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전문인력, 그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지역문화전문인력, 그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문지혜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르면 “지역문화”란 지역의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및 이와 관련된 유·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 이에 따라 지역문화의 기획, 개발,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배출하기 위해 “지역문화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예술강사로 활동하며,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안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한 나로서는 이 과정이 나에게 꼭 필요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을 통해 과정을 수료하였다.

과정을 수료한 후 나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왔을까? 그 대답은 “알 수 없다”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을 듯하다. 왜 이런 대답을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문득 문화예술교육사가 떠올랐다. 몇 년 전, 문화예술교육사라는 자격증이 생겼다. 자격요건도 따로 없었으며, 국가고시처럼 시험을 보는 것은 아니고, 지정된 기간에서 수업을 듣고 이수하면 발급되는 자격증이다. 그래서였을까? 매우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교육사를 취득하기 위해 몰렸다. 국ㆍ공립 미술관이나 박물관, 학교 등에 배치되어 일을 할 수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문은 결국 현실화하지 못하였으며,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학예사와 다른 점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 보니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 중에 있는 사람도, 취득한 사람도 현재 내가 속해있는 진흥원의 예술강사 사업에 참여하기를 기대하였으나, 몇 년 동안 신규채용이 없는 이 사업에 들어오긴 쉽지 않았다. 결국 처음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며 수많은 문화예술교육사만 배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문화인력 양성과정을 통해 함께 한 사람들은 다 무엇을 하고 지낼까? 그들의 삶에 변화가 있을지 생각해 보니 내린 결론은 “없다‘이다. 자신들의 역량을 성장시키기 위해 과정을 수료한 후 그들은 그들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갔으며, 과정 중에 자신의 참여 의지를 잃고 행동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다.

이미 수백 명의 시민들이 공공기관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하였다. 하지만 이런 형식의 인력 양성의 경우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 이수나 프로젝트를 실행하더라도 과정이 종료되면 거기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역문화인력에 대한 교육과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현장과의 괴리감이 크기 때문에 인력 배출에서 끝나버리는 게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역문화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지역문화인력 배치를 제도화하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도와주며, 단체가 아닌 개별 활동가들에게도 살아갈 수 있는 급여 지급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사마다 보여지는 프로그램의 목적은 다르더라도 그 안에 활동하는 체험프로그램이나 교육프로그램은 다 동일하게 보인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와 농어촌은 겉으로 보이는 차이뿐만 아니라 그 지역 안에서도 다름이 존재한다. 각 지역 연령대에 따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다를 것이며 문화예술에 대한 경력 차이에서도 대상과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문화적 특성은 그 지역에 거주하며 몸소 느낀 사람이 제일 잘 알 것이다.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과 활용, 배치 또한 이 점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지역 안에서 양성된 인력들이 사업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그 지역에서 방법을 찾고 논의하며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수한 양성과정과 그 활용 사례를 견주어 볼 때 사례가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문화는 지역의 기관에서 그 지역을 잘 알고 교육을 진행했을 때 이해도가 높은 사람을 우선순위로 양성해야 한다.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을 통해 프로젝트로 실무의 감은 어느 정도 익힐 수 있어야 하며, 과정 종료 후 현실에 배치되었을 때에도 체계적인 멘토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들에 대한 급여 또한 기준을 정해 정당하게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에서 인력이 자생하고 지역의 활동 인력으로 남도록 하기 위해서 지역문화인력 양성과정의 시스템에. 어떤 변화를 주어야 할지를 생각해보고,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에 인력을 지속해서 고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복지란 무엇인지 개념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복지사업 규모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문화복지 관련 자격증이 남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문화인력 양성과정 사업의 목표가 배치지원을 통해 지역문화인력의 성장과 지역에 안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수준까지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문지혜]
MOON JIHYE, 文志惠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예술강사

-지역안에서 문화예술에 관련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