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하는 것’ 말고, 공공은 과연 안전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 최경숙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사무처장
‘금지하는 것’ 말고, 공공은 과연 안전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사무처장 최경숙
몇 주 전, 코로나19 방역지침 2단계 상황 하에 대학로에서 진행된 한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장 1층 입구부터 방역요원이 발열체크, 손 소독, 문진표 작성, 개인정보수집 등을 진행했고, 객석은 관객과 관객 사이 좌석을 2-3좌석씩 띄어 앉았다. 모든 스텝과 관객은 마스크를 착용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앞쪽을 바라보는 것과 박수를 칠 수 있는 것 정도였다. 이 공연 또한 공연 관련된 소수에게만 오픈된 공연이었지만, 박수소리만으로도 오랜만에 공연을 만난 사람들의 열기가 뜨겁게 느껴졌다.
공연 관람 후 인천으로 내려오는 전철을 탔다. 좁은 전철에서는 좀 전의 공연장과 달리 좌석에 모르는 사람과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했다. 방역을 위한 안전거리 유지는 당연히 되지 않았고, 동행과 이야기하고, 전화통화를 하고 때로는 마스크를 내리고 무엇을 먹고 있었다. 출퇴근 하며 매일 마주하는 풍경이지만 그날은 다르게 느껴졌다. 과연, 안전한 환경이란 무엇인가?
추석 직전,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것과 그 대안을 논의하는 들의 가 있었다. 문화예술계의 집담회가 아니라 ‘문화예술종사자’라고 칭한 이유가 있었다. 문화예술계는 소위 ‘예술가’라고 불리는 사람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스텝’ 또는 ‘업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대부분의 예술행위들은 그들 없이는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원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해 무너진 것은 예술가들의 삶 뿐 아니라, 예술생태계가 함께 무너지고 있었음을 인지시키고 싶었다.
문화예술계는 2020년 상반기에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다. 모든 공연과 행사는 취소되었고, 취소 연락을 받는 것에 익숙해졌다. 위험한 상황을 공감했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팬데믹 상황에 맞게 기획안을 몇 번이고 고치면서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직원들의 월급, 나의 생계, 카드값과 대출금 상환 등이 문제였지만, 대출을 더 받고 적금을 깨서라도 버텨야 한다고 했다. 예술가들은 그래도 이런 저런 지원금이 추가로 생기기도 했지만, 지원금의 초점이 창작행위를 하는 것이 중심이 되면서 정상적인 형태의 공연이나 축제는 거의 없어졌고 그로인해 기획자, 스텝, 관련업체들은 작년대비 1-20%의 일밖에는 하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무대, 발전차, 행사물품 렌탈 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된 이유는 코로나19예방 차원으로 공공 공연장, 연습실 등을 닫고, 축제를 금지함으로 발생되었다. 국가차원의 방역에서 공공건물, 그중에서도 문화예술관련 시설은 폐쇄 1순위가 되었고, 행사중지 또는 연기는 물론, 사용함에 있어서도 과도한 제재를 받았다. 문화예술종사자들은 처음에는 방역협조에 순응했지만, 점차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매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전철, 버스보다 우리의 공연장이 위험한가?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는 식당보다 위험한가? 술집보다 백화점보다 공연장이 위험한가? 공공기관의 사무실보다 공연장이 위험한가? 왜 공연장만 전격 폐쇄되는가? 하는 물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실내 50인, 실외 100인이라는 기준도 모호했다. 30평짜리 실내와 300평짜리 실내를 똑같은 ‘50인기준’을 적용하여, 큰 공연장에서의 공연도 종종 불허되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타 도시에 비해 민간극장이 현저히 적고 공공극장 및 연습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인천의 경우 극장이나 연습실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행했다. 또한 많은 예술인들이 코로나 상황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시기에 많은 공연을 동시에 진행하게 되면서 많은 문제가 발행하게 되었다.
또한 팬데믹 상태의 비대면 예술 활동의 대안을 ‘온라인’으로 상정해, 새로운 시대에 조응하는 각종 예술 활동의 풍부한 상상력을 실험해 볼 기회를 주지 않았다. 대면이 아닌 비대면은 많은 것이 달랐다. 비대면의 방식은 더 다양할 수 있고 오히려 ‘다른 차원의 방식’을 만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시도해볼 공간이 없었다. 무대만이라도, 연습실이라도 빌려달라는 요구는 그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정적인 시설운영의 노하우와 인력을 가지고 있고, 방역 메뉴얼을 철저히 관리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먼저 문을 닫아걸음으로 예술가들은 민간공간으로 사설연습실로 가고, 업체들은 공연과 행사를 기다리다 지쳐 직원을 해고하고 도산위기에 직면했다.
사실 문화예술종사자들의 이런 문제는 이전에도 있었다. 메르스로, 돼지열병으로, 위약금도 없이 행사가 취소되는 경우를 겪었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괜찮아 질 그 어느 날’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이후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잠시만 기다리라’라고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전은 중요하고, 우리 모두 안전한 환경에 동의한다. 공연예술행위를 관람하는 것 역시 충분히 안전할 수 있다. 공연장이 불안하다면 좌석과 좌석 사이에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을 하여 극장문을 열어야 한다. 관객이 많이 모이는 것이 불안하여 통제가 불가피하다면 문화예술종사자들의 예술창작활동을 위해 극장을 열어야 한다. 안전한 창작활동을 위해 대상자 모두 코로나 검사를 한 후 매일 발열 체크하는 제도를 도입해서라도 극장을 열어야 한다.
안전하게 창작과 연습을 하고, 안전하게 관객을 만나고 싶은 욕구는 어쩌면 정부보다 문화예술종사자들이 훨씬 크다. 지원제도를 덜컥 만들어 예산을 나눠주기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에서 대안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월부터 지금까지 문화예술계를 제재하는 방식에 진일보한 것은 하나도 없다. 아직도 문화예술은 ‘여가생활’로 인지되어 ‘술집도 9시에 문을 닫고, 편의점도 9시 이후에는 먹는 것이 안 되는 이런 시대에 공연을 무슨 공연!’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금지’ 하는 것 말고, 다시 문화예술을 할 수 있도록 ‘새롭게’ 노력한 것은 무엇인가?
그러나, 문화예술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행위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 두렵고, 경제활동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위축되는 이 시기. 이 우울한 시대를 극복할 수 있도록 두려운 우리의 마음을 공연하게 하라. 문화예술종사자에게 공연을 허락하라. 금지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대안을 말하고 찾을 수 있도록 하라!
1) 문화예술종사자들은 예술가, 예술강사, 기획자, 연출자, 조명스텝, 음향스텝, 무대스텝, 안무가, 디자이너, 관련 업체(음향, 조명, LED, 영상, 무대, 행사물품, 발전차 등) 등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은 의미한다.
2) [코로나19 이후 문화정책 제안을 위한 문화예술종사자 집담회]는 2020년 9월 29일 화요일 인천평화복지연대 주최, 인천시민재단 및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토론에는 최경숙(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사무처장), 이화정(극단 아토 대표), 이연성(성악가, 부평문화재단 이사), 권은숙(청산별곡, 공간운영자 및 기획자), 김면지(예술숲 대표) 가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