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2016.09.20~10.03)

요약이 당신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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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주의. 게시글이 길어 스크롤을 계속 내려야 하니 그 압박에 주의하라는 말이다. 읽기 싫으면 누르지 말거나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뜻. 신조어의 생애주기는 점점 짧아진다. ‘스압’은 지고 ‘요약’이 뜬다. 짧고 간결하게 내용을 전달하는 ‘정보 다이어트’가 인기다. 매체는 넘쳐나고 알고 싶은 건 많다. 400쪽 분량의 책을 20분 만에 ‘읽어내고’ 구매를 결정한다. 신문의 긴 호흡보다 핵심만 간추린 카드뉴스에 호감을 갖는 독자가 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아도 드라마와 예능의 줄거리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읽어내면서 피로를 최소화하기. 콘텐츠 과잉의 시대, 요약이 당신을 유혹한다.

언젠간 쓸모 있을지 모를 짧은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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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는 일/노동을 뜻하는 독일어. 우리나라에서는 기간제 일자리 혹은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로 정착했다. 독일 격언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아르바이트 마흐트 프라이)’는 나치가 강제수용소 정문에 이 문구를 걸었던 역사 때문에 현재는 배척받는 문구가 됐다. 프리랜서의 ‘랜서’는 창을 의미하는 ‘랜스’에서 나왔다. 돈을 받는 대가로 창을 들고 싸워주는 용병이 현재의 자유계약 개인사업자를 뜻하는 단어의 어원이 됐다. 당장은 쓸데없지만 언젠가 쓸모 있을지 모를 짧은 지식. 더 궁금하면 아래를 클릭하시라. 총 440개의 지식이 올라와 있다.

자크 아탈리의 ‘21세기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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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칼럼니스트 고종석 씨가 친구에게 하듯 편하게 말한 지 꽤 됐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지만, 미래를 헤아려보는 건 힘든 일이야.”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21세기 사전’(1998년)에서 영어가 보편어가 되지 않을 것,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가 나타날 것, 다시 ‘유목’과 ‘유목민’을 중심으로 한 유목 문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종석은 아탈리와 동의하거나 혹은 다르게 생각한다. 21세기 끝 무렵이 되면 (문학적 전통이 깊은 언어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보편어로서 전 세계를 평정할 것이고, 장기적으로 일부다처제와 일처다부제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이 21세기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탈리가 예측한 지금 이 세기를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도 없고, 마냥 부정할 필요도 없어. 우리의 경험이나 상상력에 기반해서 어떤 것은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버리면 그만이야. 아무튼 과거(불과 20년도 안 된 과거이지만)에 쓰인 ‘현재에 대한 예언서’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야.”


당신은 정상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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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대상 수상작 ‘내추럴 디스오더(Natural Disorder) 2015’. 덴마크로 입양된 한국계 남성이자 뇌성마비 장애인 야코브 노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장애 때문에 겪는 취업‘장애’, 장애에서 탄생한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 등을 연극, 애니메이션 등으로 표현했다. 미래의 DNA 기술이 장애 아이를 걸러내는 데 쓰일 거라는 전망 속에서 ‘미래에 남지 않을, 멸종할 인류’로 살아가는 불편을 예술로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담겼다. 인간은 누구나 정상성의 압박을 받는다. 이 사회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강박. 그 과정에서 타자를 배제하고 묘한 차별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쉬쉬하는 추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궁정의 광대” 야코브 이야기.

5전 국민이 인천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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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꼭 여기서 찍어야 한다는 법도 없는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소, 바로 송도국제도시다. 청라 커널웨이 수변공원이 ‘애정신 장소’로 주목 받을 때 송도에서는 ‘주인공 집’이 조명된다. ‘닥터스’의 금수저 의사 진서우(이성경)를 위한 송도 오크우드 프리미어 호텔의 120평 최고급 펜트하우스,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조들호 전 부인(박솔미)는 더샾퍼스트월드 아파트 63층에서 ‘살았다’. ‘W’의 강철도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송도를 질주했다. 인기 장소로의 급부상은 넓은 도로와 적은 차량 덕분.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혜리)이가 뛰어다니던 부평 십정동 열우물 마을은 철거를 앞두고 인적이 드물었지만 드라마 영향으로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지 않는 도시가 어디 있으랴. 하지만 인천만큼 공항과 항구, 섬과 달동네, 원도심과 신도심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곳은 드물다. 마약 밀매, 범죄와 폭력 이미지에서 벗어나 ‘키스하는 도시’로의 반가운 변화.

 

이재은(뉴스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