등한 처지를 환기하는 방식에서 타 존재에 대한 도덕주의적 감정 이입을 넘어서는 윤리적 태도를 볼 수 있었다.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1장>, 필름_7분 40초, 2020 (출처: 최희현)

우리가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지각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생김새와 행동을 통해 유추해 보고 교감하기 위한 노력이 의미 없지 않다는 것을 또 다른 작업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에서 볼 수 있다. 이 작업은 도시생활에 지친 한 인간이 대서양 바다로 들어가 문어와 함께 교감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이다. 문어 곁에 다가가고 문어가 자신을 인지하고 있음을 느끼면서, 1년의 시간 동안 문어가 무엇을 먹는지, 물속 생태계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관찰한다. 그가 근본적 변화를 위해 대서양에 뛰어들어 야생의 환경에서 감각을 깨우고 뇌를 활성화시키면서 문어와 교감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감동을 준다. 이 지점에서 앞서 언급한 <아카사, 마이홈>과 교차되면서, 도시 시스템에 길들여진다는 것은 인간으로부터 야생의 감각을 상실케 하고 다른 생명체와의 교감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우리의 감각을 깨우고 세계와 마주할 용기를 내는 것은 전시에서 말하는 공존과 공명을 위한 시작이 될 수 있을까.

<나의 문어 선생님>, 다큐멘터리 90분, 2020 (출처: 넷플릭스)

이번 전시는 인간과 자연이 맺은 관계의 서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전시였다. 그리고 이 서사들은 지금의 상황에 대한 성찰과 변화의 시작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기획의 글에서 ‘그가 뱉은 숨을 내가 들이마시듯’이라고 종들의 관계를 표현한 것처럼, 서로의 호흡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매우 현실적이고 물질적 관계를 맺고 있음을 처절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이번 전시에서 내게 가장 먼저 전달된 메시지는 다른 생물종과의 울림과 공명의 기억과 감각을 되찾기 위한 시도는 보다 깊고 낮은 위치에서, 보다 가깝고 동등한 처지에 있음을 뾰족하게 느끼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정은(李定恩, Lee, Jeongeun)

시각예술연구자 및 전시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달빛심포지엄》(2017), 《아워 피크닉_레퍼런스》(2019) 등의 전시 및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현재 2021 아트플러그 연수 입주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