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무용가, 그 이상의 문제를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 무용가 박혜경(인천문화재단 이사)을 만나다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앞으로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 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첫 연재이므로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형식을 다듬어갈 예정이다.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무용가, 그 이상의 문제를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 무용가 박혜경(인천문화재단 이사)을 만나다

류수연

◆ 2020년 9월 14일, 인천 중구 신포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박혜경 이사를 만났다. 박혜경 이사는 인천문화재단과 함께 한 지난 4년은 “무용가, 그 이상의 문제를 고민하게 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류 : 안녕하세요? 항상 회의 장소에서 뵙다가 이렇게 다른 곳에서 뵈니까 새로운 기분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 : 저를 소개하자면, 과거에는 ‘무용하는 사람’이라는 말로 충분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이에 더해 ‘후배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언제나 고민하는 선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요즘 들어 계속 고민하는 문제인데, 앞으로 제가 계속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인천문화재단을 통해 컨템퍼러리 외의 다른 분야를 접하면서 점점 이런 고민들이 커진 것 같습니다.

류 : 인천, 그리고 인천문화재단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박 : 사실 저는 해남 출신이고 고등학교는 광주에서, 대학은 서울에서 나왔어요. 그런데 가장 오래 산 곳은 이곳 인천이죠. 그러니까 인천은 저에게는 사실상의 고향이지요. 제가 인천에 온 계기는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학생 때 인천 시민의 날 공연에 참여했던 것이 인천과의 인연의 시작이었어요.

류 : 인천과의 인연이 정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군요. 이사님께는 인천이 제2의 고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박 : 처음 인천에 온 것은 1987년인데 그때는 무용학원 강사였어요. 1989년부터 인천현대무용단에서 활동하기 시작했고요. 제가 2005년에 인천무용협회 회장이 되었는데, 그때가 바로 인천문화재단이 출범을 한 때였어요. 그러면서 인천문화재단과의 인연도 시작되었죠. 아무래도 무용협회 회장이니까 재단과 함께 논의할 것들은 많았지만, 당시까지는 그래도 개인 활동가였으니까 재단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요. 2017년부터 재단이사가 되면서 더 구체적인 인연이 생겨났어요.

류 : 그렇다면 사실상 재단의 15년 역사는 안팎에서 보신 셈이군요. 그렇다면 인천문화재단 이사로 계시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업이나 이슈는 무엇이었나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요?

박 : 재단이사가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아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사로 있으면서 인천문화재단이 진행한 여러 사업들의 면면을 본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일단 저는 무용인이니까 무용 중심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전문 예술가들에게 대한 지원부분에 좀 더 관심이 많았고요.
제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했던 사업들도 이런 영역에 관련이 있어요. 먼저 재단 사업 중에서 예술인 지원을 청년, 중년, 장년으로 구분해서 하는 것이 있어요. 생애 시기별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이죠. 저는 이런 부분이 좋았습니다. 또 전에 전문 예술인에게 해외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업들도 굉장히 좋았어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주니까요.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예술인 복지 관련 사업들도 굉장히 의미 있고 중요한 사업이고, 인천문화재단의 정체성과 관련된 사업이지요. 이 외에도 ‘트라이 보울’이나 ‘아트플랫폼’의 발전 가능성도 계속 지켜보아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류 : 정체성 문제가 나와서 연결해서 질문을 드립니다. 정체성이라는 결국 재단의 가치나 지향점과 연결되어야 하는 지점일 텐데요. 문화예술계의 종사자로서 생각하는 인천문화재단의 가치는 무엇인지, 혹은 인천문화재단의 지향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박 : 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재단의 정체성 문제입니다. 인천 내에 문화재단이 인천문화재단 하나밖에 없었던 15년 전과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고 봅니다. 현재 인천에는 부평, 연수, 서구에 구 단위의 지역문화재단이 있어요. 며칠 전에 기사를 보셨겠지만, 중구문화재단의 설립도 발표된 상태이고요. 즉 인천 내에 1개의 광역문화재단과 4개의 지역문화재단이 생긴 거지요. 다른 구에서도 문화재단이 곧 생기리라 추정해볼 수 있고요.
그렇다면 인천문화재단의 성격 역시 이러한 흐름에 따라 바뀔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역문화재단과 구분된, 광역문화재단으로서 인천문화재단의 정체성이 강화되어야 생각이 그것이에요. 사실 얼마 전에 <인천문화통신 3.0>에 관련된 글을 기고하기도 했어요.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어요.
저는 무엇보다 일단 생활문화와 예술이 좀 구분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둘 다 중요하지만 인천문화재단이 그것을 다 이끌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지역문화재단이 생활문화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광역문화재단으로서 인천문화재단은 예술가 지원과 같이 전문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그 정체성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이야말로 이런 문제를 인천시도, 인천문화재단도 고민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해요.

류 : 저 역시 충분히 숙고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단의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근에는 코로나19 문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현 단계(코로나19) 상황에서 인천문화재단에 바라는 것이나 제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박 : 전반적으로 사업들이 잘 시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아쉬운 것은 언택트가 현실이라고 해서 공연 등에 대한 지원이 정지나 취소되는 부분들이에요. 사실 이 부분은 재단의 문제라기보다는 예산의 사용과 관련된 문제일 텐데요. 사실 공연 같은 경우에는 대관에 맞추어진 지원이 많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영상 등에 사용할 수 있게 만들면 오히려 다른 방식의 언택트 공연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 이 공간(박 이사의 사무실)만 해도, 사실 이런 공간을 활용해서도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거든요. 영상을 기준으로 한다면 대관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탄생할 수 있는 거죠. 기존에서 함께 하기 어려웠던 다른 예술 분야와의 협업도 이루어질 수 있고요. 재단 이런 부분에서 보다 유연하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모색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예술가들도 기존에 할 수 없었던 방식의 공연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내야 할 거고요. 저는 이 상황이 오히려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류 : 인천문화재단의 이사직을 마친 소회를 간략하게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 : 인천문화재단에서는 참 다사다난했던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이사회도 열심히 참석했고 혁신위원회도 참여했지만, 그럼에도 이사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았고 많은 일을 하지 못해서 여러 가지로 미안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스스로는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했어요. 제 연습실이 재단에서 가까웠던 점도 좋았고요.
인천문화재단과 함께 한 지난 4년은 저 스스로를 많이 성장시킨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와는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좋은 자양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전에는 무용, 그 안에서도 컨템퍼러리. 이런 것만 보았는데, 이제는 컨템퍼러리를 넘어 무용 전반을 보게 되고, 또 다른 예술 분야와의 협업도 함께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이러한 경험들이 앞으로 무용계에서 좋은 선배로 나아가겠다는 제 다짐을 갖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류 : 마지막으로 재단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박 : 앞에서도 했던 이야기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어요. 인천문화재단이 광역문화재단으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갖는 것이 그것입니다. 인천문화재단만의 색깔, 역할. 이런 것에 집중해주실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사실 재단이 일이 굉장히 많고, 그 내부의 직원들이 정말 일당백으로 일을 하고 있거든요. 인천문화재단의 정체성이 뚜렷해지고 ‘집중’되면 이런 부분들도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더 전문성을 갖게 되리라 생각해요.

류 :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혜경 이사는 인천문화재단의 창립 초기부터 자문이자 조력자로서 협업했고 4년간 인천문화재단의 이사로 있으면서 재단의 현황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한 박 이사와의 인터뷰에는 재단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진심어린 조언들이 드러났다. 그 진심이 인천의 예술인들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박혜경(朴慧京, Park Hye Kyung) : 무용가/ Korea Action Dance Company 단장.
서울예술대학 무용과 졸업.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 석사. 동덕여자대학교 무용학 박사, 시립인천전문대학 무용과 강사, 인천무용협회 회장, 인천안무가협회 회장, 인하대예술교육원 강사 역임. 인천예총 예술상, 인천시 공연예술부문 문화상 수상.

1) 문학/문화평론가. 2013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