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음악의 향연, 인천 콘서트 챔버
근대 음악의 향연, 인천 콘서트 챔버
이승묵(인천 콘서트 챔버 대표)
토크 콘서트 <모던상하이 모던인천>서구 문물이 유입된 개화기에는 대부분의 문화 양식이 변화를 맞이한다. 음악 또한 마찬가지이다. 19세기 중후반 서구 열강의 입김은 동아시아의 음악 문화를 변화시켰다. 각국의 정서는 서양의 조성 음악 선법을 뒷받침하여 새롭고 다양한 음악으로 만들어졌다. 그중 대표적으로 미국의 재즈가 끼친 영향을 들 수 있다. 재즈는 한국과 중국의 20세기 초에 유입되었다. 이후 각국의 정서와 결합한 모습으로 재탄생하며 유행가의 초석을 다졌다. 이렇게 탄생한 음악 장르가 중국의 ‘상하이 라오거’와 한국의 ‘재즈송’이다. 재즈의 영향으로 탄생한 양국의 음악은 각기 다르면서 비슷한 구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던상하이 모던인천>, 인천아트플랫폼, 2021.7.31. |
인천 콘서트 챔버는 <모던상하이 모던인천> 공연을 2021년 7월 31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개최했다. 개항기 서양 문물의 유입지였던 옛 상하이와 인천을 조명하며 재즈에서 영향받은 양국의 음악을 소개하는 공연을 했다. 무대에는 단국대학교 장유정 교수, 상명대학교 최명숙 교수, 인천 콘서트 챔버 이승묵 대표의 대담과 함께 양국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본 공연은 단순히 각국의 음악을 알리는 자리를 넘어 작품으로 바라보는 한국과 중국의 시대상과 사회상 그리고 음악적 정서에 관한 접점을 공유했다. 공연은 한중의 근대 유행가를 도구로 국가와 민족적 문화의 다양성을 소개하고 존중하는 것에 기획 의도가 있었다.
인천 콘서트 챔버와 ‘근대 음악’언제부터인가 ‘개항기’, ‘개화기’, ‘근대’ 등의 키워드가 주목된다. 그리 멀지 않은 우리의 과거를 들추는 다양한 활동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인천 콘서트 챔버는 근대 문화를 단순히 콘텐츠의 소비재로 활용하지 않는다. 풍파와 격동의 시대인 근대의 희로애락을 억지로 감정 전달하는 것도 아니다. 근대 문화 중 음악 유산을 발굴하여 그것의 의미를 찾고 현시대에 전달하는 것이 활동의 주된 목적이다. 음악을 통해 시대와 사회를 바라보고 우리의 옛 모습을 반추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인천근대양악열전> 공연 모습 |
인천근대음악 현장학습 강연 |
또한, 한국인의 ‘음악적 모국어’ 형성에 영향 끼친 근대 인천을 넘어 21세기 인천의 새로운 음악적 역할을 모색한다. 음악적 모국어란 음악을 인지할 때 한국의 전통 음악보다는 서양의 조성 음악을 보편적인 음악으로 인지하는 음악적 관습을 의미한다. 제물포 개항 후 2년 뒤 1885년,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서양 음악이 본격적으로 전파되었다. 특히 인천 내 근대식 학교의 찬송가 또는 창가라 불리는 음악 수업은 대한민국 국공립학교의 음악 학제를 편성하는데 결정적인 길잡이가 되었다. 근대 인천이 국민의 음악적 모국어 형성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향력의 존재는 엄연하다. 인천 콘서트 챔버는 한국인의 음악적 정서 확립에 기여한 옛 인천이 21세기에는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인천 콘서트 챔버의 작품 활동단체의 활동 철학과 방향은 주로 공연 무대, 음반 제작, 강연, 기고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무대 안팎에서 발현된다. 공연의 경우에는 근대 인천 연구와 작품 활동의 역사학자, 음악학자, 인문학자, 사진작가, 문학작가, 미술작가 등과 함께 다양한 주제를 동시대 음악과 접목하는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으며 <원더풀 동인천>, <인천근대양악열전>, <모던상하이 모던인천>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인천시 관내 초중고교를 방문하여 한국과 인천의 근대 음악을 강연과 공연이 결합한 렉처 콘서트 형태인 <역사 음악 이야기: 근대 음악 콘서트>도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토크 콘서트와 렉처 콘서트를 넘어 극 형태로 작품을 전환한다. 무성영화 시대에 존재했던 변사 배역을 합류시킨 낭독극 <이화자전>. 그리고 인천의 다양한 근대 음악을 묶어 소개하는 음반인 <인천근대양악열전>도 발매하였다.
인천 콘서트 챔버 근대음악 공연 홍보물 |
<인천근대양악열전> 음반 |
올해 하반기에는 낭독극을 음악극으로 전환하여 <이화자전>을 개최한다. 이와 함께 본 작품에 삽입되는 음악 작품을 한데 묶은 음반인 <인천 용동 권번 예인 이화자 다시 부르기>도 CD와 LP로 동시 발매 예정이다. 특히, 이화자 소재의 다양한 작품 활동은 인천 용동 권번 출신 예인의 재조명과 같은 원론적인 의도가 아니다. 이화자의 삶과 작품으로 한국 근대의 여성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한계를 지적하고 고찰하는데 기획 의도가 있다.
인천 콘서트 챔버 단원들 |
인천 콘서트 챔버의 나아갈 길음악은 문화이다. 음악이 문화의 개념 중 하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음악 자체가 문화의 한 갈래이다. 때문에 음악은 시대를 대변하는 모습으로 존재하고, 그 음악을 통해 특정한 시대를 바라볼 수 있다. 특히 한국 근대 음악은 추억을 소환하는 예스러운 음악이 아닌 시대의 초상이다. 인천 콘서트 챔버의 다양한 활동은 인천의 근대를 음악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인천을 기점으로 발화된 서양 음악의 궤적을 들여다보며 작품 연구와 더불어 시대와 사회의 현상까지 바라본다.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한국 근대 역사 속 인천이 가진 의미를 음악으로 전달한다. 지난날의 빛과 그림자가 잊히지 않도록 그리고 기억될 수 있도록 인천 콘서트 챔버는 오늘도 노래한다.
인천 콘서트 챔버 홈페이지: www.inconcham.com
사진제공: 인천 콘서트 챔버
이승묵(李承黙, LEE SEUNG MOOK)
– 인천 콘서트 챔버 대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음악분야 심의위원
–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음악학과
–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문화 음악분야 연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