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역사 서포터즈 <부평구 근현대문화유산> 탐방기

인천역사문화센터에서는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인천의 문화유산을 온라인으로 홍보하는 인천역사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 서포터즈 역량 강화를 위해 상·하반기 전체답사를 진행하였는데, 2019년 하반기 전체답사는 “부평구 일대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진행했다.
부평은 일제강점기 대륙침략의 전진기지로 전쟁물자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조병창을 비롯한 군수 공장들이 들어섰다. 그 흔적들은 현재도 다양한 형태로 남아있다.

10월 13일 가을, 첫 번째로 탐방한 곳은 부평토굴(부평지하호)이었다. 인평자동차고교와 고물상 사이의 샛길을 따라 올라간 곳에 위치한다. 2016년 부평문화원의 조사를 통해 확인된 토굴은 현재는 사유지이며, 2018년부터 토굴 일부를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부평토굴(부평지하호)안내도 ⓒ부평문화원

안내도를 통해 확인되는 부평의 토굴은 총 24개소에 이른다. 토굴은 A구역, B구역, C구역, D구역 4개로 분류하고 있으며, A구역은 총 7곳으로 산곡동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B구역은 총 4곳으로 현재는 존재하지 않아, 위성사진을 통해서 위치만 추정할 수 있다. C구역은 7곳으로 새우젓을 숙성했던 곳이고, D구역은 총 6곳으로 군부대 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 중 우리가 탐방한 곳은 C구역 6호 토굴이다. 부평문화원 김규혁 팀장님의 안내에 따라 차례대로 C구역의 토굴을 외부에서 확인했고, 6호는 내부로 직접 들어갔다.

 

C구역 지하호 외부와 내부

미리 준비한 손전등이 있었지만, 내부로 들어갈수록 너무나 깜깜해 당황스러웠다. 100여 미터 끝까지 들어가는 동안 토굴을 파기 위해 정을 꽂아 구멍을 낸 흔적들과 낙서를 볼 수 있었다. 끝에 다다르자 아무것도 모르고 토굴로 끌려와 강제 노동했던 징용자들을 생각하며 손전등을 모두 끄고 잠시 묵념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손전등을 켜지 않고 눈을 떴을 때도 어둠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잠깐의 어둠에도 이렇게 떨리는데 당시 이곳에서 강제로 일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부평토굴은 일본 육군 조병창 부근에 위치하여 1910년~1920년대 사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부평지하호에 대한 관련 문서자료를 찾은 것이 없어 당시 사람들의 증언으로 추측만 가능하다. 일본 오사카 육군 조병창 근처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토굴들이 여럿 발견되었다고 하며, 이러한 상황으로 추정해 볼 때 부평에 있는 토굴도 이와 비슷한 용도였을 것이다.

두 번째로 탐방한 곳은 근현대 건축물인 미쓰비시 줄사택, 부영주택, 철도관사 건물이었다.
『관영주택과 사택』을 집필하신 서울시민생활사박물관의 홍현도 학예사의 안내를 받아 탐방을 시작했다. 사택과 주택건물은 일제강점기 한반도로 들어온 일본인 관료와 직원들을 위한 필수 시설들이었다. 이 건물들은 아직 그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 비지정문화재이다. 비지정문화재는 제도적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향후 지정문화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2018년에 답사했을 때만 해도 줄사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 (줄사택은) 완전히 사라진 채 공사가 한창이다. 제도적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부평 남부역에 위치한 옛 철도관사다. 부평역은 굉장히 번화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철도관사 일부가 남아 상점과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안내가 없었다면 이곳이 근현대 건축유산이라는 걸 절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인천에는 중구와 강화 외에도 많은 곳에 문화유산들이 있음을 새삼 느낀다. 인천에 있는 다양하고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널리 알려져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부영주택   구사택

 
줄사택 공사현장   옛철도관사

부평구 근현대건축물

글 · 사진 / 이정화 (인천역사문화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