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의 문화력을 높여 주는 민간문화공간과 공공의 협력방안
인천 서구의 문화력을 높여 주는
민간문화공간과 공공의 협력방안
박주영(인천서구문화재단), 장은주(청년협동조합 W42)
인천광역시 서구의 인구수는 55만으로 인천 10개 군·구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서구는 검단신도시와 루원시티의 개발로 10년 뒤에는 인구수 100만 명 돌파가 예상되는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청년기의 도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시의 성장으로 인해 계속해서 늘어나는 거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현대의 도시에서는 산업시설, 교통, 전기 및 상하수도와 같은 기반시설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가 충족된 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문화 향유 체계라는 측면에서 지역자치단체는 주민들의 삶 가까운 곳에서 불편함 없이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삶의 질과 정주 의식을 높이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구는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인구수 100만의 거대도시가 될 것이다. 그 전에, 문화 접근성이 일상생활에서 가까운 물리적 접근성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심리적 접근성까지 고려한 문화 향유 방향이 제공된다면, 100만 명의 구민들과 지역 예술인 및 활동가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1. 인천 서구의 민간공간 지원사업 현황과 진행 방향서구는 2018년부터 소규모 민간문화공간과의 협력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서구청은 관내 문화 공간을 대상으로 ‘문화충전소’를 지정하고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문화충전소는 민간 및 공공의 문화 공간과 유휴공간을 지역주민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이 거주지에서 쉽게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을 뜻한다. 2022년까지 100개의 문화충전소를 지정하고, 이를 통해 주민 누구나 집 근처에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여 지역주민의 문화 욕구 충족 및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2019 생활문화포럼 (사진: 인천서구문화재단) |
인천서구문화재단에서도 민간문화공간과의 협력을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2019년 생활문화포럼>을 개최하여 인천지역 문화 공간 운영자들로부터 공간지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중구, 서구, 계양구에서 활동하는 문화 공간 운영자들의 의견을 정리하자면, ‘민간문화공간을 위한 지원사업은 기존에도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공간 운영을 이어가는 데 도움을 주는 사업은 없다.’, ‘공간을 지속해서 운영하는 데에 대한 지원사업이 아니라,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사와 프로젝트에 대한 단위 지원사업뿐이다.’, ‘공간 운영에는 많은 비용이 필요한데, 해당 예산으로는 이러한 비용을 집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등 당시 추진되고 있는 지원사업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민간이 운영하는 공간 중 상당수는 임대료 등과 같이 현실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 경제위기가 도래하면서 많은 민간문화공간이 휴업 및 폐업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문화공간을 지속 가능한 문화 공간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이 win-win 하는 방안 제시가 필요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서구문화재단은 이러한 의견을 반영하여 2020년도부터 민간문화공간 지원을 위한 <공간거점 주민 문화 활동 지원> 사업을 기획하여 추진 중이다. <공간거점 주민 문화 활동 지원> 사업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사와 프로젝트 등 단위 사업을 지원하는 기존 지원사업과 다르게 지원 주체를 생활문화동아리로 변경하여 주민 주체의 동아리가 직접 민간문화공간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정당한 공간사용료를 지급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또한, 공간운영자를 강사로 초빙할 경우, 강의료 지급을 할 수 없었던 부분도 공간운영자에게 강의료를 예산으로 책정하여 집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20 공간거점 주민문화활동지원 사업 (사진: 인천서구문화재단) |
본 사업을 처음 기획한 담당자는 ‘문화 공간에 대한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공간운영자에게 사업이라는 짐을 지워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기획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담당자의 고민으로 시작하게 된 사업 방향이 생활문화 포럼에서 공간운영자들이 문제로 제기하였던 공간 운영에 대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기존 지원사업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실제 민간 문화 공간 운영자들은 본인의 생업을 위해 공간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원리로 작동하는 상업과 공공의 협력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재단은 공공의 위치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 민간에 대해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항상 고민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민간이 주도적으로 문화를 이끌어 가는 데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단은 민간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야 하며, 공간들이 계속 존재할 수 있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여 주민들의 문화 활동을 안정적으로 펼칠 수 있는 장으로 만드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인천 서구는 현재 문화도시가 되기 위한 예비단계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 중이다. 서구가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규모 민간공간과의 동반자적 협력관계는 필수적이다. 문화도시 사업은 주민의 삶 속에 깊게 파고들어서 실행되어야 하며, 주민이 일상 속에서 문화 활동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민간문화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인천 서구에서는 민간문화공간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사업을 발전시키고,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해 낼 것이다. 물론, 그 사업의 기획들은 민간 공간운영자들의 현장의 소리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어서, 실제 가정동에서 문화 공간 ‘가정집’을 운영하고 있는 W42협동조합 장은주 대표가 바라본 지원과 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2. 지속가능한 민간문화공간 운영을 위한 민관의 협력 방향 문화공간이란 주민의 일상과 일상에 필요한 요소들로 마을과 도시로 이어진다. 문화공간에서 기획하는 일상의 문화들은 우리를 이롭게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문화는 지역 내 구성원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생활양식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지역을 뛰어넘어 인간의 생활과 삶을 역사의 흐름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에서는 이런 흐름을 읽고, 사람과 터의 과거를 고려함과 동시에 지역재생을 위해 협업하는 민관연계 사업이 맞이해야 할 미래를 생각해보려 한다.
1) 지역재생을 위해 협업하는 민관연계 공동체사업의 관계 설정개발할 자원과 요소들이 충분했던 성장기의 도시에서 공공의 역할은 민간의 개발 속도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일이었다면, 민간의 개발 여건이 현저히 감소하며 다양성을 잃어가는 쇠퇴기의 도시에서 공공의 역할은 반대로 민간의 기획력과 자금력을 최대한 올려야 한다. 민간의 장점을 강조하고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이 현대 도시의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역할이다. 민간의 잠재력을 공공에 도입하는 것을 추진하기 위해서 과거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정 주도의 문화는 물론 원도심 문화재생 사업에도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공동체 공모사업이나 용역사업에도 같은 접근이 요구된다. 계약 전에 이미 진행해오던 문화공간의 공동체사업을 공공에서 소유권을 갖고 주도권을 움켜쥐며, 민간은 사업리스크만을 공유하는 모델은 민간과 공공의 성숙한 연결고리를 가져가지 못한다. 민간의 기획을 도입하기로 한 공공에서는 민간의 창의성을 인정하고, 처음 기획방향을 재편하거나 시나리오를 검열하는 행위를 이제는 내려놓아야 민간과 공공이 파트너십으로 지역재생을 위해 협업하는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민관이 함께 하는 공동체사업에서의 행정은 민간영역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공격적인 사업을 장려하기 위해 개입하려는 여지를 줄이는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이를 위해서는 공공성을 담보하는 민간 사업자 선정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고, 사업진행에 있어 성과지표를 같이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은 민간의 새로운 방식에 이해를 넓혀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의 절차나 제도가 민간의 창의성과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때 공공은 조력자의 역할을 취하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민간의 특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가정에 살어리랏다 : 가정야행 | 가정동 마을파티 |
<가정집 거실라이브> 어린이날 청소년편 | 우리들의 취향공동체 모임 |
(사진: 청년협동조합 W42) |
2) 주민이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주민주도형 사업을 위하여공공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의 참여를 강조한다. 공공사업에서 지역주민 참여의 목적과 지향점은 무엇일까? 지역 주민은 내가 사는 터의 특성과 삶에 대해 어떠한 전문가보다 잘 알고, 지역에 공공사업이 진행될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도 주민이다. 그렇기에 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에 거주하지는 않지만 학교, 직장, 친구 등 생활권으로 하는 주민들의 참여는 대부분 배제되고 있다. 경계나 차별 없는 문화 재생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 내에서만 소통을 하라는 행위는 해당 지역이 더욱 고립되고 원도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주민들은 마을과 도시를 장기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운영주체들이다. 주민이 주체가 되는 공동체사업에 세수를 넣는 명분은 지역을 활성화해 공동체를 회복하게 하기 위함이다. 보통의 일 년 안에 마무리되는 공공사업에서는 해당 군/구에 거주하는 이들의 비율로 성과지표를 설정한다. 지역을 확장하여 같은 시/도 안에 있는 이들은 현재 거주하는 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참여를 막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사업대상지를 한정해 참여하는 거주민이 이주한 이후에는 대안이 있는가?
공공사업에서 주민의 설정은 해당 군/구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사람만이 아닌 과거에도 미래에도 거주할 주민으로 해야 하고 이들의 참여도 보장해야 한다. 이들이 바로 지역과 지역문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고,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결정권도 가져야 할 것이다. 자리를 채우는 주민이 아닌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에 책임을 지고, 지역을 운영하는 주민이 마을에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진짜 주민주도형 사업을 해야 한다.
공동체사업과 도시재생사업에서는 이제 막 지역과 주민의 서사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민간의 기획을 앞세운 일 년의 성과물이 아닌 10년, 100년 후에도 우리 마을의 공동체가 작동될 수 있도록 지역성을 확장한다는 개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와의 만남 | 프로젝트 추진 기본계획회의 |
대한민국, 미얀마 청년들 기획회의 | |
(사진: 청년협동조합 W42) |
민관연계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고정된 역할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공공의 역할이 자료를 검토하는 데 치중했다면, 민관연계 사업에서 공공의 역할은 사업의 주최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아주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공공과 민간이기에 디테일한 세부적인 문제가 사업 전반의 갈등과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 그렇기에 연구와 보고서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슈를 파악하고 현장에 밀착해서 활동하는 민간영역의 원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현장과 같이 고민해야 한다.
보여주는 사업이 아닌 실효성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기 위해 공공의 고정적인 단어와 말투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에 직접 참여를 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들을 기록하여 향후 비슷한 사업을 진행할 공공과 민간에 이정표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런 기록들이 축적되어 현장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공공에 전달되고 민관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길을 환히 비춰주길 기대해본다.
박주영(朴周英, Juyoung Park)
–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 문화예술기획 연계전공
– 인천서구문화재단 생활문화팀
– 공간거점 주민문화활동지원 사업 담당
– 구립예술단 운영사업 담당
장은주(張銀株, EunJu Jang)
– 청년협동조합 W42 이사장
– 인천도시재생플랫폼 공동대표
– 인천시 일자리위원회 위원
– UN HABITAT 제10회 세계도시포럼(WUF) 도시재생사례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