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다시 열고 싶은 부평풍물대축제
거리를 다시 열고 싶은 부평풍물대축제
이찬영(2021 부평풍물대축제 기획단장)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공동체를 이뤄 함께 어울려 서로를 보호하고, 노동을 통해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적인 삶을 살면서 문화를 이루고 있다. 예술로 대표되는 문화는 자연에 인간의 창의력이 더해 만들어지는 문명, 삶의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면서 자연에 대한 두려움의 해결과 공동체 구성원의 결속을 위해 종교와 축제가 발달했다고 생각한다. 축제는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고 염원하는 축(祝)과 의식적 행위인 제(祭)의 결합이다. 사람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행위인 축제가 인류의 문명이 발생된 이후, 2021년 현재와 같이 사회적인 지탄과 애물단지가 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라는 역병은 이전의 그 어떤 재앙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게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사람들이 함께 협업하는 노동과 어울려 사는 문화와 사람들과의 만남을 모두 죄악시하며 두려움의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직접 대면하고 만나는 다양한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가상의 사이버공간에서 온라인(on-line)으로 이루어지는 네트워크 방식의 소통이 가장 안전한 문화가 되었다. 인류의 욕망으로 이루어진 과학 문명의 발달로 인한 자연 파괴로부터 시작된 재앙을 과학과 기술로 인류 스스로 소통하고 극복하려는 방식이 아이러니하다.
축제는 사람들이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공동체와 사회의 공통의 즐거움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고 죽는 관혼상제, 노동 생산물에 대한 감사, 이웃 공동체와의 경쟁, 신에 대한 감사를 위해 예술을 즐기고 음식을 나누며 함께 어울려 즐기는 집단의 놀이(대동놀이) 등으로 이루어진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후 다양한 축제는 민간과 공공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만들어졌다. 지방정부는 지역의 특산물과 자연환경, 역사자원과 문화예술 자원을 활용하여 다양한 특산물축제, 역사문화축제, 자연환경축제를 만들었다. 이 축제 가운데 어떤 것은 만들어진 후 금방 사라졌지만, 10년 이상 꾸준히 지속하는 축제도 있다.
2018년 부평풍물대축제 ‘대동놀이’ |
지방자치제 출범과 더불어 시작된 <부평풍물대축제>는 전통예술인 풍물을 모티브로 인천 부평에서 1997년 시작되어 올해로 25회를 맞이하는 축제로,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축제에 6년, 문화관광축제에 2년간 선정되는 등 전국성을 획득한 인천의 대표적인 축제이다. 초기에는 지역의 공원 등 너른 마당에서, 2000년부터 2018년까지는 부평을 관통하는 1킬로의 거리에서 8차선 부평대로의 차량을 통제하며 축제를 진행했다. 축제는 봄에 단오를 전후해 진행하다가 2000년대 후반 이후부터 가을로 시기를 옮겨서 진행하고 있다.
<부평풍물대축제>는 한국의 대표적인 거리축제이다. 거리축제에 대해 차량이 다니는 ‘거리를 막는 것’으로 생각해 불편함을 이야기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차가 다녔던 거리를 자유롭게 이동하고 움직이면서 문화적 상상을 펼치는 축제로 ‘거리를 여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시민들은 매년 금요일 12시부터 월요일 새벽 4시 차량이 다니기 시작하는 시간까지 부평역부터 부평시장역까지의 거리가 활짝 열려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기는 해방감에 불편함은 사라진다. 거리가 열린 토요일, 일요일 2일간 <부평풍물대축제>에서 약 40만~50만의 시민이 축제를 즐긴다. 축제의 문화적, 경제적 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거리 인근의 지하상가, 부평 문화의 거리, 부평시장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축제에서는 부평, 인천지역의 문화예술기관,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여 예술성이 확보된 전통예술무대 개‧폐막 공연, 전통연희창작공연, 부평 만만세 퍼레이드, 전통농악공연,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기고 참여하는 시민풍물난장, 버스킹, 생활문화축제, 플래시몹, 거리난장, 게릴라공연, 국악공연, 학생풍물경연대회, 예술놀이터 등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과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시민들이 즐기는 ‘부평!만만세’ 퍼레이드 |
매년 부평대로에서 진행하던 <부평풍물대축제>는 2019년 가을 한국에 유행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축제 하루 전에 취소되었고, 2020년에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유행으로 축제는 규모를 축소하며 부평의 문화예술단체를 중심으로 비대면 온라인공연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발표하였다. 사람들이 모이는 행위가 중심인 축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지난 2년간 거리의 차량을 막고, 사람들에게 거리를 여는 문화적인 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처음 사람들은 아쉬움을 말하지만, 서서히 거리에서 이루어진 축제가 잊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축제의 시기와 장소성은 매우 중요하다. 오랜 세월, 심지어 한국전쟁 시기에도 남대천에서 진행해 온 강릉단오제를 준비하는 위원회는 코로나19 시기 2년 동안 강릉 시민이 단오제 장소를 잊어버릴까봐 2021년 특별한 행사가 없어도 남대천에서 전시와 체험을 중심으로 <강릉단오제>를 진행했다는 사례는 축제의 장소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인천의 대표적인 축제인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소래포구축제>, <연수능허대문화축제>, <화도진축제> 등은 비교적 안정적 장소에서 진행되어 왔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시민들이 모이지는 못해도 축제가 이루어진 장소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이루어질 것이고, 시민들은 방역의 단계에 따라 아쉽게나마 축제를 대면과 비대면 온라인으로 만나고 즐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재난의 시기에 굳이 축제를 해야 하나?’라는 질문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역사에서 자연재해나 국가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기원 의식을 하거나, 사람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져주는 문화예술 활동을 했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다. 코로나19 재난 시대에 축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21년 <부평풍물대축제>도 이전처럼 교통을 통제하여 거리를 열지는 못하지만, 오는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70년 만에 반환된 부평 캠프마켓과 부평아트센터에서 ‘담을 넘어’라는 주제로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중심으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같이 거리축제를 하지는 못해도 어떤 방식과 형태로든 축제는 진행되어야 한다. 심신이 지친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기면서 위로를 받고, 어려움에 처한 문화예술계의 활성화를 위해서이다. 문화예술은 예산을 써서 당장 큰 경제적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활성화와 시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무형의 자산과 시민들의 창의력을 높여 무한대의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어렵게 진행되는 인천지역의 여러 축제와 더불어 <부평풍물대축제>에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리며 글을 마친다.
사진제공: 부평구축제위원회
이찬영(李贊榮, Chan Young Lee)
2021 부평풍물대축제 기획단장. 사회적 기업 ‘인천 자바르떼’ 대표.
인천에서 오랫동안 풍물단체 활동을 해왔고, 문화예술단체의 지속성을 위한 사회적 경제 활동에 대한 관심을 갖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