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소개: 박경진, 박관택, 박성준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소개
인천아트플랫폼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공모로 선발하여, 창작 공간을 지원하고 입주 예술가의 연구와 창작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프로젝트 발표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 12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 박경진 PARK Kyungjin
박경진은 그리기라는 행위가 연결된, 생업과 작업 사이에 놓여 있는 작가의 실존(생존)에 대한 시선으로 시작하여 생업의 현장인 세트장의 풍경을 형상과 배경, 노동과 유희, 일과 작품 사이로 접근하여 회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평면회화에서 확장되어 입체적인 비정형의 공간을 만들고, 각종 물질과 오브제를 이용하여 회화성이 짙은 공간회화실험을 하고 있다. 이 실험을 통해 세트장의 현장 모습을 전유하며, 회화에 대한 연구와 함께 “감각의 상상력”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생업으로서의 그리기라는 행위와 작업 사이에 놓여있는 작가의 실존(생존)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작업 초기에는 작업실과 뮤직비디오 세트장이라는 두 공간에서 변화하는 나의 역할에 주목했다. 분명히 다른 두 공간 사이에서, 그 다름에 맞추어 변화하며 갈등하는 나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던졌다.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개인의 질문은 세트장이 띠는 성질의 발견으로 확장되었고, 두 공간에서의 작업을 구분 짓기보다는 발견한 성질들을 회화 작업에 반영하여 충돌과 접목을 통해 교집합을 찾아왔다.
생존을 갈망하는 나에게 세트장은 생업과 작업 그리고 그림 그리기라는 행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게 만드는 곳이다. 세트장이 진짜처럼 보이기 위한 충실한 재현이라면, 회화 작업에서는 대상의 재현적 묘사를 지양하고, 회화의 조형 실험 및 확장성에 더 집중하여 이미지에 대한 감각과 경험에서 비롯한 정서들을 캔버스 위에 그려오고 있다. 최근에는 세트장에서 얻은 미적 경험을 토대로, ‘감각의 상상력’을 키워나가고자 지속적인 회화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2016년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 전시에서 선보였던 <현장> 작업이 기억에 남는다. 세트장 작업의 초기 모델이자 기존의 작업방식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작업이었다. 기존 회화작업들은 평면성을 강조하고자 물감에 보조제를 많이 사용하여 매끄럽고 젖어있는 붓질이 잦았고, 공간의 깊이감을 의도적으로 배제했었다. <현장> 작업을 진행하면서, 세트장이라는 거대한 공간의 풍경을 집중적으로 관찰했고, 깊이감을 전달하기 위해 고전 회화의 방식들을 차용하기 시작했다. 깊이감과 현장감을 전달하려 노력했지만 돌이켜보면 초기작답게 신나게 실패한 작업이었다. 세트장이라는 공간은 돈을 벌기 위한 공간에서 작업의 소스를 찾는 공간으로 변화했고, 그 변화는 회화 작업에서 자유를 찾아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현장> 작업 진행 과정, 캔버스에 유채, 388x650cm, 2017 | <현장> 설치 전경, 캔버스에 유채, 388x650cm, 2017 |
나는 다양한 회화실험을 통해 ‘감각의 상상력’을 키워나가고자 한다. 《현장》(인사미술공간, 서울, 2016), 《색, 뒤》(갤러리 조선, 서울, 2019), 《색, 공간》(인디프레스 갤러리, 서울, 2020)이라는 제목의 개인전들을 선보여 왔다. 앞으로 《색, 빛》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통해 ‘색’과 ‘빛’에 대한 연구들로 이루어진 작품들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작가정보: instgram.com/art_pkj
■ 박관택 PARK Kwantaeck
박관택은 동시대를 살아가며 발견한 여러 현상들을 관객의 신체 경험으로 치환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비가시적이지만 포착 가능한 인과성을 지닌 사회 현상들과 이를 둘러싼 정돈되지 않은 심리와 태도에 관심이 있다. 오감의 일부를 통제하거나, 확장을 유도하는 조형 언어를 활용하여 특정 이슈에 대해 무관심한 이에게도 유효할 수 있는 경험적 구조를 생성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동시대를 살아가며 발견한 여러 현상들을 시각예술의 범주로 치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술의 영역 안에서 해석(읽기)과 같은 언어적인 영역과 감각(느끼기)과 같은 비언어적인 영역의 경계를 허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동시대에 당면하고 있는 여러 사회적 파편들을 재현하거나 언급하는 수준을 넘어, 시각예술 안에서만 구현될 수 있는 관객의 경험적 구조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개인전 《여백 Spinoff from the facts》(인사미술공간, 서울, 2019)에서는 UV 손전등에 의해서만 볼 수 있는 투명 잉크를 활용한 공간 드로잉을 진행하여, 관객의 동선과 움직임에 따라 흩어진 시각 정보가 드러나도록 했다. 같은 해 이어진 개인전 《버퍼링》(소마미술관, 서울, 2019)에서는 이미지 지지체 중 하나인 종이의 물성을 변화 시켜, 그 위에 그려진 드로잉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아날로그 방식의 무빙이미지를 만들어 선보였다.
<어제모레>, 퍼포먼스, 축광종이, 노광기, 집게, 줄, OHP 필름, 2020 | <어제모레> 전시전경, 경기도미술관, 안산, 2020 |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가장 최근에 있었던 개인전 《어제모레》(경기도미술관, 안산, 2020)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모레》는 2020년 전후를 미래로 보았던 1980~90년대 SF 영화를 소재로 구성한 라이브 이미지프린팅 퍼포먼스이다. 어두운 공간에서 한시적으로 빛을 발하다 사라지는 특징을 가진 축광(蓄光) 종이를 사용하여, 1인의 퍼포머가 이미지를 담아내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출입하며 활보할 수 있는 형식의 전시였다. 유년 시절, 처음으로 미래에 대한 관념을 갖게 했던 과거의 미래공상과학 영화들이 상상하던 미래의 시간은 이미 현재, 혹은 가까운 과거가 되었다. 이러한 충돌하는 시간성과 그로 인해 편안한 추억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기묘한 노스탤지어(nostalgia)가 나를 이 작업으로 이끌었다.
나는 작업에 대한 장기적 계획을 미리 세우기보다는 그때의 상황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시각예술의 근간이자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양적 과잉을 겪고 있는 이미지의 여러 층위에 대해 연구 중이다. 나는 이미지의 물성, 행간, 함의, 상황, 시간, 심리 등 다차원적이고 다각도의 접근을 통해 전시라는 물리적 환경에서 이미지가 관람자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감각되는지 실험하고 있다. 작년 《어제모레》 전시 준비 과정에서 겪은 팬데믹으로 인한 변칙적인 경험을 통해 시각 예술이 지닌 물질적 가능성과 관객의 체험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러한 요즘의 고민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디지털, 언택트 시대에 변화하는 전시 형태와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유효한 물질적 경험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시공간의 층위를 연구하고 실험해볼 생각이다.
작가정보: www.kwantaeck.com/
■ 박성준 PARK Seong Jun
박성준은 영화/영상, 인터랙티브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등의 작업을 통해 인간의 관념과 실재 사이의 부조리를 탐구해왔다. 영상언어를 해체하거나 조합해 제시하는, 실재와 다른 혼돈과 괴리의 공간은 마치 세트장과 같은 모습으로 표현/재현되고, 공간에 덧붙여진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과 불안의 갈등을 드러낸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영화/영상으로부터 출발하여 인터랙티브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등의 각기 다른 매체들을 이용하면서 인간의 욕망과 불안에 대한 갈등을 영화적 내러티브로 삼아 실제의 물리적 공간에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욕망과 불안의 갈등’이라는 작업의 테마는 내가 오래전부터 느껴온 인간의 모순과 부조리들이 작업에 끼어들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물이다.
나의 작업은 영화와 같이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의 제작과정을 따른다. 다만 내게 프로덕션은 내가 직접 관람자처럼 작품과 공간 사이를 배회하며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며, 포스트 프로덕션은 관람자와 작품이 상호작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부분의 작업을 하나의 영화로 상정하며, 작품을 통해 관람자들이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한 것과 같은 인상을 받기를 바란다.
<MONTAGE II>, 인터랙티브 설치, 키네틱 센서, 스피커, 가변크기, 2016 | <MONTAGE III>, 인터랙티브 설치, 키네틱 센서, 무선 헤드폰, 가변크기, 2017 |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나의 대표작으로는 <MONTAGE> 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다. 이 작업은 우리 사회에서 광기와 공포 그리고 정신 분열로 대변되는 미디어와 자본주의 시스템에 관한 담론을 다룬다. 자본주의에 의해 물화된 인간들,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미친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나는 영상으로 대표되는 가상과 실재의 혼재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우리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작업의 상당수는 마치 영화 같지만 실재하는 사건과 철학적 갈등을 모티브로 삼는데, 예를 들어 내가 뉴스에서 불편한 인간의 모습을 보고,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순간이 작업의 시작점이 되곤 한다.
향후 몇 년간은 최근까지 해오던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변화가 있다면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많은 관람자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작가정보: parkjun.net/
* 작가에게 제공 받은 인터뷰 글을 바탕으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