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홀릭포크댄스를 만나다.
‘부평홀릭포크댄스’를 사진으로 처음 만났을 때 깜찍한 의상과 모자, 구두를 신고 조심스럽게 한 스텝 한 스텝 밟는 동작이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인천에 이런 동아리가 있다니! 실버문화에 대한 궁금함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안고 김연주 대표를 만났습니다.
부평홀릭포크댄스 김연주 대표
처음에 부평홀릭포크댄스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는 분당에 살다가 부평으로 이사 온 후 아무 연고가 없는 데다 무릎을 수술한 후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상황이라 생활이 질적으로 너무 떨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마침 부평생활문화센터에서 6개월간 무료로 포크댄스를 가르쳐준다는 홍보물을 접하고 집에 있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해 신청하게 되었어요. 배우는 과정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자존감도 높아지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 의지하게 되면서 이 모임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수강생은 많았나요?
50명 가까이 모였어요. 선착순이라 살벌했죠. 저는 마지막 한자리에 가까스로 들어갔답니다.
강습이 끝난 후에도 계속 모이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렇게 끝내지 말자’, ‘부평에 포크댄스는 하나도 없다’, ‘우리가 계속 이어가자’라고 제가 제안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었어요. 광고는 특별히 안 했지만, 입소문이 나서 30명 정도의 인원이 모였죠.
어떤 분들이 모이셨나요?
평균연령은 60대가 넘습니다. 75세 넘는 분들도 여러 명 계시고 남성 회원은 현재 4명이지만, 포크댄스는 남녀 구별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성비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댄스예요.
선생님, 포크댄스란 게 어떤 춤을 말하나요?
쉽게 말해서 여고시절 체육 시간에 배웠던 춤이에요, 혼자나 둘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돌아가면서 추기도 하는 춤이죠, 동작도 쉽고 오늘 시작하시는 분도 함께 어울려서 할 수 있어요. 남녀의 구별도 없고 특별히 짝꿍도 필요 없는 춤입니다.
외부 활동은 많으신가요?
예, 많죠, 봉사활동도 다니고 요양원도 다니고 있어요. 초기에는 매주 수요일마다 봉사활동을 다녔는데 외부 행사가 많아지다 보니 점차 줄어들었어요. 외부 공연을 다닐 때, 동아리 인원이 많고, 연세가 있다 보니 교통, 의상, 식사 비용 등 재정적인 어려움과 이동의 불편함이 좀 많은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제가 사실은 쇼그렌증후군이 있는 환자예요. 그래서 활동에 많이 빠지기도 하고 못 가기도 하는 편인데 모두가 절 배려해주시고 눈치를 보거나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제가 지금 대표를 맡고 있는데도 말이죠. 모든 것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모임이 자꾸 기다려지죠. 부평홀릭포크댄스라는 이름도 회원들과 같이 지었고 우리 동아리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동아리에서 만난 회원 중 인상적인 분이 있나요?
네. 처음 뵈었을 때 머리숱이 거의 없고, 몸도 왜소하고, 춤 동작도 잘 안 되어서 ‘계속할 수 있을까?’, ‘잘 남아있게 될까?’라고 걱정되던 한 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꾸준히 나오시고 열심히 배우면서 지금은 동아리에서 주된 멤버이기도 해요. 회원들이 약자에 대한 배려를 참 잘해주시고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세요. 먹을 것도 자주 나누면서 분위기가 좋습니다.
이렇게 멋진 모임은 언제 하시나요?
오전 10시부터 12시. 매주 수요일마다 부평생활문화센터에서 합니다.
포크댄스 동아리는 부평구에만 있나요?
제가 알기로는 서울에 있고, 분당에 지부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인천은 저희가 처음이고 다른 곳에는 없는 거로 알고 있어요.
포크댄스가 유행이 지난 춤이라서 인기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쉽고 무리되지 않는 동작으로 저희는 무릎이나 허리에 힘을 가하지 않고 자세에 집중할 수 있어서 딱 좋습니다.
회원 구성은 어떻게 되시나요?
서울에 사는 분들도 있고 가끔 홍보물을 접하고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남녀가 함께 있어도 매너를 중요하게 여기고 스킨십이 전혀 없습니다. 건강하고 건전한 활동을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동아리가 앞으로도 잘 유지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일단, 공간을 대관하기가 너무나 어려워요. 분기별로 선착순인데 자녀들에게 부탁해서 사용하는 날짜를 일일이 체크해서 신청해야 합니다. 만약에 선정이 안 되면 마당으로 나가서 모임을 해야 하겠죠. 이렇게 대관 경쟁을 해야 하는 게 조마조마합니다. 안정된 공간이 가장 필요해요.
회비가 있나요?
월 2만 원이에요. 행사가 있을 때 밥도 먹고 음료수도 먹고 강사비도 좀 드리며 알뜰히 쓰고 있어요. 의상이나 모자, 화관 등 개인용품은 개인 비용으로 지출하거나 강사님께 빌려서 사용하고 있고요.
포크댄스가 실버문화로 정착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인천에서도 구별로 포크댄스 동아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일단 가능한 장소가 있어야 해요. 강좌든, 동아리든 말이죠. 구청에 있는 의원실이나 주민센터, 학교 강당 같은 곳을 저렴한 대관료로 개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장소만 있다면 얼마든지 포크댄스 동아리가 만들어질까요?
당연하죠. 장소만 있다면 포크댄스는 얼마든지 실버 세대들의 좋은 문화로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개인적인 취미활동이라고 보는 사람들에게 우리 동아리를 지원(공간, 강사, 재정 등)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혹시 동아리 사진을 보셨나요? 이분들의 표정과 모습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화려한 의상을 입는 것은 각자의 기분을 좋게 하고 우울감을 넘어서게 하고, 무엇보다 가족들이 좋아합니다. 집에 가서도 가족에 대한 서비스의 질이 달라지죠. 기분이 좋으니까요. 여럿이 함께하는 가운데 행복하고 자존감도 높아지다 보니 주변까지도 그것이 옮겨지는 것 같아요. 이것이 개인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좋은 것 아닐까요?
힘든 점은 없으세요?
사람 때문에 힘든 것은 전혀 없어요. 대관 때문에 힘든 것 말고는요. (하하)
앞으로 동아리의 목표가 있다면요?
부평에서부터 포크댄스 동아리가 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다른 구에서도 포크댄스 동아리가 많이 생겨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원주에 공연 갔을 때 즉석에서 25명이 모여서 모임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느꼈었거든요.
마지막으로 동아리 회원 한 분 한 분에게 “포크댄스 동아리 왜 하세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뭐라고 말씀하실 것 같으세요?
‘자존감. 화합. 가족 같은 살핌’ 이런 이야기를 할 것 같아요. 건강에 좋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설렘을 갖게 한다는 이야기도 나올 것 같고요. 우리 동아리에 꼭 한번 놀러 오세요.
인터뷰하는 시간 동안, 막연하게만 들리던 실버들의 문화에 대해 실마리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동아리를 찾아가면 반갑게 맞이해주는 사람이 있고, 평소에 입을 수 없는 화려한 옷을 입는 순간 자존감과 자신감을 함께 입게 되고, 평소 배운 것을 갖고 즐겁게 사회 공헌 활동을 하며 이런 관계들이 일상을 사는데 활력소가 되어주는 동아리! 부평홀릭포크댄스 동아리였습니다.
글 · 인터뷰 / 생활문화동아리 일일 시민기자 허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