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마을 공동체를 꿈꾸는, 서구 아라마을 문화기획단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을 만나러 가는 길… 필자는 초행길에서 십중팔구 헤매는 탓에 출발 전 지도 앱을 여러 번 확인했건만, 역시나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기자가 늦다니 이런 실례가 또 있나’라고 생각하면서 진땀을 흘리며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인터뷰 장소와 점점 더 멀어졌다. 혼자서는 도저히 못 가겠다 싶어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자 마중 나갈 테니 기다리라는 답이 돌아왔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유쾌한 에너지가 가득 차 있어 긴장이 풀어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의 고지혜 대표였다.

손에 손잡고 마을을 넘어

고지혜 대표와 함께 인터뷰 장소의 문을 열자 화기애애하게 데워진 공기가 훅 쏟아져 나왔다.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소식에 하지은, 이희영, 허기연, 김민정, 전희진 회원이 이른 아침부터 자리해준 것이다. 뜨거웠던 그 날의 인터뷰를 전한다.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은 어떤 계기로 만드셨나요?
고지혜 특정 기획을 통해 만들어진 건 아니고, 마을 공동체 활동에 뜻이 맞은 서구 검암·경서 지역의 시민문화예술 동아리들이 모여 결성하게 됐습니다. 누가 먼저 나선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요. 활동도 인천 마을 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에 넣은 첫 기획안이 덜컥 선정되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첫 기획안 선정 이후 2018년도를 정말 바쁘게 보내셨겠어요?
고지혜 네, 기획안이 통과되고 첫 달에는 마을 주민들과의 주먹밥 소풍, 두 번째 달에는 마을 공동체를 잘 꾸리기 위한 교육을 받았고요. 세 번째로는 ‘서구 청소년 인권법’을 진행했습니다. 청소년 인권센터 ‘내일’의 하유미 강사님을 모셔서요. 그리고 8월에는 간재울중학교에서 ‘아라스 물총놀이’, 9월에는 검암초등학교에서 ‘강강술래 프로젝트’, 12월에는 인천문화재단 짝꿍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아모르 파티’를 개최했어요. 성과 발표와 정산까지 마치고 나니 에너지가 전부 소진된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늘 뭔가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 금방 다음 기획을 궁리하게 돼요.

 

정말 에너지가 대단하세요. 다른 회원분들의 참여계기도 궁금해지는데요.
허기연 전 대표님의 제안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했다가 이제 누구보다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김민정 멀티플레이가 안 돼서 처음에는 다른 동아리 활동과 병행하지 못하다가 대표님이 일손이 부족해 애쓰는 걸 보고 몇 번 도우러 왔다 갔다 하다 푹 빠졌지요. 저는 처음에는 자의는 없었어요(웃음).
전희진 대표님과 ‘우주최강 미녀들의 캘리그라피(우미캘)’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아라마을 문화기획단 결성 소식을 듣고 참여하게 됐어요. 검암동 주민이다 보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희영 저는 계양구 주민이에요. ‘길 위의 독서’라는 동아리의 대표이고요. 서구 주민은 아니지만, 마을 공동체를 위한 기획과 행사를 주최하는 고지혜 대표의 뜻에 공감해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동네에서 주민 스스로 판을 벌이고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던 기획들이 좋았고 즐겁게 활동하고 있어요.

 

와서 함께 즐기자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의 활동 중 특히 ‘아라스 물총놀이’와 ‘강강술래 프로젝트’가 많이 회자되고 있어요.
허기연 간재울중학교의 장소 지원을 받은 ‘아라스 물총놀이’는 정말 여러모로 재밌고 의미 있었어요. 아이들은 물총을 쏘고 물풍선을 터뜨리며 학업 스트레스를 풀고 어른들도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시원하게 여름을 즐긴 행사였지요. 참여자 모두 만끽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전희진 ‘강강술래 프로젝트’는 참여한 주민 모두가 손에 손잡고 운동장을 돌았던 것도 좋았지만, 부대행사로 마련한 전통공예와 전통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마을 어른과 아이가 하나 된 시간이었습니다.
김민정 김포에 사는 제 동생이 ‘강강술래 프로젝트’에 왔었는데 많이 부러워하더라고요. 자기 동네는 신도시라 이런 끈끈한 마을 기획이 없다면서. 같이 놀 수 있는 행사가 김포에도 있었으면 했어요.
이희영 강강술래 때 제가 신나서 운동장 도는 걸 목격한 제 조카가 이모가 그런 것도 하냐며 놀라더라고요. 저는 계양구에 거주 중이지만, 이제 여기 주민이나 다를 바 없다고 느껴요. 좋은 활동이라면 지역을 따지지 않고 참여하며 돕고 배우고 싶습니다.
하지은 돌이켜보면 마을 주민이 함께해서 참 좋았다 싶어요. 또, 물총놀이는 간재울중학교, 강강술래는 검암초, 인권교육은 고잔마을 측에서 장소 지원을 해주셔서 가능했지요. 마을 모두가 우리 기획과 함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규모 있는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보람도 크지만,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고지혜 정산 문서로 우리의 활동을 가늠하는 게 아니라 직접 와서 봐주셨으면 해요. 이건 아라마을 문화기획단뿐 아니라, 다른 시민동아리들이 지원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지원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 등을 알려면 와서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더 의욕적으로 할 수 있을 거예요.
김민정 저도 와서 보셔야 지원하는 기관과 동아리 사이에 신뢰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피드백은 지역 기여를 위한 노력으로 이어질 테고요.
전희진 시민동아리가 이용할 수 있는 대관 장소가 부족한 것도 알아주셨으면 해요. ‘아라스 물총놀이’나 ‘강강술래’는 저희 뜻을 좋게 봐주신 학교 측에서 장소 지원을 해주셨지만, 짝꿍 페스티벌 ‘아모르 파티’를 개최했던 장소는 대관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고지혜 저희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은 열심히 기획하고 활동하고 있으니까 저희 활동을 더 많은 분이 함께 해주셨으면 해요. 문화재단과 기관 직원분들도 언젠가 오셔서 함께 즐기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고지혜 대표는 필자도 시민동아리 대표라고 하자 올해 활동 프로그램 교환을 제안했고 단체 사진 촬영 때는 테이블에 세팅도 해주셨다. 그 유쾌함이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을 이끄는 동력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을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새로운 시도, 마중물, 특별하고 재밌는 경험,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동시에 에너지가 소진되는 곳, 미친 척하고 미친 듯 놀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곳’ 등의 대답이 연이어 나왔다. 애정이 진하게 묻어있는 한 마디들이 좋은 에너지가 되어 전달되었다. 마을에 들어설 때는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마을을 나설 때는 연대의 연결점이 된 기분이었다. 긍정적 관점과 넘치는 에너지로 마을 공동체의 놀이문화를 새롭게 짜고 있는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의 활동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서, 보고, 함께 즐기자.

글·인터뷰 / 생활문화동아리 일일 시민기자 김태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