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통한 생각의 전환 <반쪽이의 상상력 박물관>전
지난 8월 3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미추홀관에 전시되고 있는 <반쪽이의 상상력 박물관전>을 방문했다. <반쪽이의 상상력 박물관전>은 버려진 고물이나 일상 속 평범한 쓰레기들을 예술작품으로 제작하고 전시하여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처음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 많다고 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가 진행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작가의 작품을 얼핏 보았을 때는 어떤 대상을 단순히 묘사한 것 같지만, 작품명 옆에 적혀진 설명을 찬찬히 읽다보면 가볍게만 바라볼 작품은 아니었다.
키보드로 만든 작품
컴퓨터용품인 키보드의 버튼과 마우스를 재료로 사용해서 만든 작품들은 재료의 형태를 잘 활용하여 예술적인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면서도 본 재료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를 끄집어냈다.
<악플 수류탄>
–군용수류탄으로 죽는 사람보다, 악플 수륙탄으로 더 많이 죽는다.-
우리가 던진 말은 폭탄이 된다. 현대인들은 인터넷상에서 익명성을 방패로 살아 쉽게 생각하고 쉽게 내뱉는다. 아무렇게나 쓰인 댓글은 대상에게는 자신에게 던져인 폭탄과 같다.-이하생략
<네티즌>
타자기와 자판은 오랫동안 언론을 상징해왔다. 언론은 타자기를 사용해 기사를 작성하고 그렇게 완성된 기사는 대중을 깨닫게도 하고 어리석게 만들기도 하였다. 과거 대중은 언론의 힘에 휘둘리는 존재였다. 하지만 인터넷이 확산되고 그것을 사용하는 대중의 수도 점차 늘어나자 언론은 더 이상 대중을 조종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이하생략
빨대로 만든 작품
여러 종류의 빨대를 사용해 ‘새우’를 만든 작품 <유통기간 500년>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까지도 상세하게 열거하여 전시되었다. 또한 빨대로 새우를 비슷하게 묘사해서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빨대들이 버려져서 우리가 먹는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고 있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줘 보는 이들에게 플라스틱 사용에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유통기간 500년> -미세 프라스틱!! 우리는 이미 먹고 있다.- |
기계부품으로 만든 작품
버려진 기계 부품들과 칼로 침팬지의 형태를 묘사한 <침팬지 골격>은 두개골과 척추뼈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어미 침팬지의 갈비뼈 부분을 칼로 제작하여 자식을 잃는 어미가 마음에 칼을 품고 있다는 것을 묘사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비통함을 극대화한다.
<침팬치 골격> |
–가슴에 칼을 품는..다. 환경파괴로 희생된 새끼 때문에…..-
단단한 철골로 만들어진 침팬지는 손에 작은 새끼 침팬지를 들고 있고, 새끼는 잔뜩 웅크린 채 어미 손에 얌전히 올라와 있다. 이 작품은 무분별한 인간의 개발로 인해서 죽은 새끼를 어미가 손에 들고 슬퍼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이하생략
소화기를 활용한 작품
소화기에 두드러진 빨간 색상을 활용해서 삶의 터전을 잃은 화난 펭귄을 표현했다. 평소 사람들이 빨간 새를 떠올리면 보통 홍학이나 앵무새 같은 열대에 서식하는 새들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차가운 곳에 사는 펭귄을 떠올렸다는 점에서 작가의 시선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항의하러 온 펭귄 가족> |
–지구온난화로 펭귄집이 다 녹아 머리꼭대기까지 화가 치밀어 온몸이 빨개졌다.-
전시는 아이들에게는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심어주고, 함께 살아가는 동물과 곤충들로 시선을 돌릴 기회를 마련하였다. 아이들과 함께 온 어른들도 현대 미술이라는 장르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동시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물론 재밌는 작품들도 많았다. ‘바둑’으로 만든 바둑이, ‘다리미’로 만든 다리 밑 요트처럼 언어의 유희를 활용한 작품들은 보자마자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전시가 큰 의미가 있는 건 단지, 재미있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하는 사소한 작은 행동이 환경을 비롯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과 곤충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는 이미 많이 병들어서 많은 사람이 더 이상의 훼손을 막으려고 노력하지만, 급속도록 경제 발전을 위해 달려온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엔 어려움이 많다. 아이들에게 전시를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것도 좋지만, 작가의 생각과 의도를 파악하고 행동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어른들이 많이 관람하길 바란다.
글 · 사진/ 김지연 시민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