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이들의 아지트, 동네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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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은 일요일, 꾸물꾸물 문화학교 내부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아이들을 위한 아지트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동네 언니들로 이제 막 새롭게 한 걸음 내딛기 시작한 신생 문화예술 동아리이다. 뭐든 함께 만들어나가려고 한다는 신생 동아리, 동네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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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언니들의 시작과 현재

동네언니들은 꾸물꾸물 문화학교를 이끄는 윤종필 교장 선생님의 고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활동하다 보니 세대차를 겪을 수밖에 없었고, 이에 나연 씨를 비롯한 꾸물꾸물 문화학교의 청년층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생겨난 것이 바로 ‘동네언니들’이다. 중학생 때부터 꾸물꾸물 문화학교에 나온 나연 씨를 비롯한 청년층의 주도로 조금 더 젊은 시선으로 청소년과 소통하며 가까워지고자 하는 마음에서 ‘동네언니들’이 탄생했다. 바쁘게 한 주를 보낸 사람들에게 일요일은 황금 같은 휴일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일요일마다 모인다. 바로 청소년 친구들 때문이다.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학업으로 바쁜 일주일을 보내는 아이들이 주중에 시간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그렇게 치열하게 일주일을 보낸 아이들에게 잠시라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아지트와 같은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일요일에 모이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인터뷰 당일에도 고등학생 친구들이 나와 동네언니들의 프로젝트를 돕고 있었다.

03가치(같이)테트리스, 동네언니들의 첫 프로젝트
가치프로젝트는 동네언니들 동아리가 꾸물꾸물 학교 내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로 2m의 철골 구조물의 큐브를 자유롭게 재창조하는 작업이다. 동네언니들은 ‘가치테트리스’라는 이름으로 직접 철골 구조물을 꾸미고 이를 채울 수 있는 대형의 테트리스 블록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같이 하며 함께하는 가치를 만들어내자는 이 프로젝트는 준비단계에만 2~3주가 소요되고 기한에 맞춰 3일 만에 제작해야 하는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다, 그러나 합심해서 하다 보니 사이도 더욱 돈독해지고 제법 그럴싸한 결과물이 나오게 됐다. 이 기간에 꾸물꾸물 문화학교에서 인연을 맺은 커플의 결혼식도 있었다고 한다. 결혼식에 모두 함께 참석하고 다시 돌아와서 정신없이 작업했던 때를 이야기하며 동네언니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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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일상을 되돌아보다, 일상재발견
최근에 동네언니들은 일상재발견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기획 단계부터 자체적으로 시작한 첫 프로젝트로 사진을 찍으면서 가까운 일상의 가치를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려워하며 숙제처럼 의무로 사진을 찍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침대 밑의 물건들, 내 주변의 빨간 물건과 같이 사소한 일상을 담다 보니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게 되었고, 사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동네언니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자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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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을 넘어 인생을 나누다.
동네언니들은 꾸물꾸물 문화학교 내에서 문화예술교육 외에도 청소년과 다양한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언니들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대학에 진학한 청소년 친구도 있다고 한다. 이 친구는 현재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면서 동네언니들의 행사나 일정이 있을 때, 사진을 찍어주며 함께 하고 있다. 이외에도 성악을 전공한 동네언니들의 성지 씨 역시 서양화로 전공을 바꿔 가보지 않은 길의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동네언니들은 꾸물꾸물 문화학교에서 자신들이 배우고 영향받은 것처럼, 청소년에게도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와 함께 자신이 겪은 경험을 나눠서 청소년들이 넓은 시야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한다.

동네언니들, 자신들의 변화
동네언니들 구성원의 대부분은 청소년 시기 꾸물꾸물 문화학교에서 문화예술 교육을 들었던 경험이 있다. 어른이 된 이들은 다시 모여 문화예술기획자로, 멘토로 성장했다. 나연 씨는 동네언니들 활동을 시작하면서 단순히 수업을 듣던 참여자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활동을 하게 되니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이전과는 달리 실무부터 결정까지 책임져야하다보니 고민도 많고 의무감과 책임감이 든다는 것이다. 정후 씨는 개인 작업을 주로 하는데, 좀더 열린 시각을 갖게 됐고, 은진 씨는 음악교육이라는 전공을 살려 도움을 주고 있으면서 자신 역시 동네언니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일주일에 2~3번 회의를 위해 모이면서 생활의 중심이 동네언니들로 바뀐 것 같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동네언니들은 올해를 시작으로 발판을 다지고 있다. 운동회부터 성교육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예정이며, 이후에는 문화예술교육 역량 강화를 통해 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가능하다면 중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또한 수치만으로 책정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을 쌓아가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들에게 동네언니들이란?
동네언니들은 그들에게 의미가 크다. 성지 씨에겐 입시 스트레스를 푸는 동시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사회생활이고, 은진 씨에게는 다른 분야의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한다. 미술을 전공하는 정후 씨는 동네언니들을 작업의 일환처럼 느끼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생활의 중심 같다고 했다. 나연 씨에게 동네언니들은 기획자로서 의무감과 책임감이 막중한 성장통과 같다. 이전까진 화려한 연꽃만 봐왔다면 동네언니들의 활동이야말로 그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 같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누군가가 나의 멘토가 되어주거나 새로운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상대가 되어준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다. 동네언니들은 자신들도 겪은 학창시절의 고단함을 덜어주고 쉬어갈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드는 한편, 청소년들에게 세상을 더 넓게 보며 문화예술을 조금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기회를 주고자 자신의 시간을 기쁘게 활용하고 있었다. 동네언니들이 어느새 생활의 중심이 되어버렸다고 웃으며 말하는 그들이 앞으로 인천을 중심으로 더 많은 청소년과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큰 그림을 그려가며 함께 성장해나가기를 응원한다.

글 / 시민기자 오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