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재은
이름: 이재은(李在恩, Lee Jae Eun)
분야: 문학(소설)
인천과의 관계: 인천거주
작가정보: 마음만만연구소(theredstory.tistory.com)
1인 문화예술공간. 소설창작워크숍, 단편소설 깊이읽기, 문학필사 30일 온라인 강좌 등을 진행한다.
수 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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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중앙신인문학상 |
2019 심훈문학상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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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비 인터뷰』(아시아, 2019) |
짧은소설집 『1인가구 특별동거법』(걷는사람, 2021년 10월 출간 예정) |
기 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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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21 십분발휘 짧은소설 공모전(마음만만연구소, 나비날다책방) |
2021~2022 초보 독서가를 위한 짧은소설 안내서(마음만만연구소) |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이재은, 『비 인터뷰』(아시아, 2019) |
등단작 「비 인터뷰」로 하겠습니다. ‘대표격’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 작품을 통해 작가로 인정받았으니까요. 그런 걸 떠나 ‘다른 사람에게 귀 기울인’ 최선의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저만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저를 아끼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고, 살고 싶었던 바람을 글로 풀어내려고 했거든요. 내가 미치겠으니까 타인에게 마음을 쓰거나 돌볼 여력이 없는 거예요. 세계가 좁았다고 해야 하나, 좁은 지붕 아래 머물러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기회에 인터뷰 명목으로 지붕 너머 사람들, 마을 밖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식에 변화가 생겼어요. 인터뷰는 대화잖아요. 마주해서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하는 거예요. 생각과 의견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눈빛도 스치고 감정도 느끼면서 ‘인터뷰어인 나’와 ‘소설가 지망생인 나’가 함께 꿈틀거렸던 것 같아요. 글쓰기에 변화가 생겼고, 쓰는(말하는) 존재와 읽는(듣는) 존재를 동시에 배려하게 되었습니다.
2.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청탁이나 마감이 ‘작업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얼마 전에 책방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쓸 기회가 있었어요. 책방 이름과 주인장 닉네임을 빌려도 되느냐고 묻고, 그래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어요. 그 책방에는 주인보다 더 주인 같은 고양이가 있는데 소위 ‘사랑 덩어리’거든요. 고양이를 보러 책방에 들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죠.
제가 쓴 소설에서 저로 추측되는 작가 J는 그 고양이와 사이가 좋지 않아요.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미신을 적용, 몇 번이나 냥이에게 해를 가하죠. 그렇게 된 이상 아무리 픽션을 썼다고 해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주인장이 싫어하면 어쩌지? 왜 맘대로 냥이를 죽이냐고 하면 어쩌지? 떨리는 마음으로 소설을 보냈는데 이틀 동안 답장이 없는 거예요. 큰일 났군, 단단히 화났나 보다, 새로 써야 할까? 흠…….
이틀 만에 통화가 됐는데 개인적인 일 때문에 바빴다고 하더라고요. 소설은 아직 보지도 못했고요. 소설은 소설이지, 다행히 잘 이해해주셔서 무사히 작품집에 실었습니다.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예술가보다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자신을 ‘소설 쓰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편한데 언젠가는 당당히 “소설가 이재은입니다.” 밝히고도 싶고 “작가 이재은입니다.”라고 소개하고도 싶어요. 저의 꿈은 소설가(家)가 되는 것이고, 그다음에 작가(家)가 되는 거예요. 두세 권의 책을 내고 사라진 사람이 아닌 소설로, 에세이로, 여행기로 글집을 짓는 사람[作家]이 되고 싶어요.
4.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10월에 두 번째 소설집이 나옵니다. 이번엔 짧은 소설이에요.
제목이 『1인가구 특별동거법』인데 제가 1인 가구로 살고 있기도 하고, 특별동거는 음… 외로우니까…(웃음) ‘혼자 사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홀로 #여성 #비혼 #외로움 #늙음’과 ‘죽음’에 관한 사유를 붙잡고 있을 거예요. 로맨스나 기적, 기이한 화해보다는 고통과 억압에 관한 파토스를 세심하게 다루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소래습지생태공원 |
결국엔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장소에 갔을 때 내가 어떤 마음이었냐에 따라 ‘영감’의 형상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떤 마음일 때 어떤 장소에 갔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네, ‘달걀과 닭’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그 장소’ 또는 ‘그 공간’이 아무리 훌륭하고 멋지고 슬퍼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는 거예요. 마음은 의식이나 주제, 생각이나 감각으로 바꿔도 됩니다. 우연과 운명의 조화로 무언가 만났을 때 찌르르 울림이 오죠. ‘그곳’을 대상화하기보다 ‘여기 있는 존재’를 더 아끼고 그들에게 마음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저에게는 소래습지생태공원이 꽤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설탕밭」(『1인가구 특별동거법』)은 그곳을 배경으로 쓴 짧은 소설인데 거기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별이 있어 그랬다. 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있었어. 몇억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곳에서 빛나는 별이, 밝다고 할 수 없는 그 작은 빛이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았다. 별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어. 사람들은 크고 화려한 걸 좋아하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인간에겐 별빛 하나만으로 족해. 나를 비춰주는 빛 하나만 있으면 된다. 가령 반딧불이 같은 거 말이다. 그것만 있으면 돼. 저기 저 빌딩 좀 봐라. 저 안으로 들어가려고 너도나도 아등바등하지만 여기서 보면 한 점일 뿐이잖니. 빛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 있으면 빛의 소중함을 잊기 마련이다.”
폐염전과 갯벌, 작은 호수와 호수 위의 데크, 거기 붙어있는 계절별 서식 조류 안내판, 먼지 나는 흙길 같은 게 좋아요. 칠면초와 억새풀의 색감도, 그 너머 아파트 단지에서 빛나는 불빛도 따듯하고요. 힘들 때 ‘괜찮아. 나는 수많은 돌멩이 중 하나일 뿐이야.’ 읊조리면 조금 위로가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