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훔쳐보다.
인천의 유명한 문화예술 창작공간, 이곳 인천아트플랫폼은 근대 개항기 건축물을 2009년에 리모델링하여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실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곳입니다. 지난 주말인 9월 27일부터 3일 동안은 작가들에게 창작공간을 내어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 1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2019 오픈스튜디오’를 개최했습니다.
10기 입주 예술가 중 현재 활동 중인 21팀의 예술가가 참여한 ‘2019 오픈스튜디오’. 아트플랫폼 E동에 있는 입주 작가들의 스튜디오는 평소에 오픈하지 않기 때문에 궁금해도 볼 수 없는 곳이었는데요. 그러므로 1년에 단 3일, 작가의 공간을 훔쳐볼 수 있는 매력적인 행사이기도 합니다.
1층부터 3층까지 총 21개의 스튜디오마다 작가의 신작이나 미공개작과 함께 작업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다양한 자료가 모두 공개되어 있어 기존 전시회의 느낌보다 한층 깊숙이 작가의 세계로 들어온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작가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Artist-run-space 행사인 만큼 공간마다 작가가 대기하여 자신의 작업을 직접 소개하니 예술을 모르거나 관심 없던 분들도 쉽게 예술의 공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습니다.
전시 형태도 다양해서 비디오 아트, 퍼포먼스형, 관객참여형 등 보는 예술을 넘어 느끼는 예술로의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완성된 하나의 작품을 보기보다는 작가가 현재 작업하고 있던 미완성작, 도전적으로 처음 시도한 작업 등 작가의 고뇌를 거칠게 보여주는 공간이 작품의 화려함 뒤에 존재하는 괴로움을 여실히 드러낸 것 같아 감정적으로 더 와닿기도 합니다.
1층에는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전시장을 지나가는 2층 골목에는 간단한 케이터링이 준비되어 있어 오랜 시간 공들여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느껴집니다. 스튜디오를 관람하며 찍은 작품, 셀피 등을 SNS 인증하거나 각 스튜디오 방문스티커를 모으면 기념품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너무 진지하거나 무거운 분위기를 탈피한 예술행사라는 점에서 재미를 더합니다.
넓은 공간에 퍼져있는 온 스튜디오를 도느라 숨이 차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공간을 훔쳐보듯 고양이 발걸음으로 몰래 들어가 전시를 관람해서인지 이유 모를 두근거림과 흥분이 가시지 않았던 전시. 내년에도 단 3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김없이 방문하고 싶어지는 특별한 행사였습니다.
글 · 사진 / 임중빈 시민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