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의 김훈종, 이승훈, 이재익 PD와 함께한 ‘한국영화 100년, 인생영화를 말하다!’
[출처]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
올해 가장 화제가 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영화제에서 대상격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한국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였다. 이 쾌거는 한국영화 100주년이라는 시점에서 그간 이뤄온 한국영화 100년 역사를 자양분 삼아 한국영화의 문을 새롭게 열었다고 할 수 있다.
12월 12일 인천문화재단은 송도 트라이보울 공연장에서 겨울특강 ‘한국영화 100년, 인생영화를 말하다!’를 개최했다. 인천시민문화대학 하늬바람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번 특강은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의 김훈종 PD가 진행을 맡았다. 그는 이승훈, 이재익 PD와 함께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각자의 인생영화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SBS방송국 3명의 PD는 8년간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쌓은 유쾌하고 노련한 입담으로 자신들이 겪었던 영화현장에서의 다양한 곡절과 사연들을 전하였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은 시점에서 지금 우리 시대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
‘펭수’와 ‘마블’과 ‘BTS’, 하나의 세계관으로써 당당히 주류로 서다
먼저 이승훈 PD는 ‘펭수’와 ‘마블’과 ‘BTS’ 주제로 이야기의 포문을 열었다. 이들을 이야기하기 전 2018년 힙합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777>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가수 ‘마미손’에 대한 언급을 먼저 했다. 얼굴에 핫핑크 복면을 쓰고 참가자로 나온 그는 가린 얼굴에도 감출 수 없는 특유의 랩핑으로 이전 시즌에서 심사위원과 같은 프로듀서로서 참가한 또 다른 랩퍼 ‘매드크라운’을 떠올리게 했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마미손과 매드크라운 둘만은 서로 절대 같은 인물이 아니라며 부인했고 이 둘은 각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결국 음악시상식 <2018 MAMA>에서는 이 두 인물에게 서로 다른 대기실까지 주었는데 이승훈 PD는 이 결정에 담긴 의미에 강하게 주목하였다. 이는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바로 마미손과 매드크라운이 비록 같은 동일인일지라도 이들의 서로 다른 ‘세계관’을 별개로 인정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허무맹랑한 우스운 이야기 취급이 아닌 하나의 세계관으로 받아들였다는 것.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인형 탈을 쓴 사람으로서가 아닌 남극에서 온 펭귄인 ‘펭수’ 자체로, ‘BTS’와 같은 아이돌 그룹이 정한 각종 컨셉 역시 그 자체의 세계관으로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영화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마블은 영화가 아닌 테마파크’라는 발언을 해 여러 가지 의미로 큰 화제가 되었다. 우리는 실제로 마블의 영화를 보면서 아이언맨 같은 삶은 살 수도 없고 꿈꿀 수도 없다. 현실에서는 많이 공감하기는 어렵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이한 지금 전 세계의 관객들과 더불어 한국의 수많은 관객들 역시 마블이 구축한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긴다. 소수의 마니아 영화가 아닌 완결된 세계관을 가진 엔터테이먼트식 영화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청춘영화와 우리 사회, 해답보단 위로를 건네다
이승훈 PD의 이야기 키워드는 ‘청춘’이었다. 많은 이들은 청춘의 일부로 영화를 보기 시작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시대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과거 한국영화를 통해 본 청춘은 거의 사랑을 위해 죽고 사는 듯했다. 그러나 영화에서 보던 애틋하고 순애보적인 사랑을 하던 청춘의 모습은 조금씩 변해갔다. 아마 예전 영화에서 느끼던 청춘의 사랑이 좀 더 아득하고 희망적이고 낭만적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영화에서 보이는 청춘의 사랑은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볼 수 있듯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이 많다.
앞서 언급했듯 영화는 시대와 큰 연결고리를 갖게 되는데 그러기에 당대영화를 당대에 보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영화 ‘기생충’에 담긴 오늘날의 청춘의 모습은 어떠한지 살펴보자. 이 영화에서는 두 청춘 남매가 등장한다. 이 두 청춘은 크게 반항적이지도 무능하지도 않다. 다만 자신들이 가진 꿈과 작은 능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 끔찍한 지하 방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방법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청춘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큰 희망도 품지 않고 그렇다고 사회를 향한 강한 분노와 비난의 말도 쏟아내지 않는다. 절망 속에 순종적이고 무기력한 이 청춘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예전 청춘들의 뜨거운 반항적인 태도가 아쉬울 따름이다. 한국영화지만 전 세계인이 ‘기생충’을 통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오늘날 극심한 빈부격차가 전 세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청춘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청춘들의 모습이 이러할지도 모른다. 타개할 수 없는 현실 속에 결국 청춘들은 기성세대에 대해 많은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보다 뜨거운 청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는 그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양한 청춘을 공유하는 영화를 통해 명확한 해답은 어렵지만 어쩌면 조금의 위안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영화라는 환상을 통해 삶을 곱씹는다.
마지막으로 김훈종 PD가 이야기를 마무리하였다. 한국영화는 100년간의 역사를 통해 그동안 매우 큰 문화적 역할을 해 왔다. 80년대 우민화 정책 중 하나로 성(性)에 지나치게 집착하던 영화제작에서 벗어나 90년대 이후 좀 더 다양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발전을 위해 많은 영화인들이 함께 노력해왔다. 개인적으로 김훈종 PD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세계를 높이 평가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세계는 ‘삶의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원래 삶이란 것이 그런 것이라는 삶의 부조리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우리는 이것을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잔인하게 전달한다. 관객들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드는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삶에 대하여 끊임없는 성찰과 고찰을 하고 고민하게 된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라는 환상을 통해 부조리하고 아이러니로 가득한 삶을 곱씹는 기회를 제공한다.
앞으로의 한국영화 100년,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난 100년의 시간 동안 한국영화는 양과 질에서 끊임없는 발전을 이룩하였고 지금도 그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100만 관객도 어려웠던 한국영화는 이제 1,000만 영화를 다수 양산하며 올해는 영화 ‘극한직업’을 통해 코미디영화도 1000만 영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아직 해결해야 하는 영화산업 구조의 문제와 머지않아 변화될 극장 패러다임 등 앞으로 한국영화가 부딪혀야 할 파도는 높고도 거칠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누구도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한국영화의 눈부신 발전과 행보를 보아서는 앞으로의 한국영화 100년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글/
김지인 시민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