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둘레길과 종주길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인천둘레길과 종주길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인천의 둘레길과 종주길, 이야기를 담다』(인천광역시, 2019) 소개- ②

안홍민(인천문화유산센터 연구원)

『인천의 둘레길과 종주길, 이야기를 담다』를 읽다 보면 둘레길 곳곳 역사와 문화의 현장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이 책에서 소개된, 인천의 둘레길과 종주길에서 만날 수 있는 인천의 다양하고 매력적인 모습들 중 몇 가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인천의 오랜 역사와의 조우(본서 1장, 6장)

먼저 인천의 오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코스는 어디일까요? 바로 계양산을 지나는 둘레길 1코스와 종주길 1코스, 문학산을 지나는 둘레길 8코스와 종주길 8코스를 들 수 있겠습니다.

계양산은 과거 계양·부평도호부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인천과는 구별되는 부평문화권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죠, 종주길 1코스를 따라 계양산에 오르면 만날 수 있는 계양산성을 만납니다. 계양산성은 삼국시대로 그 역사적 연원이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5년 발굴조사에서는 백제의 것으로 보이는 목간(木簡) 출토되기도 하였죠. 또 계양산에서는 이규보의 숨결도 느낄 수 있습니다. 둘레길 1코스를 걸으며 계양산을 내려와 장미원을 지나면 이규보 시비(詩碑)가 우뚝 서 있습니다. 시호(詩豪)라고 불리는 이규보는 계양도호부부사(桂陽都護府副使)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문학산은 인천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레길 8코스와 종주길 8코스가 바로 문학산을 지납니다. 문학산성이 위치한 문학산은 먼 옛날 비류(沸流)가 정착했던 이른바 ‘비류백제(沸流百濟)’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천이 바로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죠. 이후 문학산 근방은 전통시대 인천의 중심지였습니다. 우리가 원인천이라고 부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미 잘 아시겠지만 조선시대 인천의 중심인 인천도호부 관아도 문학산 근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의 풍상을 겪으며 넝쿨만이 무성하게 자라 있는 문학산성 성벽 앞에 서서 인천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묘한 감정에 빠져듭니다.

근현대의 격동·낭만·추억을 느끼는 길(본서 8장)

인천의 근현대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남긴 시기입니다. 개항 이후 인천은 근대문물도입의 전면에 서게 됩니다. 그 리고 인천은 근대도시로 변화하였습니다. 개항, 신문물의 도입, 외세의 침탈, 전쟁, 산업화, 민주화 등 격동의 시기를 가장 처절하게 겪은 곳이 인천이었습니다. 바로 그러한 역사의 여러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 인천둘레길 11~14코스입니다.

지금은 구도심 또는 원도심이라 불리는 중·동구 지역을 지나는 11~14코스에는 근대도시, 산업도시로 성장한 인천의 다양한 면면이 담겨 있습니다. 도시의 성장기,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소박함 속에서 희망을 일구어나갔던 서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달동네 골목길(11코스), 개항의 낭만과 외세 침탈의 아픔이 공존하는 공간이자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된 근대 개항장 거리(12코스), 끔찍했던 전쟁의 상처가 남아있지만 지금은 인천시민의 여가, 휴식,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월미도(13코스), 바다와 함께 한 인천 사람들의 치열하면서도 정겨운 삶의 터전이었던 옛 부두들(14코스)까지……

평소에는 무심하게 지나쳤을 수도 있던 그곳들이 바로 오늘날 인천을 만든 역사의 현장이었습니다. 그 동네, 그 거리에서 인천의 격동·낭만·추억을 만나고 싶다면 인천둘레길 11~14코스를 걸어보세요.

강화도, 그곳에서 만나는 또 다른 인천(본서 9장)

1995년 인천광역시 출범과 함께 인천에 편입된 강화도. 강화도는 한국역사의 모든 시기를 담고 있는 공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천이 가진 역사의 보물 창고가 바로 강화도일 것입니다. 그곳 강화도에도 인천둘레길이 이어지고 그곳에서는 도심과는 또 다른 인천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인천둘레길 15코스는 강화도로 들어갑니다. 강화도의 마니산이 인천둘레길이 지나는 곳입니다. 인천의 산 중 가장 높은 마니산(해발 472.1m)은 우리나라에서 기가 가장 센 산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기를 받기 위해 일부러 마니산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죠. 둘레길로 산을 오르다 보면 기 받는 계단을 만납니다. 이름은 기 받는 계단이기는 한데 경사가 가팔라 숨을 헐떡거리며 겨우 계단을 오르면 이것이 기를 받는 것인지, 기를 빼앗기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힘을 내어 정상에 오르면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섬과 바다의 모습에서 맹자(孟子)가 말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를 수 있는 곳이 이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니산의 정상에서는 참성단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득한 옛날 단군이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지는 곳이죠. 실제 단군이 이곳까지 올라 제사를 지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은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개천절에는 개천대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국체전 때는 참성단에서 칠선녀가 성화를 채화하기도 하죠. 참성단에서는 옛 사람들의 어떤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둘레길 15코스를 걸으며 마니산에서 호연지기도 기르고 인천의 또 다른 모습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인천둘레길과 종주길을 걷다보면 인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인천의 둘레길과 종주길, 이야기를 담다』가 그 만남의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