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 신중년이라는 옷을 입다: 송연숙 씨 인터뷰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제2의 인생, 신중년이라는 옷을 입다송연숙 씨 인터뷰
홍봄(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신중년(新中年). 사전적 의미로는 ‘자기 자신을 가꾸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젊게 생활하는 중년을 이르는 말’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지역주민들과 어울리며 제2의 즐거움을 찾고 있다는 송연숙(55·송도2동) 씨에게도 이 말이 참 잘 어울린다. 만나는 순간 긍정적인 에너지와 활기가 전해졌던 신중년 송 씨와의 만남을 기록한다.
인천 연수구 커낼워크 내 송도문화살롱에서 만난 송 씨는 ‘이 멤버! 리멤버!’를 외치며 지난해를 함께 보낸 팀원들 자랑으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그가 참여한 <신중년 인생 2막 변주곡 Song Do!> 프로그램은 연수문화재단의 2020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 통합운영 사업의 일환이다. 이 사업은 신중년의 삶에 관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함으로써 중년 세대의 ‘멋지게 나이 듦’의 의미를 환기하고, 궁극적으로 지역 내 문화자치 동력의 구성요소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신중년의 삶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소재인 ‘의상’과 ‘주거’라는 주제로 운영됐다. 송 씨는 6명의 팀원과 함께 의상분야인 ‘나는 송도스타일!’로 활동했다.
송 씨는 “처음에는 예쁜 옷을 입고 인증샷을 찍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어요. 60대에서 40대까지 6명의 주민이 모였는데 너무 마음이 잘 맞았던 거죠. 여러 의상들을 입어보면서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금세 친숙하게 어울릴 수 있었어요. 서로 마음에 드는 옷을 바꿔 입기도 하고 선뜻 내어주기도 하면서요. 의상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니 말도 더 잘 통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음이 잘 맞는 팀원들과 나의 옷장이야기와 우리 동네 테일러가 알려주는 스타일링 팁, 화보촬영 및 룩북제작을 하는 과정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송 씨에게 큰 해방구가 됐다. 유일하게 마음을 놓고 이웃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송 씨는 “코로나 때문에 불안해서 어딜 나갈 엄두도 못 냈는데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이웃과 장소가 생긴 것”이라며 “의상에 대해 배우고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의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들이 인생에서 큰 활력이 됐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부직포로 각자의 드레스를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도구나 실력이 훌륭하진 않았지만 각자 최선을 다해 세상에 한 벌 뿐인 나만의 옷을 만들어냈다. 아쉬운 점이라면 직접 만든 드레스를 입고 의상쇼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멤버들은 올해 제2의 신중년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는 내 지역 송도를 알리는 동영상 찍기에 도전하려 한다. 일정에 한계가 있지만, 송도의 사계절을 담는 게 멤버들의 목표다.
신중년 프로그램 외에도 인생나눔교실 <삼삼오오 복작복작 단지>의 퍼실레이터로 참여한 경험 또한 송 씨에게 의미 있는 일이었다. 삼삼오오 프로그램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구성원들이 하나의 소모임을 결정하고, 그 학습공동체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는 지난해 ‘엑사모’와 ‘볼링블링’, ‘최고박당’ 소모임에 퍼실레이터로 함께했다.
송 씨는 “송도는 100%가 아파트다 보니 이웃과 소통하기 쉽지 않아요. 인생나눔교실 프로그램은 다른 아파트 사람들끼리 모여서 우리 마을의 이야기해보자는 취지로 참여하게 됐죠. 하지만 20팀 이상 모으려 했던 계획과 달리 코로나19로 모임에 제약이 컸어요. 그래서 우회했던 게 ‘같은 취미 가진 사람들끼리 소규모로 모여보자’였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웃들과 삼삼오오 소통하며 그는 송도문화살롱이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보다 활성화됐으면 하는 기대가 생겼다. 공간 특성상 갤러리를 운영하기 좋은 이곳에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일 년 내내 주민들로 북적이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송 씨는 “송도문화살롱이 더 많이 활용되고, 내년과 내후년에도 계속 이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구와 경제청, 상인분들이 합심하면 공간이 더욱 좋게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삼삼오오나 신중년 등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할 때 최소 1회씩은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으면 지나던 사람들도 궁금해서 들어와 보지 않을까요?”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송 씨는 지난 1년간 신중년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얻은 귀한 경험들을 “행복했다.”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그동안 누구 엄마, 누구 와이프, 주부로 살았는데 지난 한 해는 송연숙으로 살았습니다. 신중년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이게 송연숙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행복했어요. 나이가 들었다고 집에만 계시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오시고 활기차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집에만 있다가 공원이라도 나와서 움직이면 참 좋거든요. 많은 신중년분들이 밖으로 나오셔서 함께 경험하고 동참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 행복했던 경험을 많은 주민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지역에 보다 많은 문화프로그램들이 꽃피기를 희망했다.
송 씨는 “신중년이나 삼삼오오 같은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지역에 잘 정착돼서 많은 분들이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평생학습관보다는 조금 느슨한 느낌으로 신중년을 비롯한 주민들이 오가다가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문화거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했다.
인터뷰/글 홍봄(洪봄, HongBom)
기호일보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