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의 음악적 가능성 연구프로젝트, 박수아 쇼케이스 <해금을 해금하다>
[출처]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
두 줄의 현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음색의 우리나라 악기, ‘깡깡이’라는 별명도 가진 이 악기는 바로 ‘해금’이다. 12월 3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대중에게 조금은 낯설 수 있는 이 악기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자리, 해금 연주자 박수아의 쇼케이스 <해금을 해금하다>가 마련되었다. 전통적인 해금의 연주를 계승하면서도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해금의 모습을 제시한 이번 공연은 해금 연주자 박수아의 연주에 전자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이원우, 피아노의 신기원, 타악기의 임찬희가 함께하며 더욱 풍성한 무대를 꾸며주었다.
과감하고 자유로운 시도, 해금(奚琴)을 해금(解禁)하다
꾸준한 국악의 길을 걸어온 해금 연주자 박수아는 다수의 수상경력과 화려한 공연경력을 쌓으며 젊은 연주자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연주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그녀는 단순히 해금의 활을 켜는 것에서 벗어나 해금을 분석하고, 고민하고, 다양한 연주법을 찾는 일련의 과정들을 음악으로 나타내고자 한다. 해금의 전통적인 연주법 이외에도 해금에서 발생하는 모든 다양한 소리를 찾고 이를 음악으로 구현하고 싶어 ‘해금으로 금지된 것을 해지한다.’라는 뜻의 해금(奚琴)을 해금(解禁)하다로 이번 공연의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과감하고 자유로운 시도에 대한 그녀의 강한 확신은 훌륭한 연주의 결과로 드러났다.뮤지션 박수아 제공
해금연주에 담은 인천의 정서, 해금과 전자음악의 절묘한 만남
박수아 연주자의 설명과 함께 진행된 5곡의 연주로 이루어진 70여 분은 해금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곡마다 절묘하게 어우러진 영상은 해금연주의 정취를 더욱 돋우며 관객들을 연주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첫 곡은 <신(新) 천년만세>로 조선 시대 천년만년 수명을 기원하던 선비들의 음악을 해금과 피아노로 재구성하여 연주한 곳이었다. 무게감 있는 피아노 연주 위에서 뛰노는 해금의 선율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두 번째는 연주자의 연고지인 ‘인천’을 노래한 <미추홀 풍류>로 2017년 초연된 ‘Soul in Michuholl’을 피아노와 해금 2중주로 새롭게 편곡한 곡이었다. 인천을 상징하는 바다의 잔잔한 영상과 함께 전해진 이 연주는 같은 인천인이라 그런지 유독 더 마음에 와닿았으며 특유의 매력적인 멜로디가 마음을 울리기도 하였다. 세 번째, 네 번째는 해금과 전자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무대로 꾸며졌다. 이미 전자음악 컨테스트 <2019 Fest-M>에서 1위를 차지하고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에 초청되어 선보이며 그 가치를 입증받은 ‘Micro Layers’는 해금의 평음, 요성 그리고 트레몰로의 스펙트럼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데이터의 흐름을 청각적으로 구현하였다고 한다. 다소 괴기스러울 수 있는 분위기의 이 곡은 굉장히 혁신적이고 놀라운 연주로 연주자가 의도한 대로 해금의 무한한 가능성을 선보일 수 있었다. 역시 전자음악과 함께 이어진 네 번째 무대 ‘Blink’는 타악기 사물북이 함께 더해지며 눈의 깜빡임을 극적인 연주로 표현하였다. 마지막 다섯 번째 무대는 인천의 민요 <나나니 타령>을 해금 독주곡으로 구성하여 해금, 피아노, 타악기의 앙상블을 통해 무대에서 구현되었다. 화려한 영상과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연주는 본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써 손색이 없었다.
무대에서 입증된 해금의 무한한 가능성
이번 공연은 해금 연주자 박수아의 세 번째 독주회이자 자신의 음악을 많은 이들 앞에 선보이는 쇼케이스 자리였다. 전통음악에서부터 전자음악까지 해금의 다양한 연주 가능성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연고지 인천 지역의 특징을 음악으로 녹여낸 이번 공연은 해금의 다양한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이며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완벽하게 매료시켰다. 또한 당차고 단단해 보이는 젊은 연주자는 해금의 무한한 가능성을 자신의 무대로 충분히 입증하였으며 그녀의 연주 행보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그녀가 펼쳐나갈 무한한 해금 연주의 세계를 주목해보도록 하자.
글 / 시민기자단 김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