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트라이보울 예술아카데미 <재즈로 읽는 모던 조선>
송도국제도시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공간인 ‘트라이보울’에 다녀왔다. 평소엔 트라이보울이라는 독특한 건축물의 미적요소에 매료되어 “전시” 작품에만 만족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트라이보울 ‘공연장’에서 출연진과 관람객이 함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연. 그리고 잠시 우리나라 대중가요에서 잊혔다고 생각했던 장르인 ‘재즈’를 작은 콘서트로 선보였다고 하여 찾아가 보았다.
이번 2019 트라이보울 예술아카데미는 지난 12월 13일 <저항으로 읽는 근대가요>를 시작으로, 이번 12월 20일에 선보인 <재즈로 읽는 모던 조선>까지 2회에 걸쳐 공연이 진행되었다. 대중음악사학자로 유명한 ‘장유정’ 보컬(해설)과 함께 주화준(드럼), Cray koo (피아노), 오정택(콘트라베이스)까지 총 4명이 완벽한 하모니를 진행하였다. 진행을 맡은 장유정 해설은 꼭 이 세 명과 공연을 해야 한다고 농담으로 말한 대목에서, 이번 공연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재즈’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 재즈가 들어온 초창기 풍경을 우리에게 들려주면서 공연은 시작됐다. 그런데 재즈의 사전적 의미만을 전달한다면 공연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관람객이 조곤조곤 따라부를 수 있는 곡 ‘리라꽃 피건만’. ‘항구의 블루스’ 등을 장유정 보컬에 의해 관람객에게 쉽게 전달되었다. ‘재즈’라는 장르는 잘 몰라도 “오빠는 풍각쟁이야”라는 구절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면, 재즈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항상 접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공연 중간에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이야기를 전할 때마다 관객들에서 작은 탄성이 들려왔다. 음악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데, ‘재즈’만큼 격동의 세월을 거쳐온 장르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1920년대에 서양에서 우리나라에 처음 전파되기 시작한 ‘재즈’라는 장르는 우리나라의 최초 보이그룹과 걸그룹을 만들 정도로 인기를 끌며 대중에게 전파되어 갔지만, 30년대부터 군국주의가 대두되기 시작하자 서양에서 들어온 ‘재즈’는 일제의 야욕으로 더욱 쇠퇴하게 되었다.
재즈는 비록 서양에서 전파된 음악 장르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오고서는 많은 음악가들에 의해 재해석 되었는데, 처음에는 번안곡으로 시작한 우리나라 재즈의 역사는 창작곡이 나오면서부터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아 갔다. 비록 우리나라의 굴곡진 근현대사의 굴레에서 숱한 위기를 겪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익숙한 음악의 한 ‘장르’가 아닐까?
역사이야기와 함께한 재즈공연은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갈 정도로 관람객들을 매료시켰다. 마지막 공연에는 “앵콜”요청은 물론, 추운 겨울 찾아온 관람객들을 위해 공연 측에서 작은 선물을 준비해주셨다. 따뜻하고 감미로운 재즈 선율에 금요일 밤이 더욱 깊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