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문화예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7월 22일 월요일 저녁, 미추홀구에 위치한 사담공간 소담에서는 제43회 마을집담회 모떠꿈이 진행됐다. 모떠꿈은 ‘모’이고 ‘떠’들고 ‘꿈’꾸다 라는 뜻으로 마을의 주민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는 모임이며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에서 꾸준히 주최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마을과 문화예술인의 상생’으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마을집담회: 마을과 문화예술인의 상생>
참석한 사람들의 소개로 마을집담회가 시작됐다. 공간 인근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계양구나 서구, 강화군 등 아주 멀리서 오신 분들도 계셨고,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문화예술인이 30여 명 가까이 참석하셨다. 소개가 끝난 뒤, 미추홀 문화회관 관장을 맡은 이관형님께서 ‘하하골 마을만들기’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사실 이번 집담회에서는 ‘마을이 문화예술인들에게 내어 줄 수 있는 자리가 있을까?’ 혹은 ‘문화예술인들은 마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던지고 의견을 나누고자 했지만, 참석한 사람들이 주로 예술인이거나 기획자분들이 많다 보니, 마을 내에서 살아가는 문화예술인의 어려움에 대해 더욱 초점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문화예술인은 2018년 기준 월수입이 평균 106만 원으로 최저시급조차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자리에 왔던 많은 문화예술인의 고민은 생계에 대한 걱정이 컸다. 지원사업에 도전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축제나 행사에서 공연이 있어도 공개모집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설 수 있는 무대를 구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마을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기획자 입장에서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역에 사는 예술인을 무대에 세우고 싶어도, 어떤 예술인이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없기에 알고 있는 예술인들을 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말에 대해서 나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 또한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이왕이면 지역의 사람들을 섭외하고 싶으나, 누가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어서 결국 지인에게 소개받거나 온라인 검색을 통해 알아보고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나왔던 이야기는 예술인이 기회를 얻어 지역 내 행사를 하게 되었을 때, 오히려 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공연 위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은 주로 행사를 통해 수입을 버는데, 막상 지역 내 행사를 하면 이미 책정된 비용에 맞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관의 제안을 거절하면, 이후에 기회를 얻기 힘들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맡게 되는 것이다. 기획자 또한 어려움이 있다. 기획이라는 일에 대해 인정받기가 어렵고, 예산책정이 어렵다 보니, 기관을 통해서는 좋은 처우를 받지 못한다. 그런 문제들로 인해 문화예술인들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늘 지원이 필요한 집단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마음이 씁쓸했다.
<나왔던 이야기를 정리한 보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을에서 주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이 잘살아가려면, 그들이 관계를 쌓거나 소통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축제나 행사를 준비하는 기관 담당자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관에서는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주민과의 협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단편적인 해결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관에서는 문화예술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해서 가치에 맞는 적절한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데, 주민들에게는 그 가치를 이해하고 소통해서 상생하라? 당연히 쉽지 않을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에게 지원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정상적인 판을 깔아주는 것. 그것이 관에서 해줘야 하는 역할일 것이다.
이번 집담회에서는 ‘마을’내 문화예술인의 상생보다 지역과 문화예술인의 상생에 대한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논의하였다. 앞으로 이런 자리가 많아져서 문화예술인들의 어려움과 함께 살아가는 방향성에 대해 세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이번에는 주로 40대 이상의 예술인이 참여하였지만, 다양한 연령대 예술인의 참여를 통한 세대 간의 소통도 이뤄진다면 인천의 문화예술계가 보다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글 · 사진 /
김지연 시민기자단