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캠프마켓!
제2회 부평캠프마켓 시민생각찾기 (부평미군기지 오픈행사)

부평 도심 한가운데에는 외딴 ‘섬’, 캠프마켓(Camp Market)이 있다. 부평 미군기지라고도 부르는 캠프마켓의 시작은 일제가 1939년 부평에 건립한 일본 군수공장 ‘인천일본육군조병창(이하 조병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아시아태평양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제조공장 역할을 하던 조병창에 1945년 9월 미군 제24군수지원단이 들어오고, 1973년 애스컴시티가 해체되어 7개 부대 중 6개 부대가 차례로 이전하였다. 부대가 빠져나간 곳에는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일부 부지는 빵공장 등 군수보급품 저장 및 지원기능을 수행하며 여전히 도심 속 섬으로 남아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10만 명 서명운동’이 펼쳐졌고, 2002년 정부는 캠프마켓 반환 결정을 발표하게 된다. 하지만, 발표 이후에 평택 미군기지 건설 지연과 토지오염 문제, 토지매입예산 마련 등 다양한 돌출 현안으로 십 년 넘게 반환하지 못하여 부평 주민들이 애를 태웠다. 올해 중반부터는 캠프마켓 내에서 토지오염 정화작업이 진행 중이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빵공장도 평택미군기지로 조만간 이전할 예정이다. 이제부터 실질적인 반환절차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겠다.

2011년 인천시는 캠프마켓 반환부지의 활용방안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인천광역시 캠프마켓(부평미군기지) 반환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시민참여위원회(이하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를 구성하여 현재 제4기까지 위원회(2018년 8월 출범)를 운영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캠프마켓 반환운동을 벌여온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인천 정치인과 문화․환경․건축 분야 전문가, 부평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는 캠프마켓이 온전하게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함께 의사결정 하는 민관 거버너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9년 인천광역시와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는 캠프마켓의 미래를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11월 2일에 『제2회 부평캠프마켓 시민생각찾기 – 열려라 캠프마켓! (미군기지 오픈행사)』를 개최했다. 캠프마켓 내 야구장에서 열린 이 날 미군기지 오픈행사에는 1700여 명의 시민들이 캠프마켓의 굳게 닫힌 ‘빗장’을 열기 위해 동참했다.
캠프마켓 경내로 진입하기 위해 잠깐 출입을 허락한 캠프마켓 후문에 도착해 보니, 토요일 이른 아침인데도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11월 초 쌀쌀한 날씨로 인해 시민들이 많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11시에 오픈하는 캠프마켓 후문 앞에서 9시부터 줄을 서며 대기하던 분들도 계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캠프마켓 후문 주위에는 이곳이 일반인들에게는 출입이 금지된 곳임을 짐작할 수 있는 시멘트 담벼락을 볼 수 있다. 그곳 주변으로 도심 한가운데에서 보기 어려운 뾰족뾰족한 철조망이 처져 있다. 담벼락에는 ‘불평등한 SOFA 협정 개정하라’, ‘시민이 함께 가꾸는 평화 꽃밭’, ‘평화공원의 조성’, ‘온전한 환경정화’, ‘꽃이 시들고 있나요? 물주기에 동참해 주세요’ 등 캠프마켓의 반환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노란띠와 꽃다발 등이 빛이 바랜 채 놓여 있다. 캠프마켓 반환을 기다리는 부평 주민들이 이 지역에 관심을 쏟아온 그동안의 긴 시간을 말해주는 듯하다.

<시민생각찾기> 행사 스탭들이 캠프마켓 후문에서 시민들을 맞이하는 모습 ⓒ공규현.

캠프마켓 후문 철조망에 시민들이 매달아 놓은 문구들.
‘시민이 함께 가꾸는 평화 꽃밭’, ‘평화공원의 조성’,
‘온전한 환경정화’라는 문구가 보인다. ⓒ공규현

행사장에 들어서자 탁 트인 캠프마켓 야구장 잔디밭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투박한 시멘트 담장 너머에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입장하면서 뾰족뾰족한 철조망의 위엄에 오그라들었던 마음이 조금씩 펴지는 느낌이다. 행사장 경내에는 시민체험부스들과 공연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조금 지나자 시민들은 하나둘 돗자리를 꺼내어 잔디밭에 깔고 앉아 오순도순 도시락을 먹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곳이 머나먼 태평양 건너 세계 최강대국이 차지하고 있는 미군 부대 안이라는 것을 잠시 잊어버리게 된다. 캠프마켓이 인천 시민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오고 이곳에 공원이 조성되었을 때 이러한 평화로운 모습이 우리들의 일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 한구석에서 무언가 울컥 올라오는 느낌이다.

 

<부평캠프마켓 시민생각찾기>가 열리는 행사장 내에서
공을 차는 시민. ⓒ공규현

 

<부평캠프마켓 시민생각찾기가 열리는 행사장> 내에
돗자리를 펴고 휴식하는 시민들 ⓒ공규현

행사장 초입에 캠프마켓 홍보부스와 함께 마련된 시민참여위원회 역사문화분과 부스에서는 ‘캠프마켓 역사 설명회’가 운영되었다. 10월 31일에 캠프마켓 현장투어를 운영하여 시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박명식 부평문화원 이사님은 이날도 ‘조병창’과 ‘캠프마켓’에 대해 열띤 설명을 해 주셨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자막으로 삽입된 것을 계기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구-단재 신채호 선생님이 하셨던 얘기라고 나왔지만 신채호 선생님 저서에는 이런 표현이 직접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다는 말이 중론이다-가 유행한 적이 있다. 과거의 아픔과 쓰라린 역사를 기억하고자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 어찌 희망찬 미래가 찾아오겠는가. 과거를 기억하여 후대에게 교훈을 일러주는 분들이 계시기에 느리더라도 역사는 오늘도 조금씩 전진하는 것이 아닐까.

행사장을 방문한 시민들에게 조병창과 캠프마켓의 역사를 설명해 주시는
박명식 부평문화원 이사(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역사문화분과위원) ⓒ공규현

이번 행사 홍보기간에는 캠프마켓의 새로운 이름을 찾는 공모가 함께 진행되었는데, 캠프마켓 홍보부스 옆에 시민들이 응모한 새로운 공원 이름을 엽서로 만들어 설치해 놓았다. 부평문화마켓, 뮤직파크, 행복찾기마켓, 드림마켓, 해피마켓, 최고마켓, 누리마켓, 온누리마켓, 꿈마켓, 드림캠프, 부평컬쳐드림, 어울림마당, 와글와글마켓, 소담마켓, 청년문화실험기지, 내일마켓, 온누리마켓, 새꿈마켓, 소통장터, 누구나마켓, 고고마켓, 미래누리마켓, 부평갤럭시, 부평문화파크 등 시민들의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득 담긴 문구들을 보면서, 시민과 함께 캠프마켓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한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위원들의 결정이 올바른 방향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캠프마켓의 새이름 공모에 응모한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써놓은 엽서들. ⓒ공규현

체험부스 한쪽에서는 캠프마켓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을 적는 ‘I LOVE 애스컴 시티’ 부스가 운영되고 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적어놓은 엽서에는 어떤 소망이 담겨 있을까 들여다보니 순간 가슴이 아련해진다. 캠프마켓이 하루빨리 반환되어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것. 모두가 한마음 한뜻일 거라는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울컥해진다. “엄마 아빠 효도할게요.”라는 귀여운 문구도 보여 킥킥 웃음이 난다.

「어서 우리의 땅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부평안에 고립된 미국기지가 빨리 구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이제 시작이다. 새롭게 출발 파이팅!」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만세! 고태율」
「캠프마켓 사랑합니다! 어여 우리 품으로 돌아오세요.」
「PEACE. 평화로운 나라, 살기좋은 나라, 우리들의 나라
「편안한 시민들의 쉼터로 얼른 거듭나길 바래요~ 도심속 허파 역할 기대해요~」
「안녕 미군기지」
「마음의 평화, 부평의 평화」
「캠프마켓이 사람들의 기억 한자리 속에 영원히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킥보드 타고 싶어-희경」
「아이들과 어른들이 쉴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세요!!」
「야구장 만듭시다」
「시민 야구장」
「사람들이 캠프마켓을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파이팅!」
「캠프마켓 반환 환영. 생태계 되돌리기.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 역사를 잊지 말자」
「워터파크를 만들어 주세요.」
「엄마 아빠께. 엄마 아빠 저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이제 제가 효도할게요.」
「사랑이 넘쳐 흐르는 애스컴 시티를 만들어 주세요.」
「캠: 캠프마켓아
프:프리마켓인줄 알았어
마:마! 긴장 풀고
켓: 켓(고양이) 사!
「체험할 수 있는 걸 많이 만들어 주세요. 화이팅~」

시민들이 캠프마켓 반환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적어놓은 엽서들. ⓒ공규현

캠프마켓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적어 놓은 엽서. ⓒ공규현

캠프마켓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적어 놓은 엽서. ⓒ공규현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도시락도 먹고 각종 체험부스에서 참여를 마친 후, 3시부터는 문화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공연에는 정유천 블루스밴드와 뮤지컬 ‘언노운’ 갈라 콘서트가 이어졌다. 뮤지컬 언노운은 ‘조병창,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는 주제로 엄혹한 조병창 안에서 독립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았던 우리 선조들의 꿈과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이날 무대에서는 갈라 콘서트 형태로 선보였으며, 11월 7일부터 9일까지 부평아트센터에서 본 공연을 개최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함께 변화한다. 시간이 흘러 공간의 흔적은 남지 않을 지라도 우리 마음속에는 울고 웃으며 함께 했던 기억들이 남는다. 조병창과 캠프마켓의 시작은 우리가 원하지 않았으나, 우리네 조상들은 때로는 울고 웃으며 그 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삶을 영위했다. 좋던 싫던 우리의 역사일 수밖에 없는 조병창과 캠프마켓. 이제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아이들이 뛰노는 평화로운 시민 공원을 그 안에 만들게 될 것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써내려간 “어서 우리의 땅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라는 소원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면서, 엄마 손을 잡고 뾰족뾰족 철조망과 무시무시한 담벼락을 통과해 캠프마켓을 나서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캠프마켓 파이팅! 부평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

 

열려라 캠프마켓! 공식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박남춘 시장과 홍영표 국회의원

 

열려라 캠프마켓! 무대공연. 
(왼쪽) 정유천 블로스밴드 (오른쪽) 뮤지컬 언노운 갈라콘서트 ⓒ공규현

【 캠프마켓 현황 】

명 칭 : Camp Market
위 치 : 인천광역시 부평구 산곡동 292-1번지 일원
면 적 : 445,921㎡
현 황 : 군수 보급품 저장 및 지원(빵, 분식품 제조공장 등)
공여일 : 1951. 8. 31. (일제조병창 1939)

 

【 캠프마켓 반환 추진경과 】

2002.3.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이전계획 확정
2011.7.   기지 내 DRMO 시설 경북 김천으로 완전 이전
2011.10.   캠프마켓 반환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시민참여위원회 운영조례 제정
2012.4.   제1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구성
2013.6.   국유재산 관리ㆍ처분을 위한 협약 체결(인천시↔국방부)
2014.2.   제2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구성
2014.7.   1단계 반환구역 경계 확정(SOFA 시설분과위)
2016.5.   제3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구성
2017.2.   1단계 반환구역 환경협의 착수(SOFA 환경분과위)
2017.8.   SOFA 「환경위」 ⇒ 「특별위」로 “환경협상” 이관
2018.8.   제4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구성
2018.12.   캠프마켓 “조기반환 건의문” 제출(국회, 중앙 부처)
2019.6.   DRMO 지역 복합오염토양 정화용역 착수(국방부)
2019.8.   오수정화조 부지(5,921㎡) 반환 승인 (2019. 8. 21.)

글 · 사진 / 공규현
추계예술대학교 예술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2004년 12월 인천문화재단에 입사하여 15년 동안 인천의 문화예술단체 지원과 문화정책연구 및 각종 문화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문화예술은 사회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활동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도시문화분과위원,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등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