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요즘, 편의점

국내 최초 편의점은 1989년 5월 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 1호점입니다. 그해 국내에는 7개의 편의점이 있었죠. 당시 점장을 맡았던 손윤선 씨는 “지금은 편의점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때는 여기가 뭐 하는 곳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자정이 넘으면 상품 가격에 할증이 붙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한국에 편의점은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면서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1945년 광복 이후 유지됐던 야간 통금이 풀린 건 1982년 1월. 그즈음 몇몇 편의점들이 문을 열었지만, 동네 구멍가게에 익숙했던 상점 문화 속에서 별다르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몇 해가 지나 프랜차이즈 형태의 세븐일레븐이 한국에 도입됐고 1990년에는 훼미리마트(현 CU)와 미니스톱, LG25(현 GS25) 등이 잇따라 편의점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1990년대를 맞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도입 4년 만에 편의점은 1,000호점을 돌파했습니다. 2019년 현재 한국의 편의점은 4만4,300여 개로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보다 두 배 많습니다(인구당 편의점 수 기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닌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택배와 금융, 세탁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1989년 5월 서울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처음 문을 연 세븐일레븐 1호점
(출처 : 매일신문)

1997년 공공요금 수납대행 서비스, 1999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2000년 택배, 2009년 국세 수납, 2012년 알뜰폰 판매에 이르기까지 편의점은 생활 편의를 높이는 만능 공간이었습니다. 2008년 지하철과 공항 등에 편의점이 입점했고 2009년에는 이동형 편의점이 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쾌적한 식음료 이용 공간을 갖춘 카페형 편의점과 무인 편의점 등으로 더욱 역동적으로 변신해나가고 있죠.

1990년대 초 에는 ‘걸프컵(대형 종이컵에 담아 먹는 탄산음료)’처럼 서양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먹을거리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삼각김밥이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템으로 부상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도시락 같은 간편식품으로 확대됐습니다. 2010년 이후부터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자체브랜드(PB) 상품이 주목받기 시작했고요.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품 수는 5,000개가 넘습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오경석 팀장은 편의점의 증가와 성장을 “주 52시간 근무, 언텍트(비접촉),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혼술 트렌드 확산, 집에서 편안하게 술과 안주를 즐기는 실속 있는 소비 분위기”에서 찾았습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대로 간편식이나 외식으로 대체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편의점 고객은 더 불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네요.

출처 : 서울경제

서울 강남의 한 GS25는 의류용 가전제품인 스타일러를 설치했습니다. 스타일러를 집에 놓기 어려운 1~2인 가구를 겨냥한 거죠. 전동킥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GS25는 전동 킥보드 배터리 충전 스테이션 및 주차 스테이션, 하이패스 단말기 판매 및 금액 충전, 공공요금 수납, 온라인 쇼핑몰 결제 대행, 세탁 서비스 등을 운영 중입니다. 세븐일레븐은 무인물품 보관함 ‘세븐락커’를, 이마트24는 고객이 원하는 와인을 결제한 후 지정한 날짜에 가까운 매장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네요.

CU는 DGB대구은행과 손잡고 ‘내가 만든 보너스 적금’을 판매합니다. 세전 금리 6개월 최저 연 1.75%에서 2.35%, 1년 최저 연 2.1%에서 최고 2.7%의 상품으로 적금은 1인 1계좌, 자유적립식이며 월 납입금액은 1만 원 이상 20만 원 이하로 6개월과 1년 단위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무인화가 편의점의 미래입니다. 이마트24와 GS25 등은 현재 초기단계에서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며 무인 편의점이 보편화되면 무인화를 지원하는 신사업 기회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편의점 관계자는 “대부분의 골프장이 그늘집 근무자의 인건비와 근무시간 등 근로조건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어 편의점 무인화가 안정되면 전국 그늘집 풍경이 바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GS25는 전동 킥보드 배터리 충전 및 주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 이데일리

정부가 편의점이나 카페, 아이스크림 판매점 등에서 부스형 동전 노래연습장(코인 노래방) 운영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음주가 허용되지 않는 편의점이나 카페 등에서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코인 노래방을 함께 영업할 수 있게 해달라는 편의점 점주들의 민원을 새겨들은 것인데, 관련 업계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결론을 내릴 계획입니다. 최근 트렌드에 맞춘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의견과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편의점에 노래방이 들어서면 ‘편의점이 주점으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공존합니다.

“최근 가족과 노래방을 가려다 애가 있어 입구에서 거절된 경험이 몇 번 있다. 노후화된 곳도 많고 솔직히 애 데리고 가기엔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편의점이나 음식점에서 한 곡씩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40대 김모 씨)

“노래 부르는 게 스트레스 해소법인데, 일반 노래방은 혼자 가기엔 꺼려져 자주 갈 수 없었다. 업종 융합은 요즘 트렌드 아니냐,” (20대 이현정 씨)

“크기가 작은 곳은 힘들겠지만, 매장이 큰 곳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다만 최근 타다와 택시 논란처럼 기존 노래방들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편의점 운영자)

“아무리 방음 시스템을 한다고 해도 소음이 있을 텐데 주거지 매장에서 가능할지.” (30대 현모 씨)

“청소나 카운터부터 물건 챙기고, 어떤 매장은 치킨도 튀기던데 노래방 관리까지 한다고 하면 편의점 알바는 극한직업이 될 것 같다.” (20대 남성)

“안 그래도 노래방, 술집이 많은 나라에서 편의점이나 음식점에서도 노래를 불러야 하나.” (10대 자녀를 둔 주부 김양은 씨)

“아이들이 담배와 술 냄새가 나는 노래방에 가는 것보다는 밝고 깨끗한 편의점 노래방에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또 다른 주부)

서울 홍대 소재 CU 편의점과 ‘수’ 노래방이 한 건물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

이색 매장을 갖춘 곳으로는 편의점업계 후발주자인 이마트24를 꼽을 수 있습니다. 기존 편의점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인테리어에 와인 400여 종을 구비한 이마트24를 주축으로 브런치카페, 북터널, 화원, 레고숍 등 다채로운 업종을 한데 모아놓은 명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대구에 1,980㎡ 규모의 폐공장과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해석한 ‘투가든(2garden)’을 오픈했네요.

수도권에는 ‘클래식이 흐르는 편의점’을 콘셉트로 부채꼴 형태의 매대를 구성하고, 매장 내 휴게공간에 클래식 청음 장비를 구비한 ‘예술의전당점’, 북카페 형태를 갖춘 ‘스타필드코엑스몰 3호점’, 3층 규모의 루프톱 매장으로 ‘풍경이 있는 편의점’이라고 불리는 ‘충무로2가점’, 편의점업계 최초 ‘바리스타가 있는 편의점’을 주제로 선보인 ‘해방촌점’, 한옥을 콘셉트로 꾸민 ‘삼청동점’ 등이 있습니다. 이들 매장의 평균 매출은 전점 대비 2배 이상으로 높게 나타난 편이라고 하네요.

‘이마트24 투가든’의 정원 모습
(출처 : 주간동아)

‘CU 대덕대 카페테리아점’에는 다양한 먹을거리로 구성된 메뉴판이 있습니다. 즉석 피자와 도넛, 치킨, 과일슬러시 등 매장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판매합니다. 간편 식사와 즉석조리 식품도 맛볼 수 있는데 이들 상품의 매출은 전체의 35%를 차지합니다. 경남 창원시의 ‘약국병설형 편의점’은 편의점과 약국을 한데 묶어 매출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네요.

GS25는 기술력을 살린 무인점포를 운영 중입니다. 마곡 ‘스마트 GS25’에는 안면 인식을 이용한 출입문 개폐, 상품 이미지를 인식하는 스마트 스캐너, ‘팔림새’ 분석을 통한 자동 발주 시스템, 상품 품절을 알리는 적외선 카메라 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이 도입됐습니다. 전국에 150여 개 매장이 있는 세븐일레븐의 ‘도시락카페’는 매장에 따라 북카페, 스터디룸, 화장실, 안마기 같은 시설을 갖췄습니다. 세계 최초 핸드페이(손바닥 정맥인증 결제 서비스) 기반의 스마트 편의점 ‘시그니처’도 전국에 17호점까지 오픈한 상태라고 하네요.

출처 : 주간동아

초창기 편의점은 표준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점점 입점 지역의 특징을 기반으로 맞춤형으로 바뀌고 있네요.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 편의점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허브다”며 “플랫폼을 깔아놓고 수백 가지 사업을 벌이는 아마존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전했습니다.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토요워치] ‘1코노미’ 시대의 만물상…편의점 공화국
서울경제, 2019.1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토요워치] 진화하는 편의점…‘라이프 플랫폼’이 미래
서울경제, 2019.12.0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영상] 국내 편의점, 일본보다 많을까? 적을까?
중앙일보,2019.12.0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편의점 노래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편의점이 주점?” vs “아이들 안전 보장”
파이낸셜뉴스, 2019.11.1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동전노래방부터 적금 가입까지…편의점 “한계는 없다”
이데일리, 2019.11.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매장 차별화와 플랫폼 서비스로 ‘한국의 아마존’을 시험하는 편의점
주간동아, 2019.11.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7. ‘편세권’에 산다…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한 편의점
매일신문, 2019.11.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