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아이들’을 만나러 학교로 가는 길
‘예술’이 ‘아이들’을 만나러 학교로 가는 길
한은혜(은하수미술관 대표)
2020년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코로나19라는 전염성 질병의 유행으로 생활의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었다. 비대면 교육 시장의 활성화, 화상회의와 재택근무, 배달 문화의 확산, 방역의 생활화 등 각 분야에서 언택트 상황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일어났고, 10년 후쯤 미래에 일어날 것만 같았던 많은 일들이 앞당겨졌다.
미래에는 많은 것들이 기계화·비대면화 될 것이라며 다방면의 기술적인 연구와 시도들이 있었지만, 이런 일들은 기술분야의 산업 또는 새로운 세대들을 위한 예술활동 분야처럼 느껴졌고 나에겐 너무나 먼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로 모든 상상이 빠르게 실현되었고, 강제적으로 적응할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꽤 아날로그한 감성과 생활 습관을 지녔다고 생각했던 나도 어느새 무인 상점을 자연스럽게 들어가고, 온라인 공간에서 화상회의를 직접 주최하며, 온라인 공연을 감상하기도 한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팬데믹이 선포되고 문화예술교육의 장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교육 대상을 예술의 단순한 향유자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예술 경험을 더 깊게 내재화하고 실재적으로 삶의 변화와 사회 문제 해결까지 이끄는 매개체로 만들기 위해 시도하는 교육의 장에서 ‘대면과 현존 없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물음은 소극적인 기다림을 선택하게 했다. ‘괜찮아지면 만나러 가자. 조금 기다렸다가 만나러 가자.’고 다짐하면서.
인천서구문화재단 아동·청소년 특화 교육사업 <2020 찾아가는 예술학교: 찾아가는 미술관> 교육 현장 (사진: 인천서구문화재단) |
하지만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이 상황이 길어지고, 중요하고 긴박한 일상의 상황 등을 정리해 나가다 보니 그사이 ‘정서적 우울감’, ‘코로나19로 인한 공포감’, ‘아동의 발달 지체’, ‘가정에서의 스트레스 증가’ 등 새로운 문제들이 생겼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예술과 예술교육현장의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즈음 은하수미술관도 같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2020년 상반기 동안 미루었던 교육을 어떻게 시행해야 하고 지금까지와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 직면하게 되었고, 인천서구문화재단의 <찾아가는 예술학교: 찾아가는 미술관>을 만나게 되었다.
은하수미술관은 이전부터 ‘찾아가는 은하수미술’이라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다양한 명화 작품들을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달하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본 후에 ‘명화일기’로 감상을 기록하고 작품을 재해석하는 인문학과 예술의 융합 교육 콘텐츠였다. 그래서 우리는 ‘온택트로 찾아가는 미술관’을 컨셉으로 하여 더 재미있는 그림이야기와 창작 키트를 가지고 찾아가기로 했다.
학교의 요구와 문화예술 강사들의 제공 서비스, 아이들의 실제 교육 참여와 만족도가 일치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많은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미리 문화재단과 미팅을 하고, 콘텐츠를 영상으로 제작한 후에, 학교에 전달해 콘텐츠의 내용과 활동의 수준 등이 우리가 만나게 될 아이들에게 맞는지 교사로부터 확인받고, 필요할 경우 학교 교사들을 만나서 직접 수업의 시연을 거치며 콘텐츠를 보완했다.
인천서구문화재단 아동·청소년 특화 교육사업 <2020 찾아가는 예술학교: 찾아가는 미술관> 교육 현장 (사진: 인천서구문화재단) |
좌충우돌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0년 하반기에 400여 명의 아이들과 만났다. 아이들이 활동한 사진을 전달받은 후에 ‘진작에 우리는 이렇게라도 만나야 했다.’라고 생각했다. 우린 주저했지만 이미 아이들은 너무나 익숙했다. 비대면도, 영상 콘텐츠도, 영상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비대면으로 만난 찾아가는 예술학교는 아이들에게도 강사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단절을 이어주는 기회였다. 2021년 역시 코로나19 상황은 2020년과 다르지 않다. 다만 교육을 하는 우리는 이전보다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상도 열심히 보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전달 방법도 고민하고, 아이들이 비대면 속에서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했다.
‘만남’의 형식은 달라졌지만, 우리는 서로 만나고 싶어 한다. 서로의 목소리가 듣고 싶고, 서로 공감하고 싶다. 아이들이 예술을 만나러 나올 수 없다면 예술이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을 확대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길은 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져야만 한다. 방법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항상 우리는 ‘아이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온라인이라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만남의 공간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참여하고, 표현하며, 교감할 수 있는지 교육 현장에서도 새로운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언택트 중심의 생활은 우리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비대면은 확산 될 것이다.
가상의 공간 속에서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마주잡을 수 있다고 느낄 만큼 가깝고 친밀하게 다가서서 경험과 교육을 내면화 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교육을 설계하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자 앞으로의 숙제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 예술과 문화예술교육은 위로를 넘어서 다시 공감과 창의성, 자기 내면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다짐한다.
‘우리가 조금 느려도 기다려줘.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러 갈게.’
한은혜 (韓誾慧, Han Eunhye)
동국대학교국어국문학과 졸업(2007). 은하수미술관 대표(2018).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 <시간을 달리는 수인선 낭만열차길 조성> 프로젝트 진행(2020). 길 위의 인문학 <거리로 나간 예술, 그라피티 아트로 마을에 흔적을 남기다> 강의(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