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공연예술계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포스트코로나, 공연예술계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로 닥친 2020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펜데믹.

바이러스를 다룬 가상의 이야기로 컨테이젼(2011), 캐리어스(2009), 크레이지(2010), 아웃브레이크(1995), 감기(2013)등의 재난영화를 접한 적이 있다.

지구 종말에 관련 된 영화를 보며 “에이, 무슨 저런 게 가능해?”하며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의 오버를 과하다고 여긴 시절도 있었으며, 바이러스 감염증에 관한 재난영화들을 보며 당연히 허구의 세계, 가상이라고 치부해왔었다. 그러나 2020년, 이러한 허구적인 영화에서나 봄직한 펜데믹 상황은 현실로 다가와 발생초기로부터 거의 6개월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 상황은 나라와 나라, 지역과 지역을 막아 놓았을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에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라는 미명하에 우리의 생활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 경제 전반에 고충이 따르고 실업이 늘어만 가고 있으며 초·중·고 학생들은 등교가 미뤄져 학기가 끝나갈 시기인 5, 6월 부분적으로 학교에 가는 일이 가능해지고 대학생들의 경우는 대부분 비대면 수업으로 입학식은 물론 교수님이나 학우들과 꿈꾸던 대학생의 낭만은 제대로 겪어보지 못하고 한 학기를 마감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펜데믹 상황에서 문화예술계는 어떠한가?

한국예술총연합회의 코로나19 피해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취소되거나 연기된 문화행사가 총 1614건에 이르고 있으며 예술인의 88.7%가 수입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이로 인한 문화예술계의 직접적인 피해액은 523억원으로 추산되며, 예술인 10명 중 9명의 수입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수입에 변화가 없거나 감소할 것이란 응답은 84.1%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문화예술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자 이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어려움을 겪는 소극장, 공연예술단체를 선정하여 차등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창작준비금으로 코로나19 확진 및 격리 등으로 활동이 어려운 예술인, 공연 축소나 취소로 피해를 본 예술인에게 1인당 300만원을 제공하는 지원책을 마련하였다.

인천문화재단도 예술인 긴급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생계가 곤란해진 지역 문화예술인의 경제적 지원을 위해 예술인 긴급재난지원금 2억원, 온라인 예술활동 지원사업 4억원, 대관료 환불 피해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생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지속적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예술인 창작지원, 인천 예술인 미술작품 구입 확대, 창작활동을 위한 도서지원, 창작공간 지원, 문화예술분야 크라우드펀딩 매칭지원, 인천e음카드 연계 지원사업 등 다양한 긴급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온라인 예술 활동 지원이 눈에 띄는데 이것은 포스트코로나로 만들어진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신조어 중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뉴 노멀(New Normal)이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적인 표준’을 뜻하는 말로 코로나19 문화예술계의 뉴노멀은 무관중공연, 온라인공연, 랜선공연, 언택트 등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새로운 공연형태이기도 하지만 공연문화의 틀을 바꾸어가고 있기도 하다. 결국 공연을 진행하지만 예술가와 관객은 가까이 하기 너무나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문화예술이야 말로 직접 체험과 경험을 통해 감성적으로 접근해야하는 형태의 예술이며 특히 공연문화는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소통해야 그 감동이 배가 되는 예술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공립 공연장이 문을 닫고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체는 지자체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공연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 상태이며 그나마 할 수 있는 공연은 온라인 공연형태로 전환해야 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얼마 전 조은아 경희대 교수 겸 피아니스트는 ‘온라인 공연감상 현황조사’를 진행하였는데 뉴노멀의 화두가 된 온라인 공연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공연 애호가라도 온라인 공연에 몰입하는 시간이 20분을 넘기기 힘든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났다.
조은아 교수는 5월24일까지 예술교과 강의를 듣는 학생 208명과 평소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대체로 높은 음악애호가 150명이 이 설문에 참여하게 하였고 두 그룹 모두 온라인 공연에 대한 호응은 상당히 높으며 공연 감상 플랫폼은 대부분 스마트폰과 노트북이었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현장 공연과 달리 온라인 환경에서는 관극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학생과 음악애호가 그룹 모두 ‘잡념 없이 온라인 공연에 몰입한 시간’에 대한 질문에 ‘20분’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들은 “퀄리티 자체는 실제 공연보다 떨어지지만, 접근성이 매우 높았다”라고 답했으며 “저렴한 대신 생동감이 덜했다” “세계의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어 좋았지만, 실시간으로 함께 하는 라이브의 경험이 더 그리워졌다”는 등의 코멘트를 달았다고 한다.

또한 음악애호가는 ‘유료라면 보지 않겠다’ 라고 답한 비율이 27.4%(40명)로 결국 온·오프라인 공연이 병행된다면 현장공연을 보겠다는 비율 역시 두 그룹 모두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설문조사를 통해 온라인 공연이 현장성이 생명인 라이브 공연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영상이나 디지털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라이브 실황에 대한 그리움이 반영된 결과로도 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 출신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코로나19확산으로 힘들어하는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5월12일 오후 부활절을 맞아 텅 빈 두오모 대성당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공연 영상으로 공개하여 전파했는데 ”희망을 위한 음악”이 주제였다.

이날 유튜브를 통해 중계된 콘서트는 전 세계 340만 명 이상이 동시 시청했고 공개된 지 8시간 만에 2100만 뷰 이상 조회됐고 이날 공연 중 모인 성금누적액 22만 2451유로(2억 9,629만원)를 코로나19 사태 최전선에 선 의료진을 돕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25주년을 맞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기념 온라인공연은 단 48시간 공개에 1000만 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이후 필자가 단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실내악단 i-신포니에타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정 되어져 있던 초청공연은 물론이고 이미 공모에 선정 되어 기금을 받아 실행해야하는 공연들도 현재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상태이다.

연주자의 주요 수입원은 공연인데 공연 취소나 연기로 인해 대표자는 물론 소속단원들은 무수입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5월 연수구에서는 연수문화재단의 토요문화마당의 재원일부를 자동차극장과 아파트발코니콘서트로 변경하여 실행하였고 주민들의 뜨거운 반응과 호응을 얻었다.

그동안 문화생활에 목말라 있던 지역주민들은 가족단위로 영화와 공연을 즐기며 잠시나마 코로나19 이전상황의 기분을 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클래식은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고 온라인 공연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랜선공연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새로운 도전과 동시에 더 질 좋은 온라인 공연을 만들어내야 하며 다양한 플랫폼개발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온라인 공연 콘텐츠에 대한 창작방식도 변해야 하며 집중시간이 짧은 온라인 콘텐츠 특성을 반영한 핵심공연 콘테츠도 필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펜데믹 상황이 지속된다면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공연 형태의 모색만이 연주자와 극장, 공연스탭 등 공연계가 살아남을 수 있다.

조화현 (趙華玹 / CHO HWA HYUN)
i-신포니에타 단장/ 인천문화재단이사/ 경인방송 ‘조화현의 문화톡톡’진행

사진출처 / i-신포니에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